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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고종의 비밀 정원 성락원
작성자
이원호 연구사
게재일
2016-11-03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조회수
1679


  19세기 풍운의 구한말, 어지러운 국내외 정세 속 최일선에 있었던 고종 일가들이 도성 안에 자주 찾았던 비밀의 정원이 있었다. 서울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과 성북동의 성락원이 그 곳이다. 이곳은 각각 궁궐의 동서편에 위치하여 계곡이 깊고 수석이 맑으며 도성에서도 멀지않아 세도가들이 자주 찾아 풍류를 즐기던 이른바 자연풍경식 정원들이다. 황현의 『매천야록』에는 석파정을 서울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소개하고 양의영의 『유북한산기』에는 귀한 사람들이 숨어지내며 수신하는 곳으로도 설명하고 있다. 또 성락원에 대해서는 도성사람들이 꽃구경하는 명소인 도화동이라 불렀다고 『동국여지비고』한성부 명승편에 전한다. 현재 이 정원들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서울시내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비껴나간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된 석파정은 원래 삼계동정사로 불리우던 안동김씨 세도가인 김흥근의 소유였다. 평소 흥선대원군이 이곳을 사랑하여 김흥근에게 팔기를 원하였으나 거절하자 일부러 고종에게 이 별장에서 하루 묵을 것을 청하였다. 왕이 다녀간 곳을 신하가 소유할 수 없게 되자 이 별장을 대원군이 몰수하게 된다. 그 후 자신의 호를 석파라 짓고 정원의 이름도 석파정이라 고쳐 불렀다. 명승 제35호 성락원은 조선 철종때 심상응이 경영했던 곳으로 고종의 아들인 의친왕 이강공의 별저로 35년간이나 사용되었다. 망국의 왕족으로서 남다른 비애를 겪고 있었던 의친왕은 하루도 술을 거르지 않고 마시는 것으로 이강동비양전하관계(李 堈仝妃兩殿下關係)라는 일본이 감시하던 경비관계철에 기록되어 있다.


  석파정은 조선말 화가인 이한철의 석파정도 병풍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계류가 암반에 소수운렴암이란 각자와 계류를 바라보며 앉은 사랑채, 안채, 별채가 화려한 상류계층의 건축형태를 보여주며 김흥근이 청나라 사신으로 다녀온 후 조성한 중국식의 정자가 계곡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보여준다.


  성락원은 쌍류동천을 통해 진입하여 용두가산이 수구막이로 작용하고 있고 영벽지를 중심으로 계류가에 추사 김정희 등 명망있는 문사들의 각자가 새겨져 있으며 영벽지 못 중앙에는 자연암반을 그대로 쪼아 만든 반구형의 석조물이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그 실체가 확인되었다. 격동기에 고종의 일가에게 안식처로 위안을 주었던 이 정원들은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전통정원으로 그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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