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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 줄의 현으로 연주하는 천상의 소리
작성일
2019-05-3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175

01. 차영수 명인과 예인의 삶을 함께해온 해금 02. 해금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해금을 통해 한국의 전통을 전하는 차영수 명인

연습 벌레였던 유년시절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았던 차영수 명인의 부모님은 어린 딸에게 한국무용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는 춤보다 음악에 더 관심이 갔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면서 전통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욕심이 생겼다.


“가족 중 예술계에 있는 사람은 저 외에는 없어요. 그런데 예고에 들어가보니 ‘직계’가 아니면 소외되는 분위기 였어요. 대회에 나가도 짜여 있는 판이라는 걸 많이 느꼈죠. 실력으로 인정받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학교, 집, 학원’이 전부일 정도로 악바리처럼 했어요. 그때부터 이 길이 내 길이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학에 가서도 연습벌레였다. 그때는 다른 사람을 넘어서기 위해서가 아닌 오직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어떤 한 마디가 있으면, 그 마디만 되돌려서 계속 듣고 똑같은 소리가 날 때까지 따라 하곤 했어요. 그다음에는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했죠. 음정은 같아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는 다 다르거든요. 사람마다 생김새 다 다른 것처럼 말이죠.”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했죠. 음정은 같아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는 다 다르거든요. 사람마다 생김새 다 다른 것처럼 말이죠.

교실에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으면, 그 소리를 듣고 와 서 누가 연주하나 창문 너머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럴 때면 왠지 으쓱해 더 신나서 연습을 했다. 하지만 다른 연주자가 해내지 못하는 가락을 연주했을 때, 다른 연주자와 달리 특유하게 표현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사람들의 관심이나 칭찬에 비할 수 없는 가장 큰 기폭제였다.

03. 대금, 기타와 합주로 가수 이선희의 <인연>을 연주하는 차영수 명인 04. 차영수 명인에게 감동이 있는 공연은 큰 무대 위에서의 공연이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주는 공연이다. 05. 차영수 명인은 전공자는 물론 대중들에게 해금을 가르치고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욕심껏 배운 전통

대학 졸업 후에는 중앙국악관현악단을 거쳐 국립국악관 현악단에서 반주자로 활동했다. 그 후 관현악이 아닌 민속악을 좀 더 깊이 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의 집으로 적을 옮겼고 국립창극단 기악부에도 오랜 기간 몸담았다. 그러면서 석사과정, 박사과정도 밟았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순탄하게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여건이 허락됐고 운도 따랐지만, 모든 것은 그의 욕심과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다 울면서 태어나잖아요. 계면조 같은 슬픈 가락은 비교적 연주하기 쉬운데 오히려 씩씩한 느낌의 우조나 평조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죠. 저 같은 경우엔 제가 연주한 걸 녹음해서 계속 다시 듣고 안 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했어요. 스스로 생각해도 악바리처럼 했죠.”


그의 욕심과 노력은 해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굿반주를 비롯해 경기민요 반주, 남도민요 반주를 배웠고 한복 짓는 법과 천연염색을 배우기도 했다. 박사과정은 음악과 차에 대해 연구하는 예다학을 전공했다.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전통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관심에 그치지 않고 직접 배워야만 직성이 풀렸다.


“해금을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해금 말고 다른 것에도 자꾸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한번은 굿반주를 배웠는데, 아침 일찍 가서 레슨을 받고 바로 국립극장으로 출근하곤 했죠. 그리고 연습을 하다가 모르는 곡이 나오면 그 곡 연주한 분을 찾아가서 직접 들어봐야 했어요. 그러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음악에서만큼은 자신에게 엄격했기에 차영수 명인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도 사명감이 크다.


“처음 가르쳤던 제자가 벌써 마흔이 넘었어요. 서울, 평창 등에서 제자들이 해금을 가르치고 있죠. 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해금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뿌듯하죠.” 자신이 해금을 사랑하듯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향유하길 바라는 것이 그가 예인의 길을 걷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닮아 아름다운 소리

“해금은 손가락 마디에 현을 놓고 악력으로 음을 조절해서 연주해요. 피아노 건반을 치듯이 악력으로 음정을 표현하죠. 그만큼 감각이 아주 중요해요.” 단 두 줄의 현을 가지고 기쁨과 슬픔, 씩씩함과 여림…, 수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가 해금이다. ‘깽깽’거린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금이 내는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깝고 그러기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제 반주에 김영림 선생님이 ‘한오백년’을 부르실 때 소름이 쫙 끼친 적이 있어요. 제 반주에 춤을 추는 모습을 봐도 그렇죠. 악기 연주 그 자체로서도 아름답지만 노래와 춤과 어우러질 때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답니다 .”


노래와 춤 그리고 다른 장르의 음악과 함께일 때, 해금은 잘 어우러지면서도 또 그만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현대적인 곡과 해금의 콜라보레이션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차영수 명인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당신에게 해금은 무엇인가요?’였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악기’라고. 감동이 있는 공연은 큰 무대 위에서의 공연이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주는 공연이다.


뿌리를 알 때 새로운 길로 가지를 낼 수 있기에, 공연을 통해 전통을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하는 차영수 명인. 해금의 곱고도 강한 선율을 닮은 그의 마음결이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글. 성혜경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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