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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대 신라시대의 금속·공예 기술
작성일
2008-02-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0548

삼국시대의 금속공예품은 우리나라 금속공예의 대표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하다. 특히 신라는 가장 화려한 금속문화를 꽃피운 나라로, 양과 질에서 모두 두드러져 다양한 종류의 금속제품이 제작되었고 또한 현존하는 것도 금관 및 관식, 과대 및 요패, 귀걸이, 팔찌, 반지 등 매우 다양하다. 

16세기 중국의 유명한 박물학서博物學書인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페르시아 동은 거울을 만드는 데 좋고, 신라 동은 종을 만드는 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중국에서 진유의 본고장으로 꼽히던 페르시아의 동합금 기술과 신라의 동합금 기술이 동등하게 평가되고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신라의 우수한 청동합금기술로 만들어진 범종梵鐘은 그 탁월한 공예 미와 음색, 음량의 신비로움 등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 신라의 주종 기술자들은 신라종이라고 불리는 특색 있는 범종 양식을 이룩하였다. 신라종의 고리에는 하나의 용머리에 두발이 달린 용뉴가 달려있으며 그 옆에는 종의 내부와 관통하는 음관音管이 있다. 종신鐘身의 어깨와 종구鐘口의 둘레에는 당초문이나 보상화 무늬를 새긴 상대上帶와 하대下帶가 있다. 이들 사이로 유곽, 당과를 배치하며 당좌 사이에는 비천이나 불, 보살, 나한상들이 표현되기도 하는데 특히 비천상의 조각 기술이 뛰어나다. 대표적인 신라종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국보 제29호)은 지름 227㎝, 높이 333㎝의 큰 종으로 그 형태와 조각과 종소리가 아름답다. 조각 문양은 장식적 효과 외에 서로 다른 두께와 질량으로 다른 주파수로 합성음을 만들어 내었다. 이를 통해 신라의 청동 공예 및 주조기술의 발달과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신라의 금속기술

우수한 신라의 청동 공예기술은 불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백률사의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제28호)은 높이 1.77m의 서 있는 불상으로 조형기법이 매우 우수하다. 불국사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26호)과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을 통해 사실적이며 세련된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을 엿볼 수 있다. 금동불상은 청동을 이용하여 만들어졌으며 아말감법으로 표면에 금이 도금되어 신라 시대에 이미 도금기술이 발달되어 있었음을 나타낸다. 아말감법이란 수은에 금을 용해시켜 아말감으로 만든 다음 소지금속에 아말감을 올리고 수은의 비등점 357℃ 가까이서 가열하여 수은을 증발시켜 금피막을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크고 복잡한 제품에도 사용하기가 용이하므로 고대의 주요한 피복방법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복잡한 구조인 금동제 불상 및 장신구는 모두 이러한 방법으로 피복하였음이 틀림없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감은사지 동삼층석탑의 사리장엄구(보물 제1359호)도 신라인들의 정교한 금속공예기술을 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사리함의 외함은 순 구리로, 내함은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금으로 도금되었다. 사리병 뚜껑에 장식된 누금세공은 공예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누금 세공기술은 금실이나 금 알갱이를 얇은 금판에 장식하여 만든 금 공예품 혹은 그 기술을 말하는데 오리엔트 지역에서 먼저 발달하여 동아시아로 전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신구와 장식마구의 표면을 장식하는 세공 기법으로 누금세공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낙랑고분인 석암리 9호분 출토 금제 교구(국보 제89호)이며, 그 후 신라의 황남대총을 비롯한 4세기 후반의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에서 발견되었다.

신라 시대의 철기 기술도 매우 발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신라 98호와 155호 고분에서 각각 출토된 단조제품인 철제 도끼와 주조 제품인 철제 솥을 보면 알 수 있다. 철은 청동보다 용융점이 높아 자연 송풍을 이용해서는 주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철주조품 생산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출토된 철제 솥을 통해 신라시대에 이미 제철과 주조기술이 있었음이 증명되었으며, 탄소함량이 낮은 철강으로 만들어야 하는 철제 도끼의 특성상, 당시 제강 기술 역시 발달했었음을 알 수 있다. 귀금속의 세공기술은 신라의 대표적 공예기술이었다.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 및 수하식(국보 제191호)의 경우는 신라의 대표적인 금 공예품으로 그 아름다움 때문에 금관의 상징물로 예시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금관류는 주로 5세기를 중심으로 제작되어 6세기 초반에 사라졌다.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금속문화재를 통해 옛 사람들의 과학적 지식과 슬기를 알아보았다. 범종의 뛰어난 청동합금기술, 철제 정의 주조기술, 불상의 세련된 조형기법과 사리장엄구에서 볼 수 있는 탁월한 공예 미와 과학적인 독창성은 현대 과학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글|강성군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일러스트|홍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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