현재 페이지 경로
기능버튼모음
본문

보도/설명

제목
첨성대, 기울어지고 있지 않다.
등록일
2005-07-15
주관부서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1681




   최근 첨성대 때문에 온 장안이 화제이다. 첨성대를 3차원레이저 스캐닝한 결과, 기단석이 북동쪽으로 기울어 있는데 이는 지반이 연약하고 수분이 많기 때문이므로 앞으로 첨성대가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조선일보에서 이를 크게 보도하였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문화재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은 우리가 이제 문화국가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사실이 왜곡되면 국민들의 우려와 문화재 관련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첨성대 관련보도에서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 오류를 지적하고 보도내용과는 다른 의견들을 소개함으로써 이와 같은 오해를 불식하고자 한다.

ㅇ 안전점검의 원칙    문화재는 오랜 기간 외부에 노출되어 시간이 경과하면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얼마간의 변형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변형의 정도가 크지 않고 이차적인 평형상태를 이루고 있어 당장 구조적으로 무너질 정도의 훼손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그 진행성 여부를 주시하고 변동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왜냐하면 풍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부재에 대한 보수과정 등에서도 손상을 입힐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도 섣불리 문화재와 주변 환경에 인위적인 행위를 가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기보다는, 변형만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문화재의 현재 상태에 더 이상의 어떠한 행위도 첨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원칙하에 정기적인 점검을 통하여 변형의 진행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ㅇ 새로운 기술과 첨단과학

[3D스캔작업모습(좌) 및 결과물(우)]
<[3D스캔작업모습(좌) 및 결과물(우)]>
   지난 조선일보 보도(2005. 7. 4)에서는 2003년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3차원 레이저스캐닝 결과 첨성대는 기단석이 북동쪽으로 2.07도 기울어져 있다고 발표했다. 다른 면의 보충기사에서는 이와 달리 기단석이 북쪽으로 1.91도, 남쪽보다 0.745도 기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보도(2005. 7. 5)에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방식, 즉 4면에 측점을 설치하고 광파측량기를 사용하여 기준점으로부터의 거리를 재는 방법은 오차가 많고 3차원 레이저 스캐닝만이 정밀한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2002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첨성대의 3차원 스캐닝을 이미 실시한 바 있는데 이는 기울어짐의 진행여부를 살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를 실측하고 기울어진 정도를 알기 위해서다. 이 조사에서 기단은 북동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나 각 단의 중심축은 오히려 북서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기계측시스템 개념도]
<[장기계측시스템 개념도]>
   문제는 측정오차이다. 한 점에 대한 3차원 레이저스캐닝의 오차는 장비마다 약간 다르기는 하나 최대 ±6mm 정도이다. 그러므로 특수장비를 쓰지 않는 한 3차원 레이저 스캐닝은 첨성대의 기울어짐 여부를 정밀하게 측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2005년 2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표한 <중요석조문화재 보존관리대책>에서는 보다 정밀한 변형여부 판단을 위하여 첨성대에 상시계측시스템을 설치하여 변동여부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ㅇ 전통건축의 구조와 축조기술    앞의 보도에서 첨성대가 기울어지는 이유로 지반의 연약함과 지하투과레이더(GPR) 등 비파괴검사 결과 기초에 사용된 호박돌이 깨져 있음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고대건축에서는 석탑이든 목조건물이든 기초부는 소위 판축(版築) 기법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축이란 잔돌과 흙, 모래 등을 한 켜씩 다져서 층층이 쌓는 방법으로 부동침하나 지진 등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만든 축조기법이다. 반면 호박돌은 강 하류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암석끼리 서로 부딪히면서 모서리가 닳아 둥글게 되므로 큰 힘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 전통건축에서는 호박돌 위에 직접 구조물을 세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신라시대 만든 첨성대에 이러한 호박돌 기초를 사용하였다고 추측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또한 발굴조사나 시추같은 직접조사 이외에 현재의 지하투과레이더나 전기비저항탐사 기술로는 돌의 크기나 깨어진 현상까지 상세히 알아내기는 힘들다는 것이 지하탐사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ㅇ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한 다른 시각    최근 피사 사탑의 기울기를 바로세우는 보수작업이 있었는데, 그 작업의 구조해석에 참여하였던 ICCROM 문화재복원전문가인 조르지오 크로치박사(로마대학 교수)가 지난 1995년 내한한 바 있다. 첨성대와 석굴암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자문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당시 첨성대의 변형은 탱크의 통행에 따른 수직진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미진 등 수평진동으로 인한 변형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이며, 구조적으로는 이미 안정화되어있는 상태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최근의 보도기사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또한 첨성대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질 것이라는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필자의 견해와는 다르다. 피사의 사탑은 높이 55.8m의 8층 건물로 백색 대리석을 사용하여 축조되었다. 최상층을 제외한 각층의 면적이 거의 비슷하여 현대식 빌딩과 같이 수직적으로 올라간 구조인데, 축조를 시작한 후부터 기울기 시작하여 완공시에도 기울어진 상태로 마감되었다.

   그러나 첨성대는 밑이 넓고 위가 좁은 옛날 우유병을 닮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고대 신라인들은 외부에 잘 다듬은 화강암을 계단식으로 물려가며 쌓고, 그 안쪽에는 하부에만 흙과 돌을 채워 넣어 첨성대를 축조하였다. 그리고 상부에서는 외벽에 쌓은 돌 사이에 길다란 석재를 보처럼 짜맞추어 웬만한 구조적 변동에도 끄떡없이 만들었다. 첨성대는 피사의 사탑과 달리 무게중심이 하부에 쏠려있어 훨씬 안정되어 있는 과학적 구조물인 것이다.



[현재의 첨성대(좌)와 1940년대 모습(우)]
<[현재의 첨성대(좌)와 1940년대 모습(우)]>
   건립 당시 첨성대가 한 치의 오차없이 축조되었더라도 현재와 같이 1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장기간에 걸친 안정상태를 이루어 온 것으로 보아 앞으로 상당기간 현상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되며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1940년대의 자료와 동일한 면의 현재 사진을 비교해 보아도 변형 자체가 이미 당시에 이루어져 있으며 50여년을 큰 변화없이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할 것은 첨성대의 구조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충분한 토론없이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될 경우, 쓸 데 없는 우려만 낳게 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 보존에 관한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전문가와 일반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앞으로 첨성대의 보존에 대해서도 더 많은 토론을 통하여 바람직한 보존대책이 수립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출처표시) 문화재청은 「저작권법 시행령」제73조 및「공공저작물 저작권 관리 지침」제22조에 의해 공공누리를 2012.10.16.부터 적용합니다.
첨부파일
    등록된 파일이 없습니다.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