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설명
- 제목
- [궁궐의 현판과 주련-창덕궁_기오헌 권역]
- 등록일
- 2010-10-19
- 주관부서
- 작성자
- 국가유산청
- 조회수
- 4558
9.
기오헌寄傲軒 권역
9-h-1
기오헌寄傲軒
위치와
연혁 : 『궁궐지』에는
의두합(倚斗閤)이라고 나오는 건물이다.
의두합은 수많은 책을 비치하고 독서하던 곳이다. 『궁궐지』에 따르면 “영화당
북쪽에 있으며 예전에 독서처가 있던 자리인데 1827(순조 27)년에 익종이 춘저(春邸)
1)에
있을 때 고쳐 지었다.”<원전
1>고 하였다.
‘의두(倚斗)’는 『동국여지비고』에 의하면 “북두성에 의거하여 경화(京華) 2)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정면 4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민도리 집이다.
뜻풀이 : ‘기오(寄傲)’는 ‘거침없이 호방한 마음을 기탁한다’는 뜻이다. 원래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년) 3)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중 “남쪽 창에 기대어 호방함을 부려 보니[寄傲], 좁아터진 집이지만 편안함을 알겠노라.”<원전 2>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원래 이름이었던 의두합과 기상(氣像)이 서로 통하는 명칭이다.
제작 정보 : 서체는 예서체이다.
9-h-2
초연대超然臺
위치와 연혁 : 기오헌 뒤쪽 축대에 있는 사각형 돌에 새긴 금석문이다. 기오헌 뒤의 급경사지에는 여러 단의 층급을 둔 석축이 있고 그 사이에 여러 차례 꺾인 좁은 계단이 나 있다. 이 석축에 새겨진 것이다.
초연대는 경기도 가평과 포천, 평안남도 개천군, 평양의 대동문 앞 등 여러 군데에 같은 이름의 대가 있다. 중국에서는 산동성(山東省) 중부의 저성현(諸城縣)북쪽에 있는 것이 유명하다. 송나라 때에 소식이 이 곳 밀주(密州) 지방의 지사로 있을 때에 지은 것이라고 전한다.
뜻풀이 : ‘초연(超然)’은 ‘세속을 초월한 모양’, 또는 ‘아득히 먼 모양’을 뜻한다. 『노자(老子)』에 이르
기를 “비록 영화로운 생활을 누리더라도 한가하게 처하여 초연하게 지낸다.”<원전 3>라고 하였다.
9-h-3
추성대秋聲臺
위치와 연혁 : 기오헌 뒤쪽 축대에 있는 사각형 돌에 초연대와 나란히 새겨진 금석문이다.
뜻풀이 : ‘추성(秋聲)’은 ‘가을에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라는 뜻으로 바람소리, 낙엽 지는 소리, 벌레 소
리 등을 가리킨다. ‘추성’은 문학 작품에서는 일반적으로 서글픔, 쓸쓸함을 나타낼 때가 많다. 이는 전국 시대 말 초(楚)나라의 문인 송옥(宋玉, 기원전 290?~222?년)이 초사(楚辭) 작품 「구변(九辯)」에서 가을 기운의 슬픔을 노래하였고, 송나라 때 문인인 구양수(歐陽脩, 1007~1072년) 4)가 「추성부(秋聲賦)」에서 만물이 시들어 쇠락하는 경물을 인생의 덧없음과 결부시켜 탄식한 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추성은 짝이 되는 ‘초연대’와 연관시켜 볼 때 풍성하고 아름다운 가을 경치 속에서 듣는 운치 있는 자연의 소리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9-h-4
영춘문永春門
위치와 연혁 : 창덕궁과 창경궁을 경계 짓는 담장에 난 문으로서 불로문 앞 길건너 맞은편에 있다. 이 문은 평소에는 항상 닫혀 있는데, 창경궁의 춘당지 쪽으로 통하는 문이다. 동궐도에는 두 궁궐을 나누는 담이 없으므로 당연히 영춘문도 그려지지 않았다. 후대에 이 담을 세울 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일제 강점기로 추정한다.
뜻풀이 : ‘영춘(永春)’은 ‘영원한 봄’이라는 뜻이다. 봄날처럼 아름답고 화창한 시기가 오래 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9-h-5
금마문金馬門
위치와 연혁 : 기오헌의 정문이다.
뜻풀이
: ‘금마(金馬)’는
‘쇠붙이로 만든 말’이라는 뜻이다.
원래 금마문은 중국 한나라 때 대궐 문의 이름으로, 문 옆에 동(銅)으로 만든 말이
있었으므로 ‘금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또 ‘금마’는 한나라 때 국가에서
책을 갈무리하던 곳의 이름이기도 했다. 기오헌이 책을 비치하던 곳이므로 한나라의
전통을 따라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9-h-6
불로문不老門
위치와 연혁 : 금마문 옆 담장의 중간, 기오헌 아래턱에 위치한 돌문이다. 쇠못을 박은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본래 문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궁궐지』에 의하면 이 문 앞에 불로지(不老池)가 있었고 문 안에 어수당이 있었다고 한다.
뜻풀이 : ‘불로(不老)’는 ‘늙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문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늙지 않고 오래도록 살라는 축원을 담았다. 또한 임금의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염원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제작 정보 : 한 장의 돌을 ‘┏┓’자로 깎아 만들어 세운 돌문이다. 글씨는 전서체이다.
9-h-7
애련정愛蓮亭
위치와 연혁 : 연경당 앞 연못가의 정자이다. 『궁궐지』에 따르면 1692(숙종 18)년 연못 가운데에 섬을 쌓고 정자를 지어 ‘애련(愛蓮)’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숙종이 지은 「애련정기(愛蓮亭記)」에도 연못 가운데에 지었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의 애련정은 연못가에 있다. 즉 문헌대로 고증을 한다면 지금의 애련정은 나중에 다시 지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네 개의 기둥 중 두 개가 못에 잠겨 건물의 반은 못 위에, 반은 축대 위에 걸쳐져 있다.
애련정의 앞 네모난 연못은 애련지(愛蓮池)라고 한다. 연못 서쪽 옆에는 어수당이라는 건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뜻풀이 : ‘애련(愛蓮)’은 ‘연꽃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송나라 때 성리학자 염계 주돈이가 연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쓴 「애련설(愛蓮說)」이 유명하다. 숙종은 「애련정기(愛蓮亭記)」에서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고, 우뚝 서서 치우치지 아니하며 지조가 굳고 맑고 깨끗하여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에, 이러한 연꽃을 사랑하여 새 정자의 이름을 애련정이라고 지었다.”고 썼다. 이는 다분히 주돈이의「애련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며 숙종 스스로도 주렴계(周濂溪: 주돈이)와 뜻이 같음을 밝혔다.<원전 4>
9-j-7
애련정愛蓮亭의 주련
위치와
연혁 :
애련정 각 기둥의 바깥으로 향한 면에 붙어 있다.
뜻풀이 :
(1) 雨葉眞珠散(우엽진주산)
비 맞은 잎사귀에는 진주가 흩어지고,
(2) 晴花粉?明(청화분검명)
말간 꽃은 화장한 뺨처럼 환하도다.
비 내릴 때 연 잎에 동그랗게 맺혔다가 흘러 떨어지는 빗방울을 진주로 비유하고, 붉은 연꽃을 여자의 곱게 화장한 얼굴에 비유하였다.
(3) 亭近如來座(정근여래좌)
정자는 석가여래의 자리와 가깝고,
(4) 池容太乙舟(지용태을주)
연못은 태을주(太乙舟)를 받아 들였네.
불교에서 석가여래, 즉 부처님이 대개 연꽃 대좌 위에 앉아 있으므로 애련정의 연꽃을 석가여래의 자리로 비유하였고, 연못에 연잎이 많이 나 있는 풍경을 태일진인(太一眞人)이 배처럼 타고 누웠다는 그 연잎에 비유하였다. 태을주는 태일연주(太一蓮舟)와 같은 말로서 태일진인이 타고 있는 연잎 배라는 뜻이다. 북송의 유명한 화가 이공린(李公麟)이 그린 「태일진인도(太一眞人圖)」가 있는데, 그 그림 속의 태일진인이 큰 연 잎 가운데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장면에서 유래한 말이다. 태을(太乙)은 태일(太一)과 같은 말로 우주 만물의 본원, 또는 도(道)를 말하고, 태일진인은 도가의 신선을 뜻한다.
(5) 花愛稱君子(화애칭군자)
꽃을 사랑하여 군자라 일컫고,
(6) 龜齡獻聖人(귀령헌성인)
거북의 수명을 임금님께 바치네.
송나라의 주돈이가 「애련설」에서 연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연꽃을 꽃중의 군자라고 하였다. 또 연못 속에 거북이 사는 것을 보고 거북의 장수를 임금에게도 누리게 하고 싶다는 기원을 담았다. 여기서 성인은 임금을 가리킨다.
(7) 碧筒供御酒(벽통공어주)
푸른 대궁으로 어주(御酒)를 바치니,
(8) 霞綺散天香(하기산천향)
노을 빛 비단 꽃은 천향(天香)을 발산하네.
연꽃의 푸른 대궁, 즉 꽃대로 임금에게 술을 따라 바치니, 노을 빛을 띤 비단 같은 연꽃 잎에 아름다운 향이 마구 풍긴다는 뜻이다. 어주는 임금이 마시는 술, 또는 임금이 상으로 내리는 술을 말한다. 푸른 대궁으로 임금께 술을바친다는 것은 미화법으로 표현한 말이고 ‘하기(霞綺)’도 붉은 연꽃을 미화한 것이다. 천향은 향기를 미화해서 표현한 말로 주로 궁중에서 사용하는 향을 가리킬 때 쓴다.
9-h-8
태액太液
위치와
연혁 : 애련정
연못가에 있는 돌에 새겨진 금석문이다. 애련지
서북쪽은 3층의 계단을 이루고 있는데, 중앙층의 맨 좌측 돌에 글씨를 새겼다. 이로
인해 애련지의 다른 이름이 ‘태액지(太液池)’였을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뜻풀이 : ‘태액(太液)’은 ‘큰 물’이라는 뜻이다. ‘액(液)’은 액체로 물을 뜻한다.
‘태액지’는 원래 중국 한나라의 건장궁(建章宮) 북쪽에 있던 연못 이름이었는데 연못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태액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당나라 때도 대명궁(大明宮) 함량전(含凉殿) 뒤쪽에 같은 이름의 연못이 있었는데, 당대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년) 5)의 유명한 「장한가(長恨歌)」에 “태액지의 연꽃과 미앙궁의 버들이로다[太液芙蓉未央柳]”라는 구절에 나오기도 한다. 청나라 때도 북경(北京) 고궁 서화문(西華門) 밖에 같은 이름의 연못이 있었다.
제작 정보 : 네모로 다듬은 돌에 전서체로 새긴 금석문이다.
1) 춘저는 황태자나 왕세자, 또는 그가 거처하는 공간을 뜻한다. 여기에서는 사후에 익종으로 추존된 효명세자를 가리킨다.
2) 경화는 서울의 번화함을 뜻한다.
3) 도연명은 이름은 잠(潛), 연명은 자이다. “봉급5두미 때문에 향리의 소인에게 굽신거릴 수 없다”며 벼슬을 관둘 때 쓴 것이「귀거래사」이다. 전원 생활의 한아함을 기교없이 쓴 작품들로 후대에 육조 시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 받았으며 많은 영향을 남겼다.
4) 구양수는 자는 영숙(永叔), 호는 취옹(醉翁),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문학에 뛰어나 당송 8대가의 한사람으로 꼽히며 후대 문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5) 백거이의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평이하고 유려한 시풍으로 당대의 시인 원진(元?)과 함께 원백체(元白體)로 불린다. 「장한가」는 당나라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 사이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장편 고시이다.
<원전 1> 『궁궐지』 「창덕궁지(昌德宮志)·의두합(倚斗閤)」, “倚斗閤在暎花堂北, 舊讀書處基, 純宗二十七年丁亥, 翼宗在春邸時改建.” 여기서 순종(純宗)은 순조(純祖)의 처음 묘호(廟號)이다.
<원전 2> 도연명, 「귀거래사」,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
<원전 3> 『노자』 26장, “雖有榮觀, 燕處超然.”
<원전 4> 『궁궐지』 「창덕궁, 애련정」, “予生平不役於耳目, 而獨愛紅衣之處汚濁而不?不改, 以中立而不偏不倚, 耿介拔俗, 瀟灑出塵, 隱然有君子之德, 此所以命名新亭, 而數千載之上, 與吾同志者, 其惟濂溪一人而已乎.”
*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 2] 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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