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훈민정음 반포의 생생한 역사 보물
- 작성일
- 2023-09-26
- 작성자
- 국가유산청
- 조회수
- 210
군관이 아내에게 써서 보낸 한글편지
나신걸(羅臣傑, 1461~1524)은 조상 대대로 무관직(武官職)을 지낸 집안 출신으로, 편지를 썼을 당시 함경도에서 하급 군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인 신창맹씨의 묘에서 출토된 유물은 저고리, 바지 등 의복 28점, 한글편지를 포함해 13점의 유물 등 총 41점에 달한다. 이 중 한글편지는 피장자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되었다.
제작 시기는 편지의 내용 중 1470~1498년에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보이는 점,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을 통해 이때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는 아래와 위, 좌우에 걸쳐 빼곡히 채워 썼으며, 내용은 모친과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 철릭[天翼, 조선시대 무관이 입던 공복(公服)] 등 필요한 의복을 보내주고, 농사일을 잘 챙기며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당부가 주를 이룬다.
한글이 조선 백성들에게 널리 쓰였다는 증거
「나신걸 한글편지」가 1490년대에 쓰였음을 감안하면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 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되었음을 말해 준다. 특히 조선시대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이었다고 인식된 것과 달리, 하급 무관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 없이 쓴 것을 통해 남성들 역시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관청에서 간행된 문헌으로는 한글이 대중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급되었는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 편지가 발견됨으로써 한글이 조선 백성들에게 깊숙이 알려져 실생활에 널리 쓰인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앞으로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를 하는 데 있어 활발하게 활용될 가치가 충분하며, 무엇보다도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
글,사진. 정제규(문화재청 상근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