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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판소리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요”
작성일
2023-08-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77

“판소리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명창부 장원 서진희 명창 제49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명창부 무대에 서진희 명창이 올랐다. 심청전 중 ‘곽부인 상여 나가는 대목’을 부른 서진희 명창의 애끓는 소리는 심사위원은 물론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장원의 영예를 안았다.

꼬마, 판소리에 빠지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한복을 곱게 입은 서진희 명창을 만난 곳은 소리의 고장 전주한옥마을의 온고을소리청이었다. 온고을소리청은 서진희 명창의 시부모인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 김영자 명창과 적벽가 보유자 김일구 명창이 후학을 양성하는 곳이다. 남편 역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인 김도현 명창으로, 가족 모두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장원을 차지한 국악 명문가이다.


“전주대사습놀이에 참가한 것은 소리꾼으로서 욕심도 있었지만, 시부모님과 남편의 명예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누구도 강요하거나 부담을 주지는 않았지만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거든요. 이제 비로소 숙제를 마친 느낌이에요.”서진희 명창이 판소리와 만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운명적이었다. 그의 나이 다섯 살에 가야금산조 이수자로 전북도립국악원에서 가야금 공부를 하던 어머니 김정순 씨의 치마꼬리를 잡고 강의실에 함께 다니면서 국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언니 둘이 이미 국악을 공부하던 상황에서 막내인 그까지 판소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여덟 살 때였고, 판소리 영재라고 불릴 정도로 재능을 금방 인정받았다.


“어머니를 따라간 강의실에서 들었던 판소리가 그 어린 나이에도 너무 좋았나 봐요. 어머니가 하시던 가야금보다 판소리와 무용에 더 관심이 갔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판소리를 줄줄 외울 정도로 판소리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00.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명창부 장원 서진희 명창

한계를 뛰어넘어 다시 만난 나의 소리

그토록 사랑하는 판소리였지만 30대를 맞이할 무렵 서진희 명창에게도 ‘소리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찾아왔다. 그랬던 그에게 큰 자극제가 되어준 것은 시어머니 김영자 명창의 소리였다.


“저는 원래 심청가와 춘향가 동초제를 했고, 시어머니는 강산제, 동편제를 하셨어요. 시어머니의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깊이 있는 소리에 매료되었어요.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제자로서 시어머니께 소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서진희 명창은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니에게 ‘수궁가’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이듬해 2014년에 완창을 했다. 그런 그의 삶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 건 두 아들을 얻은 후였다. 연년생 아들들의 육아로 연습할 시간조차 없었던 서진희 명창에게 판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하지만 그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다른 걸 찾았고, 그간 미뤄뒀던 대학원 논문을 쓰기로 결심했다. “말 그대로 피, 땀, 눈물이 담긴 너무도 귀한 졸업을 했다”라고 말하는 서진희 명창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드리운다.


01.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02.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장원 상을 받는 서진희 명창 03.장원을 차지한 서진희 명창의 앙코르 공연

서진희 명창이 육아로 인한 단절의 시간을 뛰어넘어 창극 배우로서 온전히 자리 잡게 된 것은 국립민속국악원에 복직한 뒤 첫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 2019년 창극 <지리산> 덕분이었다. 창극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서진희 명창이 잃어버렸던 소리꾼으로서의 자신을 다시 찾고자 마음을 먹게 했던 중요한 지점이 되었다. 이 지점을 통과한 그는 결국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 도전해 2위를 했고, 그 경험을 살려 마침내 올해 장원을 차지할 수 있었다. 공백을 딛고 소리를 되찾기까지 달려온 긴 여정이 마침내 결실을 거둔 순간이었다.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대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문화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요즘, 서진희 명창은 자신의 역할과 역량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는 전통음악의 영상 조회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국악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걸 보면서 전통음악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콘서트를 열어 자작곡을 발표하고, 서양 악기와 컬래버한 공연도 선보였다. 앞으로도 ‘국악은 전통을 지키는 길과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대중음악의 길을 양립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판소리 완창을 음반으로 제작했어요. 사실 관객들이 판소리 완창을 듣기가 힘들거든요. 소리를 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완창을 하되 색다른 음악적인 시도를 가미해서 듣는 이의 몰입을 높이고 덜 지루하게 하려는 목표로 음반 작업을 했죠.”


소리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는 서진희 명창에게 판소리는 극치의 음악이다. 말맛과 호흡, 발성 등 다양한 변화를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면서 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판소리는 그 경지가 너무 높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판소리를 멈출 수 없는 것은 관객과 주고받는 마음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서 다시 한번 우리 판소리가 가진 소통의 힘을 실감한다.




글. 이경희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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