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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극치를 향해 가는 길
작성일
2023-09-26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09

극치를 향해 가는 길 소목장 이수자 방석호 방석호 소목장 이수자에게 나무는 우연이자 운명이었다. 그는 이립(而立)의 나이에 스승에게 인정받았으며 이후 다수의 수상 경력과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전통 소목장의 길을 잇고 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참가해 한국의 전통 목공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온 그를 만나보았다.

운명처럼 나무를 만나다

방석호 소목장 이수자를 찾아간 곳은 경기도의 어느 숲 꼭대기였다. 세 사람이 들어서면 꽉 차는 작은 공간에는 그가 만든 작품들과 붓글씨를 연습한 종이들이 가득했고 바깥에는 무성하게 웃자란 풀들과 작은 스쿠터, 그가 수집한 돌들이 있었다. “큰길에 작업실을 마련했더니 너무 많은 사람이 수시로 찾아와서 아예 산꼭대기로 자리를 옮겨버렸다”는 그는 호탕한 웃음소리에 내밀한 무언가를 간직한 것처럼 보인다. 방석호 이수자는 목공예와는 굉장히 다른 길을 걸었었다.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던 그는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등장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선망했고 카메라에도 관심이 많았다. 일본 소비 가쿠엔 대학에서 정보표현학을 전공했던 그가 어떻게 전통 목공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우연히 친구로부터 사업 제의를 받았어요. 사업장 한켠에서 나무 소품을 만들어서 팔아보자고 해서 목공을 배우려고 했지요. 그런데 그때는 목공을 배울 만한 데도, 가르치는 데도 없었어요. 어찌어찌하다가 들어간 곳이 문화재수리점이었습니다.”


00.소목장 이수자 방석호

그는 그곳에서 타고난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군대 시절 빈 공터에 창고를 지으라는 말에 뚝딱뚝딱 건물을 쌓아 올렸던 손재주를 가졌던 그는 그곳에서 오래 일했던 목수들의 관심을 한껏 받았다. 기술을 더 배우고 싶어 하던 그에게 우리나라 목공예 분야의 최고는 박명배 소목장이라고 알려주었다.


“제가 스승님을 뵀을 당시에는 제자가 되겠노라고 찾아온 사람들만 수십명에 달했을 정도였어요. 다들 굉장히 적극적이었는데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스승님께서 연락을 하신 겁니다. 정말 신기했지요.” 그렇게 방석호 이수자는 박명배 소목장의 2기 제자가 되었다. 그는 이 일을 두고 “내 삶의 뼈대를 세웠던 일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방석호 이수자는 예술가의 정체성, 로컬리즘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01.<밀라노 한국공예전> 출품작 ‘일월연책반닫이’ 02.장책반닫이 03.장서안

품위, 해학, 로컬리즘이 필요한 길

의도치 않게 시작했던 일이 자꾸 자신을 하나의 방향으로 몰고 갔던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방석호 소목장 이수자는 ‘업’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렇게 만들어 내는 작품은 많은 사람이 수집하고 싶어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공예는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야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물건을 만들 때 몇 가지 키워드를 갖고 있어요. 우선 품위가 있어야 합니다. 고고하고 우아한 선비 정신과 잇닿아 있어야 해요. 두 번째로 위트, 유머감각을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물건들을 보면 위트가 있어요. 해학적이고 어딘가 장난스러운 면이 있지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인데 이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로컬리즘입니다. 이는 제가 서양 가구가 아닌 전통공예를 선택한 이유와도 닿아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파이프오르간이나 서양 가구를 기막히게 만든다고 쳐요. 그래도 이탈리아, 프랑스 장인들을 이기지 못합니다. 로컬리즘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거지요.” 방석호 이수자는 예술가의 정체성, 로컬리즘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04.서류함 05.반닫이

궁극의 극치를 좇다

공예의 도시,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밀라노에서 열린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방석호 이수자는 낙동법을 이용한 목공예 작품을 출품했다. 그가 사용한 낙동법으로 오동나무를 인두로 지지거나 불로 그슬린 후 문질러서 무 결을 살리는 동시에 표면을 깎아 내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낙동법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차이점이 있지요. 중국은 정교하고 일본은 기술적으로 100% 정점을 추구합니다. 우리나라는 100% 중 70~90%만 채우는 여백이 있어요.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우리나라 전통공예만의 매력이지요.”


밀라노에서 큰 호평을 받은 그의 작품은 거대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서안, 머릿장, 반닫이를 낙동 기법으로 제작해 차례차례 쌓아 올렸고, 달과 해가 담긴 일월연 벼루를 모티프로 손잡이를 달았다. 그리고 가구의 맨 위는 촛대로 장식해 마치 거대한 3층 석탑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위엄과 위트, 로컬리즘에 밸런스까지 더해진 말 그대로 눈을 뗄 수 없는 수작에 밀라노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방석호 이수자는 늘 바쁘다. 돌에 대한 애정이 커서 전국을 돌며 돌을 수집하고, 서예에도 관심이 많아 운학 박양재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열심히 붓질한다. 직접 도자기를 만들기도 하고 한때는 골돌품도 수집했다. 양평 숲 꼭대기에서 그는 그렇게 성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10월 7일부터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리는 <신식가구_업과체> 전시회를 위한 작품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먼 후대 사람들이 서울반닫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설계도 없이 머릿속 그림만으로도 바로 나무를 잘라 원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위에 있는 궁극의 무언가를 향해 계속해서 가야 한다는 방석호 이수자. 그의 작품의 궁극은 과연 어디일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그의 모든 것이 여전히 궁금하다.




글. 이경희 사진. 조병우, 서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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