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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설명

제목
[궁궐의 현판과 주련-창덕궁_연경당 권역 1]
등록일
2010-10-26
주관부서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648








10. 연경당演慶堂 권역

 







10-h-1 연경당演慶堂

 

위치와 연혁 : 진장각(珍藏閣)이 있던 자리에 사대부의 생활을 알기 위해 효명세자가 순조에게 요청하여 세웠다고 전해진다.<원전 1> 그러나 일부 사료에는 순조에게 존호(尊號)를 올리는 경축 의식을 거행할 곳으로 건축했으며 ‘연경’이라는 이름도 이 때에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연경당은 속칭 궁궐 안의 99칸 집으로 유명하지만 순종대에 간행한 『궁궐지』에 따르면 실제로는 연경당(사랑채) 14칸, 내당(內堂: 안채) 10칸 반, 선향재(善香齋) 14칸, 농수정(濃繡亭) 1칸, 북행각(北行閣) 14칸 반, 서행각(西行閣) 20칸, 남행각(南行閣) 21칸, 외행각(外行閣) 25칸으로 모두 120칸이었다. 궁궐 안의 다른건물들이 단청과 장식을 화려하게 한 것에 비하여 이 집은 단청을 하지 않았고 구조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둥 위에 공포 1)를 두지 않은 민도리집이다. 처음 지었던 연경당은 없어지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그 후에 새로 지은 것이다.

‘연경당’은 이곳의 건물군(群) 전체의 이름이면서 사랑채의 당호이기도 하다.

사랑채인 연경당은 정면 6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홑처마 집인데 이 집 주인의 일상 거처이다. 대궐에서 퇴궐하면 이 방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또 문객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뜻풀이 : ‘연경(演慶)’은 ‘경사(慶事)가 널리 퍼진다’는 뜻이다. ‘연(演)’ 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늘이다(延)’, ‘널리 펴다’는 뜻이다. 『동국여지비고』에 의하면 1827(순조 27)년 효명세자가 대조(大朝: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경사스런 예(禮)를 만났고 마침 연경당을 낙성하였으므로 그렇게 이름하였다고 한다.<원전 2>






10-j-1 연경당演慶堂의 주련

 

뜻풀이 :

(1) 秦城樓閣烟花裏(진성누각연화리)

진(秦)나라 성의 누각은 연화(烟花) 속에 있고,

(2) 漢帝山河錦繡中(한제산하금수중)

한(漢)나라 황제의 산하는 금수(錦繡) 속에 있네.

 

청명(淸明)절을 맞은 도성(都城)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린 시 구절이다. 연화는 안개 속에 쌓여 있는 꽃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봄 경치를 은유한 표현이고, 금수는 수 놓은 비단이라는 뜻으로 풍광이 아름다울 때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였고 한나라는 중국에 문화의 번영을 가져온 나라이므로 모두 중국을 비유하고자 관습적으로 끌어왔다. 두보의 시「청명(淸明)」 이수(二首) 중 제 2수<원전 3>에서 따 온 구절이다.

 

제작 정보 : ‘한제(漢帝)’가 여러 시선집에는 대부분 ‘한주(漢主)’로 되어 있으나 의미에 차이는 없다.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董其昌(동기창)’2)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3) 臨事無疑知道力(임사무의지도력)

일에 임하여 의문이 없으니 도력을 알겠고,

(4) 讀書有味覺心閒(독서유미각심한)

글을 읽음에 참맛이 있으니 마음 한가로움을 깨닫네.



도를 깨달아 막힘 없고 만족스러운 마음을 갖고, 책이나 읽으면서 한가한 삶을 누리는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송나라 승려 각범(覺範, 1071~1128년) 3)의 「이십일우서(二十日偶書)」 이수(二首) 중 제 2수의 <원전 4>함련(?聯)에서 따 왔다.

 

제작 정보 : ‘심(心)’이 다른 문헌에는 ‘신(身)’으로 된 곳이 있다. 좌측에 쓰인글씨는 불명확하지만 형태로 보아 ‘옹방강(翁方綱)’을 모사(模寫)하면서 잘못새긴 것으로 보인다. ‘方綱(방강)’과 ‘覃谿(담계)’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어 청나라 학자 옹방강 4)의 글씨임을 알려 준다. 담계는 옹방강의 호이다.



 


 

(5) 雲裏帝城雙鳳闕(운리제성쌍봉궐)

구름 속 도성에는 한 쌍의 봉궐(鳳闕)이요,

(6) 雨中春樹萬人家(우중춘수만인가)

빗속의 봄 숲에는 수많은 인가로다.

 

구름 속에 우뚝 솟은 궁궐의 모습과 봄비 내리는 중에 숲속에 싸여 있는 평화로운 민가의 모습을 묘사했다. ‘봉궐’은 궁궐을 달리 부르는 말인데 한나라 때 궁궐 꼭대기에 구리로 만든 봉황을 설치한 데서 유래한 호칭이다. 당나라 시인 왕유의 「봉화성제 종봉래향흥경각도중 유춘우중 춘망지작 응제(奉和聖製從蓬萊向興慶閣道中留春雨中春望之作應制); 임금께서 지으신 「봉래궁에서 흥경궁을 가는 도중에 봄비 속에 머물면서 봄 경치를 바라보며」라는 작품에 화답하여 짓다)」<원전 5>에서 따 온 구절이다.

 

제작 정보 : ‘운리(雲裏)’가 ‘설리(雪裏)’로 되어 있는 문헌도 있다. 좌측에 ‘董其昌書(동기창서)’라고 쓰여 있어 동기창의 글씨임을 알려 준다. 경복궁의 함화당, 창덕궁의 한정당에도 같은 내용의 주련이 있다.


 

(7) 瑞氣逈浮靑玉案(서기형부청옥안)

상서로운 기운은 아득히 청옥안(靑玉案)에 떠 있고,

(8) 日華遙上赤霜袍(일화요상적상포)

햇빛은 멀리 적상포(赤霜袍) 위로 솟아 오르네.

 

주변 공간을 신선들이 사는 세계에 빗대어 신선의 책상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신선의 옷자락에는 햇빛이 솟아오른다고 묘사하였다. 청옥안은 청옥으로 만든 책상이라는 뜻으로서 여기서는 신선의 책상을 말하며, 적상포도 신선이 입는 도포로 모두 선계를 가리킨다. 당나라 경위(耿?, ?~?년) 5)의 시 「조하기한사인(朝下寄韓舍人)」<원전 6> 중 함련에서 따 온 구절이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米?(미불)’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미불 6)은 북송 시대의 서화가로, 소동파, 황정견 등과 친교가 있었다.


 

 

뜻풀이 :

(9) 雲近蓬萊常五色(운근봉래상오색)

구름은 봉래궁(蓬萊宮)에 가까워 늘 오색 빛이요,

(10) 雪殘?鵲亦多時(설잔지작역다시)

눈은 지작관(?鵲觀)에 남아 오랫동안 쌓여 있네.

 

봉래궁이 하늘에 드높이 솟아 구름이 가까이 떠 있으며 항상 상서로운 오색 빛을 띠고 있고, 지작관의 응달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말이다. 봉래궁은 원래 신선이 산다는 전설 속의 이름인데 여기서는 궁전의 이름으로 쓰였다. 중국 당나라 때 장안의 용수산(龍首山)에 있던 대명궁을 봉래궁이라고 고쳐 불렀다. 지작관은 한나라 때 감천원(甘泉苑)에 있던 누관(樓觀) 7)의 이름인데, 이 누관이 크고 높아서 깊은 응달이 졌음을 말한다. 두보의 「선정전퇴조만출좌액(宣政殿退朝晩出左掖; 선정전에 조회를 마치고 저녁에 문하성을 나서며)」<원전 7> 중 경련(頸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米?(미불)’이 적혀 있다.


 

(11) 山中老宿依然在(산중노숙의연재)

산 속의 노스님은 늘 그대로 앉은 채로

(12) 案上楞嚴已不看(안상능엄이불간)

책상 위에 『능엄경(楞嚴經)』을 이미 보지 않고 있네.

 

걸림 없는 무애(無碍)의 경지에서 경전마저 초월한 불립문자(不立文字) 8)의 생활을 하는 노스님의 초탈한 생활을 읊은 시구이다. 『능엄경』은 심성의 본성을 밝힌 불경의 하나로 선종 승려들이 많이 연구했다. 이는 송나라 시인 소식의 「증혜산승혜표(贈惠山僧惠表)」<원전 8>중 함련에서 따온 구절이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劉墉(유용)’이라는 글을 적었다. 유용은 청나라의 서예가로서 옹방강과 동시대 인물이다.

 


뜻풀이
:

(13) 名將存心惟地理(명장존심유지리)

명장이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오직 지리(地理)뿐이요,

(14) 聖門傳業只官書(성문전업지관서)

성인 문하에 업을 전하는 것은 다만 관서(官書)일 뿐이네.

 

명장은 전쟁에서 승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지형의 이치를 잘 알아야 하고,성인의 문하에서 업을 전수하는 것은 오직 관서로써 한다는 말이다. 관서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제작 정보 : ‘李丙熙印(이병희인)’, ‘三州後人(삼주후인)’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이병희는 호가 농천(農泉), 농암(農巖)이며 대구 출신으로 군수를 지냈다. 행서와 초서에 능했으며 강릉 선교장(船橋莊)의 활래정(活來亭) 주련을 비롯해 수많은 고택과 사찰의 주련을 썼다. 
 
 

뜻풀이 :

(15) 九天日月開新運(구천일월개신운)

구천(九天)의 해와 달이 새로운 운을 열어 주니,

(16) 萬里雲霞醉太平(만리운하취태평)

만리의 구름과 노을은 태평에 취해 있네.

 

드높은 하늘의 해와 달이 국가가 새롭게 발전할 운을 열어 주니 만리에 걸쳐 떠있는 구름과 노을도 태평에 취한 듯 붉게 물들어 있다는 말이다. 구천은 드높은 하늘이라는 뜻으로, 궁궐이라는 의미도 있어 여기서는 중의적으로 쓰였다. 나라가 새로운 기운을 받아 태평성대를 이룬 모습을 노래한 구절이다.

 

제작 정보 : ‘이병희인(李丙熙印)’, ‘삼주후인(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17) 千里春風回碧巒(천리춘풍회벽만)

천리에 봄바람은 푸른 봉우리를 돌아오고,

(18) 南極祥光兆吉昌(남극상광조길창)

남극성(南極星)의 상서로운 빛은 길상(吉祥)을 알려오네.

 

천리 멀리에서 불어온 봄바람은 푸른 산봉우리를 휘돌아 오고, 수명을 주관하는 남극성은 상서로운 길조(吉兆)를 보여 준다는 말이다. 남극성은 남극노인성으로 인간의 수명을 주관한다고 여겨져 장수를 축원할 때 곧잘 언급되었다.

 

제작 정보 : ‘李丙熙印(이병희인)’, ‘三州後人(삼주후인)’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19) 請於上古無爲世(청어상고무위세)

상고 시대와 같은 무위(無爲)의 세상에서

(20) 長作天家在野臣(장작천가재야신)

길이 천자의 백성이 되기를 청하네.

 

요순 임금이 다스리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세상에서 오래도록 벼슬도 하지 않는 평범한 백성이 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노래하였다. ‘무위’는 백성을 교화하거나 인위적 통치를 하지 않아도 세상이 잘 다스려짐을 뜻한다.<원전 9>

 

제작 정보 : ‘李丙熙印(이병희인)’, ‘三州後人(삼주후인)’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1) 功崇六宇郭中令(공숭육우곽중령)

공이 온 세상에 높은 이는 곽중령(郭中令)이요,

(22) 荷香風共聖之淸(하향풍공성지청)

연꽃 향기 바람과 함께 하는 이는 성인 중에 맑은 사람일세.<원전 10>

 

명신 곽중령(郭中令, 697~781년)과 같이 높은 공을 세우는가 하면, 연꽃처럼 맑은 백이(伯夷) 10)의 정신을 본받기도 한다는 뜻이다. 곽중령은 당나라의 곽자의(郭子儀)인데, 그는 높은 벼슬에 올랐으며 자식도 많아 팔자 좋은 사람의 전형으로 일컬어진다. 세상에 나아가 경륜을 펼치거나 물러나 절조를 지키는 출처(出處), 행장(行藏)을 읊은 구절이다.

 

제작 정보 : ‘李丙熙印(이병희인)’, ‘三州後人(삼주후인)’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뜻풀이 :

(23) 兩京名詔皆高士(양경명조개고사)

두 서울 11)에 조서로 부르는 자는 모두가 고사이니,

(24) 四時和氣及蒼生(사시화기급창생)

사시에 온화한 기운이 온 백성에게 미치네.

 

온 나라에 조서를 내려 훌륭한 인재를 천거해 올리라는 명을 내리니 거기에 응해 온 인물들이 모두 고상한 선비들이어서, 이들에 힘입어 훌륭한 정치를 행하여 언제나 온화한 기운이 백성들에게 미친다는 말이다. 고사(高士)는 인격이 높고 성품이 깨끗한 선비를 뜻한다.

 

제작 정보 : ‘李丙熙印(이병희인)’, ‘三州後人(삼주후인)’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5) 山靜日長仁者壽(산정일장인자수)

산은 고요하고 해는 길어 어진 이는 장수하고,

(26) 月明人影鏡中來(월명인영경중래)

달 밝으니 사람 그림자가 거울 속에 비춰 오도다.

 

고요한 산 속에서 참된 성정을 기르면서 밝은 달밤에 연못가를 산책하는 모습이다. ‘거울 속’은 거울처럼 맑은 물을 가리킨다. 첫 구절은 『논어(論語)』의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활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정적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원전 11>라는 내용을 응용한 표현이다.

 

제작 정보 : ‘李丙熙印(이병희인)’, ‘三州後人(삼주후인)’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7) 半窓?影梅花月(반창소영매화월)

창 한 켠에 성긴 그림자는 달빛에 매화요,

(28) 一榻淸風栢子香(일탑청풍백자향)

책상에 맑은 바람은 측백의 향기로세.

 

매화나무 가지에 달이 떠올라 성긴 매화 가지의 그림자가 창문에 비치고, 측백나무 향기가 섞인 바람이 책상 위로 불어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속세를 벗어난 듯한 맑고 깨끗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첫 구절은 북송 때의 시인 임포(林逋, 967~1028년)의 시 「산원소매(山園小梅)」에 나오는 “맑고 얕은 물가에는 성긴 가지 비껴 있고 / 달 뜨는 황혼녘에 은은한 향기 도네(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는 구절을 응용한 표현이다. ‘백(栢)’자를 우리나라에서는 『두시언해』 이후로 흔히 ‘잣나무’로 번역하지만 원래는 측백나무를 뜻하므로 여기서는 원 뜻대로 번역하였다.

 

제작 정보 : ‘李丙熙印(이병희인)’, ‘三州後人(삼주후인)’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뜻풀이 :

(29) 山逕繞邨松葉暗(산경요촌송엽암)

산길은 마을을 두르고 솔잎은 짙은데

(30) 柴門臨水稻花香(시문임수도화향)

사립문은 물에 가까워 벼꽃은 향기롭네.

 

마을을 둘러 산길이 나 있고 산에 자란 솔잎은 짙은 그늘을 이루고 있는데, 사립문은 물 가까이 있어 벼꽃 향기가 바람에 풍긴다. 시골 산촌의 한가롭고 정겨운 모습을 묘사하였다. ‘邨(촌)’은 ‘村(촌)’과 같은 글자이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春? 于湘蘭(춘원 우상란)’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뜻풀이 :

(31) 於此閒得少佳趣(어차한득소가취)

이 곳에서 한가히 약간의 아름다운 흥취 얻으니,

(32) 亦足以暢敍幽情(역족이창서유정)

또한 그윽한 정을 펼치기에 족하도다.

 

일상에서 잠시 동안 아름다운 흥취를 얻어 그윽한 마음 속 정을 펼쳐 보는 소박한 정취를 노래하였다. 뒷 구절은 중국 진나라 때의 서예가이자 문인인 왕희지(王羲之, 307~365년) 11)의 「난정기(蘭亭記)」에서 “비록 성대한 거문고와 피리소리는 없지만, 술 한 잔 마시고 시 한 수를 읊으니 그윽한 마음 활짝 펴기에 충분하도다.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라고 한 표현에서 따 왔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鐵保(철보)’라는 글이 적혀 있고‘鐵保私印(철보사인)’이라는 낙관과 그의 호 매암(梅庵)을 나타내는 ‘某庵(매암)’이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다. 12) ‘某(매)’는 ‘梅(매)’의 본자이다.


 
 

(33) 淸興高於將上月(청흥고어장상월)

맑은 흥은 솟아 오르려는 달보다 높고,

(34) 深情溢比欲開尊(심정일비욕개준)

깊은 정은 열려고 하는 술독에 비할 만큼 넘친다네.

 

밝은 달밤에 벗과 더불어 잘 익은 술을 마실 때의 맑은 흥취와 깊은 정을 노래하고 있다. ‘尊(준)’은 ‘樽(준)’과 같은 글자로 쓰였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전생 허내선(?生 許乃善)’이라는 글이 적혀 있고 ‘전생(?生)’이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다. 외관상 ‘善(선)’자가 안보이나 보수 과정에서 지워진 것이며 건탁(乾拓)을 해 보면 확인된다.

 

 

(35) ?約屢申松菊徑(동약루신송국경)

노복과의 약속<원전 12>도 소나무와 국화의 길에서 자주 하였고,

(36) 水租先報?荷洲(수조선보기하주)

수조(水租)도 마름꽃과 연꽃이 핀 물가에서 먼저 받았네.

 

자연을 사랑하여 항상 소나무와 국화가 자란 길을 노닐므로, 노복과의 약속도 이 곳에서 하게 된다. 또 마름꽃과 연꽃이 피는 물가가 좋아 수세(水稅)를 받는 보고도 이런 곳에서 받다는 뜻이다. 수조(水租)는 수세(水稅)를 뜻하는 듯한데,봇물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는 세금이다. 한나라 신행(愼行)의 「진부암급간이종원도색제(陳傅巖給諫以種園圖索題)」 이수(二首)<원전 13> 중 경련(頸聯)에서 따 온 구절이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成親王(성친왕)’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성친왕은 건륭제의 열한 번째 아들 영성(永?, 1752~1823년)의 봉작이다. 특히 해서에 뛰어났고 추사 김정희도 그의 글씨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뜻풀이 :

(37) 春雨杏花虞學士(춘우행화우학사)

봄비에 살구꽃은 우학사(虞學士)가 노래했고,

(38) 酒旗山郭杜司勳(주기산곽두사훈)

주막 깃발 산 성곽은 두사훈(杜司勳)이 읊었다네.

 

송말 원초의 성리학자 우집(虞集, 1272~1348년) 13)과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803~853년) 14)의 작품에서 한 부분씩 인용하여 봄날의 아름다운 정취와 산촌의 반가운 주막의 모습을 읊었다. 앞 구절은 우집이 「풍입송 기가경중(風入松 寄柯敬仲)」이라는 사(詞)에서 “살구꽃 봄비 내리는 강남이라네(杏花春雨江南)”라고 쓴 것을 가리키고, 뒤의 구절은 두목의 시 「강남춘(江南春)」에 “물가 마을산 성곽에 주막 깃발 펄럭이네(水村山郭酒旗風).”이라는 구절이 있음을 말한것이다. 우집은 한림직학사(翰林直學士)를 지냈기 때문에 우학사라고도 했으며 두목은 사훈원외랑(司勳員外郞)을 지냈기 때문에 두사훈이라했다.

명나라 주무서(朱茂曙)의 시 「진회하춘유즉사(秦淮河春遊卽事)」<원전 14>에서 경련(頸聯)을 따 왔다. 명나라 진욱(秦旭, 1410~1494년)의 「주중기흥(舟中紀興)」에 “東風兩?雪?? 一枕蘭舟酒半? 不似邵菴虞學士 杏花春雨憶江南”이라고 하였는데, 전(轉)·결(結)구에 유관한 표현이 보인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笛樓 溫忠彦(적루 온충언)’과‘小有山房(소유산방)’ 등의 낙관이 있다. ‘彦(언)’자가 이상한 형태로 보이나 보수 과정에서 잘못 칠한 것이며, 건탁(乾拓)해 보면 분명히 확인된다.

 

 

(39) 樂意相關禽對語(낙의상관금대어)

즐거운 뜻 서로 관계하여 새들은 마주하여 지저귀고,

(40) 生香不斷樹交花(생향불단수교화)

향기 풍겨 끊이지 않으니 나무는 꽃과 서로 어울렸네.

 

즐거운 마음을 나누는 듯이 서로 마주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과, 끊임없이 향기를 풍기며 서로 어우러진 초목·화초들의 풍광을 노래하였다. 송나라 시인 석연년(石延年, 994~1041년) 15)의 「금향장씨원정(金鄕張氏園亭)」<원전 15>에서 경련을 따 왔다.

 

제작 정보 :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卓秉恬(탁병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탁병념(1781~1855년)은 여러 관직에 있었던 청나라의 문신이다.








10-h-2 장락문長樂門

 

위치와 연혁 : 연경당의 정문이다.

 
 

뜻풀이 : ‘장락(長樂)’은 ‘길이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이다. 고전에 쓰인 예로는 『한비자(韓非子)』 16) 「공명(功名)」 편에 “존엄한 군주의 지위를 가지고 충신을 제어하면 오랜 즐거움이 생기고 공명을 이루게 된다.”<원전 16>라고 한 것을 들 수 있다.



 

제작 정보 : 낙선재의 대문 이름도 똑같은 장락문(長樂門)이다.





10-h-3 장양문長陽門


 

위치와 연혁 : 정문인 장락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동쪽에 있으며, 연경당의 사랑채 문이다. 사랑채는 남성의 공간이므로 솟을대문으로 만들었다. 솟을대문은 사대부가 초헌(?軒) 17)을 타고 드나들 수 있도록 행랑채의 지붕보다 높이 솟아오르게 지은 것이다.



 

뜻풀이 : ‘장양(長陽)’은 ‘길이(오래도록) 볕이 든다’는 뜻이다. ‘양(陽)’은 볕, 남성, 하늘 등 양기(陽氣)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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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포는 전통 목조건축에서 처마끝을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 같은 데 짜맞추어 댄 나무 구조물로, 장식의 기능도 겸한다.

2) 동기창에 대해서는 낙선재의 주련 참조.

3) 각범의 성은 팽(彭)씨, 이름은 혜홍(惠洪) 또는 덕홍(德洪)으로 서주(瑞州)에서 태어났다.『임간록(林間錄)』, 『고승전』,『기신론해의(起信論解義)』 등 많은 저술을 남겼다.

4) 옹방강에 대해서는 7-j-1 낙선재의 주련 참조.

5) 경위는 자는 홍원(洪源), 하동(河東)출신이다. 당나라 중기가 시작되던 대력(大曆) 연간(776~779년)에 시로 명성을 얻은 대력 10재자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6) 미불은 자는 원장(元章), 호는 남궁(南宮)·해악(海岳)으로 호북성(湖北省)출신이다. 그림과 문장·서(書)·시 ·고미술 일반에 대해 조예가 깊어 궁정의 서화박사(書?博士)에 임명되기도 하였다.

7) 누관은 전망과 경치가 좋은 누각.

8) 불립문자란 깨우침은 문자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체험을 중시하는 선종의 구도 방식을 표명한다.

9) 백이는 중국 은(殷)나라 말의 현인이다. 이름은 윤(允), 자는 공신(公信). 주나라의 무왕(武王)이 은의 주왕(紂王)을 치려고 했을 때, 아우인 숙제(叔齊)와 막으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죽었다.

10) 양경(兩京)은 주나라의 호경(鎬京)과 낙읍(?邑), 한나라의 장안과 낙양(洛陽), 북경(北京)과 남경(南京) 등을 가리키는데, 주로 한나라의 장안과 낙양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11) 왕희지는 자 일소(逸少). 우군장군(右軍將軍)을 지내 왕우군이라고도 불린다. 예술로서 서예의 지위를 확립하여 중국 고금(古今)의 첫째가는 서예가로 존경받는다.「난정기」는 시모임인 난정회(蘭亭會)의 시집에 쓴 서문이다.

12) 철보에 대해서는 7-j-1 낙선재의 주련을 참조.

13) 우집은 자는 백생(伯生), 호는 소암(?菴)이다. 송대 성리학자들의 도학시를 모은『염락풍아(濂洛風雅)』를 편찬하여, 도학시를‘염락시(濂洛詩)’라고 부르는것이 그로부터 유래했다.

14) 두목은 자 목지(牧之), 호 번천(樊川). 이상은(李商隱)과 더불어 이두(李杜)로 불리는 만당기의 대표적 시인이다. 함축성이 풍부한 서정시를 많이 남겼다.

15) 석연년은 자는 만경(漫卿)이다. 곧은 절개를 갖고 속세에서 멀리 떠나 글을 쓰는 생활을 했다. 특히 시에 능했다.

16) 『한비자』는 중국 전국(戰國)시대 말기에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주창한 한비(韓非, 기원전 280~기원전 233년)와 그 일파의 견해를 모아 엮은 책이다.

17) 초헌은 벼슬아치들이 타던 가마를 가리킨다.

 

 

<원전 1> 『동국여지비고』와 『한경지략』에는 순조 27년, 『궁궐지』에는 순조 28년에 건립하였다고 나와 있다.

<원전 2> 『동국여지비고』 1권, 「경도(京都)」,“純祖二十七年, 翼宗在春宮時, 創建于珍藏閣舊基, 時値大朝上尊號慶禮, 而適成, 故名之.”

<원전 3> 『두보』, 「청명」. “此身飄泊苦西東 右臂偏枯半耳聾 寂寂繫舟雙下淚 悠悠伏枕左書空十年蹴?將雛遠 萬里?韆習俗同 旅雁上雲歸紫塞 家人鑽火用靑楓 秦城樓閣煙花裏 漢主山河錦繡中 風水春來洞庭? 白?愁殺白頭翁”

<원전 4> 각범, 「이십일우서」 이수, “此生早衰坐世故 末路易歸驚?艱 臨事無疑知道力 讀書有味覺身閑 解醫憂患臂三折 難隱文章豹一斑永?山完山赤頭璨 不令姓氏落人間.”

<원전 5> 왕유, 「봉화성제 종봉래향흥경각도중유춘우중 춘망지작 응제」,

<원전 6> 경위, 「조하기한사인」. “侍臣鳴?出西曹 鸞殿分階翊綵? 瑞氣?浮靑玉案 日華遙上赤霜袍 花間焰焰雲旗合 鳥外亭亭露掌高 肯念萬年芳樹裏 隨風一葉在蓬蒿.”

<원전 7> 두보, 「선정전퇴조만출좌액」, “天門日射黃金? 春殿晴?赤羽? 宮草菲菲承委?爐烟細細駐遊絲 雲近蓬萊常五色 雪殘?鵲亦多時 侍臣緩步歸?? 退食從容出每遲.”

<원전 8> 소식, 「증혜산승혜표」, “行遍天涯意未? 將心到處遣人安 山中老宿依然在 案上楞嚴已不看 ?枕落花餘幾片 閉門新竹自千竿 客來茶罷空無有 盧橘楊梅尙帶酸”

<원전 9> 『논어』 「위령공」 편, “子曰, 無爲而治者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이에 따르면 ‘무위의 세상’이란 요순 시대를 말한다.

<원전 10> 『맹자』 「만장(萬章) 하(下)」 “孟子曰,伯夷, 聖之淸者也, 伊尹, 聖之任者也, 柳下惠, 聖之和者也, 孔子, 聖之時者也.”라고 한 데서 ‘성인 중에 맑은 사람’은 백이를 가리킨다.

<원전 11> 『논어』 「옹야」편,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원전 12> 한(漢)의 왕포(王褒)가 『동약(?約)』을 지어서 노비와의 계약을 기록하였는데, 그이후 동약이라는 표현은 주인과 노복의 약속을뜻하게 되었다. 청나라 조익(趙翼)의 시 「동약」에, “?約雖頒十數條, 守門奴已出遊?”라고 하였다.

<원전 13> 신행, 「진부암급간이종원도색제」, 이수 “身在元龍百尺樓 菴居那便署休休 慣聽絲竹知魚樂 別築陂塘領鶴游 ?約屢申松菊徑 水租新報?荷洲 黃橙綠橘皆垂實 歲計如農亦有秋.”

<원전 14> 주무서(朱茂曙), 「진회하춘유즉사」,“橋下溪流燕尾分 灣頭新水慣?裙 六朝芳草年年綠 雙調鳴箏戶戶聞 春雨杏花虞學士 酒旗山郭杜司勳 兒童也愛晴明好 紙剪春鳶各一?.”

<원전 15> 석연년, 「금향장씨원정」, “亭館連城敵謝家 四時園色?明霞 窓迎西渭封侯竹 地接東陵隱士家 樂意相關禽對語 生香不斷樹交花 縱遊會約無留事 醉待參橫月落斜.”

<원전 16>『한비자』, 「공명」편. “以尊主御忠臣,則長樂生而功名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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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 2] 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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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_문화재청 대변인실 (042-481-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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