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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본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빚어낸 독특한 건축물
작성일
2017-09-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270

일본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빚어낸 독특한 건축물 - 등록문화재 제37호 함양 구 임업시험장 하동·함양지장 건축물은 시대적 상황을 말해주는 지표다. 등록문화재 제37호 함양 구 임업시험장하동·함양지장은 일제 강점기때 건물로 근대화를 거치면서 나타난 당시 문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1917년 건립되어 경도제국대학 부속 연습림을 관리하는 사무실로 사용되었던 이 건물은 현재 산림정보관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시대 역사에도 깃들어 있다.  함양 구 임업시험장 하동·함양지장의 전경

푸르른 숲을 관리하던 사무실, 산림 정보관으로

우리나라 초기 근대건축물은 주로 일본에서 이입되어 전국 곳곳에 건립되었다.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0년대에는 손쉽게 건립이 가능한 일본식 목조 건축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양의 고전적 건축양식을 차용한 석조건축물들은 관공서, 은행, 호텔 등에서 일부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함양 구 임업시험장 하동·함양지장’은 일제강점기 초기 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목조건축물로 그 당시 근대건축물 중에서 찾아보기 매우 드문 예이다. 또한, 건립 당시 시대적 건축 문화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2002년 5월 31일 등록문화재 제37호로 지정되었다.

이 건물은 1917년 경도제국대학 부속 연습림(임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연구 및 교육 실습 시설로서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산림)을 관리하는 사무소로 건립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제강점기인 1911년 6월 20일 삼림령 10호를 공포하고 그해 전국의 국유림을 실습림 또는 학교림이라는 미명하에 소학교, 중학교뿐만 아니라 일본대학의 각 대학에 대부형식으로 제공된 것에 있다.

경도제국대학 부속연습림은 1912년 12월 1일 조선총독부로부터 향후 80년을 기한으로 국유림을 무상으로 대부받았다. 그 결과, 경상도 산청군 금서면, 함양군 휴천면, 마천면, 석복면, 전라남도 남원군 산내면, 동면, 운봉면, 주천면의 2도 3군 8면에 걸쳐 지리산의 북쪽 일대를 점유하게 되었다. 이때 함양군 석복면에 사무소를 두고 마천면과 전라북도 남원군 운봉면에 작업소를 두었다. 이 연습림이 개설된 이후 5년이 지난 1917년에 완공되어 1945년 해방전까지 경도제국대학 연습림 사무소로 사용되었다. 건립 당시의 구체적인 공간 구성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상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건축물의 구조와 형태만은 그대로 남아 있어 이 건물만의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함양 구 임업시험장 하동·함양지장’은 1945년 해방 이후에 조선임업시험장 남선지장(함양) 사무소로 사용되었고, 1964년부터는 임목육종연구소 남부지장 사무실로 쓰였다. 그 후 직제개편 등으로 1969년 안동영림서 남원관리소 함양보호담당구 사무실, 1987년 남부영림서 남원관리소 함양출장소 사무실, 1991년 남원영림서 함양관리소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어왔다. 1993년에는 이 건물 옆에 2층의 새로운 청사를 건립하여 이전하면서 방치되었다. 하지만 2000년 6월 13일, 함양국유림관리사무소 산하 산림정보관으로 리모델링하여 내부가 임정의 발달사, 남부지방의 주요 산림수종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졌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양 건축 양식과 일본식 목조 구법을 확인할 수 있다

서양의 건축적 양식이 드러나다

‘함양 구 임업시험장 하동·함양지장’은 함양국유림관리사무소로 들어가는 주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건물 둘레에는 오래된 수림이 잘 가꾸어져 있는 수목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면이 북향이고, 배면이 남향이기 때문에 주출입구는 북쪽에 두고, 남쪽에는 테라스를 설치했다. 대부분의 실내 공간구성을 일조와 앞에 펼쳐진 수목원의 수림을 감상하기 위한 방편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면에는 강한 장식적 요소를 도입하여 상징을 부여한 반면, 배면에는 넓은 테라스를 둠으로써 실내공간의 기능적 연계성을 고려하였다.

건물의 평면구성을 살펴보면, 정면 5칸 측면 5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에도 기둥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건립 당시에는 공간을 분할하여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현재 실내 벽체를 전부 털어내어 산림정보관의 전시홀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정면은 5칸 중 가운데 3칸에 주출입구를 강조하기 위하여 안쪽으로 1칸 정도 후퇴시켜 입체감을 주었다. 또한 배면에는 전면 5칸 측면 1칸으로 서양 목조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테라스 좌우 측면으로 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며, 전면에는 목재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입면 구성을 살펴보면, 기단 위에 콘크리트로 만든 장초석을 놓고 나무기둥을 세웠다. 정면의 주출입문으로 들어가는 계단 좌우측의 2개 기둥만이 굵은 원기둥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 기둥은 가는 각기둥으로 되어 있다. 기둥의 장식적 효과를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서양의 고전적 건축양식에서나 볼 수 있는 기둥 머리장식을 차용하여 간단하게 조각된 공포로 꾸몄으며, 이것을 이용하여 도리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그리고 지붕틀을 구성하는 보, 도리, 동자주, 대공 등을 이용하여 절충식 목조구법으로 짰으며, 그 위에 일본식 서까래와 팔작지붕으로 구성했다.

위에서 알 수 있듯, 이 건물은 서양의 고전적 건축양식인 기둥장식을 차용한 것이나 서양의 목조주택에서 볼 수 있는 테라스 등을 내부로 끌어들여 꾸민 것 등에서 일본과 서양의 건축적 특징이 공존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우리나라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나는 근대건축물의 이질적 문화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고,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예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함양 구 임업시험장 하동·함양지장’은 역사의 흐름을 말해주는 귀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글‧주우일(경남도립거창대학 건축인테리어과 교수)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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