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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니산이 품은 고려의 역사 강화 傳묘지사지
작성일
2023-10-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77

마니산이 품은 고려의 역사 강화 傳묘지사지 마니산에서 동쪽으로 솟아 있는 초피봉 아래에는 ‘묘지사’로 전하는 고려시대 사찰터가 남아 있다. 고려 원종이 마니산 참성단에 초제(醮祭)1)를 지내러 갈 때 머물렀다는 그곳이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마니산이 품은 고려시대의 흔적을 찾아 나선 첫 여정이다. 00.묘지사지 전경

고려시대 신앙의 중심지, 마니산

마니산은 원래 ‘고가도(古加島)’라는 섬이었다가 조선 숙종 연간에 간척을 통해 강화도 본섬과 연결된 곳이다. 이 일대는 고려 건국 직후부터 왕실에 수산물을 조달하는 어량으로, 광종 때부터는 불교와 관련한 방생소와 공덕신앙의 장소로 이용되었다. 그와 더불어 마니산 정상부의 참성단에서 하늘에 대한 국가제사를 지내기도 했는데, 이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성화를 점화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마니산은 강화도가 개경을 대신해 고려의 수도가 된 강도시기(1232~1270년)에 이르러 신앙의 주요 무대로서 더욱 중시되었다. 마니산에는 참성단을 비롯해 이궁지와 사찰터, 참성단 제사와 관련한 재궁 등 이 시기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01.묘지사지 유구 현황도

傳묘지사지의 구조와 성격

최근 마니산의 고려시대 불교유적 가운데 처음으로 묘지사지로 전해지는 유적의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묘지사는 1264년(고려 원종 5) 왕이 참성단에 초제를 지내러 가기 전 머물렀던 사찰로 전한다. 유적은 산 중턱 사면에 축대를 쌓아 조성한 평탄지에 자리하는데, 북쪽의 자연암봉과 동쪽의 담장으로 경계를 삼았다.


02.중심 건물지 근경 03.부속 건물지 전경

傳묘지사지는 평탄지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에 건물이 직각으로 배치된 구조이다. 건물지는 모두 3동으로 확인되었는데, 대규모의 중심 건물과 생활시설을 갖춘 부속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북쪽에 위치한 중심 건물지는 경사지형을 이용한 2층집 형태로, 상층에는 대규모의 난방시설을 갖춘 방과 누마루가 설치되었다. 건물의 난방시설은 방 양쪽에 설치된 아궁이를 통해 유입된 화기가 방 전체를 ‘ㄷ’ 형태로 회전하면서 건물 북쪽으로 각각 빠져나가는 구조이다. 이는 13세기 방 전체에 깔린 온돌 가운데 형태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온돌방에 잇대어 누마루가 설치되었고 누마루의 하부인 하층은 별도의 건물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2층집의 구조는 지금까지 동 시기 유적에서 확인된 사례가 없는데, 고려시대 건물 구조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한편 동쪽에 나란히 자리한 2동의 부속 건물지는 내부에 아궁이와 부뚜막, 온돌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 건물지는 한 지붕 아래에 부엌과 온돌이 있는 여러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어 생활공간으로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04.출토 유물 05.중심 건물지 평면 현황

유적에서는 차맷돌, 벼루, 찻잔을 비롯한 다양한 기종의 도자류, 다량의 평기와 등이 수습되었다. 출토유물로 미루어 보아 傳묘지사는 고급 청자와 차 문화를 향유한 상위계층에 의해 강도시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이전까지 운영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傳묘지사지는 사찰의 예불 공간 구조를 띠지 않고 유적 내에서 사찰 관련 유물도 거의 확인되지 않아, 유적이 기록에서 전하는 ‘묘지사’인지 여부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묘지사가 불교사찰의 예불 공간이 아닌 교육과 수행의 공간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중심 건물지의 경우 규모와 구조로 보아 선당(禪堂)2)의 성격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와 부속 시설물로 이루어진 소규모의 선원(禪院)3)으로 기능했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묘지사의 정확한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니산 일대 불교유적의 추가 조사와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06.초피봉 아래의 묘지사지 원경 07.중심 건물지 하층 근경 08.중심 건물지 상층 온돌시설 근경

傳묘지사지 발굴조사는 고려시대 마니산 일대 불교 문화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마니산의 신앙과 불교문화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한 학술적인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지난한 여정 끝에 마니산이 품은 수많은 역사의 수수께끼가 하나씩 밝혀질 내일을 기대해 본다.


1) 무속 신앙이나 도교에서 별을 향하여 지내는 제사
2) 사찰 내에서 참선하는 공간
3) 스님들이 모여 공부하고 참선하는 장소




글, 사진. 문옥현(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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