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함께 어울려 친분을 돈독히 하다
작성일
2021-01-27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318

함께 어울려 친분을 돈독히 하다 수려한 풍경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긴 것으로만 알려진 누정은 사실 선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통의 공간이었다. 함께 어울려 시를 짓고 술잔을 나누기도 하며 주고 받은 이야기로 가장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무대였던 누정.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누정은 한국 건축의 기록이자 선비들의 추억과 소통을 아로새긴 공간으로 그 시간을 더듬으며 친숙하게 찾아갈 수 있는 값진 문화유산이다. 01.정조와 정약용의 추억이 깃든 부용정과 부용지 ⓒ클립아트코리아

군신이자 벗으로 관계를 이어준 부용정

정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열 살 터울인 정조와 정약용은 군신지간이었으면서 동시에 마음을 나누는 친구이기도 했다. 신하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즐긴 것으로 유명한 정조에게 남다른 애정을 받은 사람이 바로 정약용이다. 정약용이 1783년 진사시에 합격한 후 성균관 유생으로 있을 때 정조가 그에게 옥필통을 선물했다. 옥필통은 말 그대로 옥으로 만든 필통이었지만 신하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술을 주고 받으며 소통했던 정조였기에 이 옥필통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어느 날 정조가 정약용을 불러 옥필통 가득 삼중소주(세 번 거른 술로 도수가 70도가 넘는다)를 부어주었던 것. 어사주를 받아든 정약용이 얼마나 난처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두 사람은 부용정에 나란히 마주 앉아 시담(詩談)을 자주 나누었을 정도로 각별했는데 정약용은 이를 글로 남기기도 했다.

02.동궐도(東闕圖)의 부용지 부근 확대도 ⓒ문화재청 03.관동팔경 중 제1경인 경포대 ⓒ클립아트코리아

“…어제 부용정(芙蓉亭) 임금님 명에 응하여 지은 시는 취중에 써 올렸기 때문에 어떤 구어(句語)를 사용하였고 어떤 모형의 글씨를 썼는지 생각이 나지 않으며, 하룻밤을 자고 나니 벌써 까마득하게 잊어 기억나지 않으므로 적어서 보여드릴 길이 없습니다.…” 정조에게 특별한 공간이었던 부용정은 1792년(정조 16)에 지은 것으로 부용(芙蓉)은 연꽃으로 ‘연꽃처럼 아름다우며, 못에 연꽃이 많다’는 뜻이다. 부용정의 평면은 열 십(十) 자형을 기본으로 하면서 사 면 모두 팔각지붕으로 날개를 펴고 있다. 부용정을 옆에서 바라보면 정자의 팔각 돌기둥 주춧돌이 물에 잠겨 있다. 정자에 앉았을 때 시선이 곧바로 연못에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조는 부용정에서 신하들과 뱃놀이와 낚시를 즐겼다. 밤에는 시를 주고 받으며 연회를 즐기기도 했다. 정약용은 이와 관련한 추억을 회상하며 시도 남겼다. 바로 「부용정시연기(芙蓉亭詩宴記)」가 그것이다. “임금께서 등극한 지 19년째 되는 해(1795) 봄에 꽃을 구경하고 고기를 낚는 잔치를 베풀었다. 부용정에 배를 띄우고 배 안에서 시를 지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시를 지어 올리지 못 하는 자가 있으면 연못 가운데 있는 조그만 섬에 안치(安置)시키기로 했다. 몇 사람이 과연 섬 가운데로 귀양을 갔는데 곧 풀어주셨다.”

04.영남 노론의 대표인 이의조가 중건한 방초정 ⓒ문화재청 05.안동권씨 후손이 3대에 걸쳐 완성한 한수정 ⓒ문화재청

높게 바라보고 낮은 자세로 소통한 누정

궁궐 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 누정이 있었다. 그중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경포대(江陵 鏡浦臺), 경북 김천시에 있는 방초정, 경북 봉화군에 있는 한수정, 경북 청송군에 있는 찬경루, 경북 안동시에 있는 청원루와 체화정, 경북 경주시에 있는 귀래정,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하목정, 전남 영암군에 있는 영보정, 전북 진안군에 있는 수선루 등 10건의 누정(樓亭) 문화재가 2019년 12월 30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었다.


조선 시대의 누정은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고도의 집약과 절제로 완성한 뛰어난 건축물이며,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며 시와 노래를 짓던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경포대는 고려 말 안축의 「관동별곡」을 시작으로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이후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문학작품에 소재가 되었던 공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누정은 공공 혹은 개인이 소유하면서 때로는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유희를 즐기기도 했으며, 때로는 좋은 벗과 소통하며 지란지교를 나누기도 하고 풍경에 취해 자연과 교감한 장소이기도 했다.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한 소통을 나눌 수 있었던 누정은 건축미 역시 빼어난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글. 김영임 참고도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창비)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