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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 지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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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함께 명칭을 결정합시다.
작성자
김우영
작성일
2021-09-07
조회수
150

수승대나 수송대나 둘 다 외지인에게는 단순히 여름에 잠깐 가는, 지방에 정말 흔해빠진 관광지 중 하나일 겁니다. 그 이름이 뭐가 됐건 이번 휴가 때 거창 펜션에서 구워먹을 삼겹살이 100g에 1,990원하는 것보다도 안 중요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역민에게는 그 '아무 곳'이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앞 분식집 골목이라거나 오락실, 늘 자리를 지키던 동네 빵집과 같이 추억이 서린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수승대'라는 장소의 무게감이 누군가의 삶에서는 '신촌역 3번출구 맥도날드'나 서면 쥬디스태화처럼 지역을 기억하는 랜드마크로서, 골목 한구석에서 불법테이프를 팔던 세운상가처럼 동네 형들과 몰래 막걸리를 마시며 일탈하던 아지트로서, 잠실주공5단지의 옛 수영장 부지처럼 소꿉친구들과 수영하던 여름 유원지로서 소중할 수가 있습니다. 문화재청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할 전근대시기 기록뿐만 아니라 현재 이 고장을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1980년대와 1990년대, 2000년대의 기억도 현재진행형으로 새기면서 매일 새로 만들어져 가는 랜드마크가 수승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의사 반영 없이 중앙정부의 의지만으로 내 고장 랜드마크의 명칭이 변경되어야 하는 사실이 지역민으로서는 부당하며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역주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중앙권력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명칭을 변경한다면, '수승대'라는 단어를 매개로 지층처럼 쌓여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지우개로 지우듯 젠트리피케이션할 것입니다. 이는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현 정부 기조에도 배치될 것입니다. 문화재청 차원에서도, 지역민 사이에 무형문화재처럼 간직되어오던, 어쩌면 과거의 역사보다도 더 소중할 수 있는 현재의 역사들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수승대의 명칭을 지역주민 동의 없이 함부로 바꾸지 말아 주세요. 굳이 바꾸려거든,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뒤 중앙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명칭을 결정합시다. 문화재청 예규 제227호의 제6조 제1항과 제3항에서는 각각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관리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분쟁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규정과 절차를 적극 검토하여 함께 정책을 추진합시다. 우리 동네 주민들의 옛 기억을 광주대단지사건이나 난쏘공 행복동 주민들처럼 다른 이름으로 폭력적으로 철거시키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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