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땅속과 물속의 타임캡슐을 찾아내다
작성일
2019-04-3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188

땅속과 물속의 타임캡슐을 찾아내다 문화재 발굴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발굴조사가 진행된 대규모 유적이 있는가 하면, 도로나 건축물 신축공사 중 유적이 발견돼 최근 긴급하게 발굴조사를 시작한 곳도 있다.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십만 년 전의 유물, 땅속에 묻혀 있던 그 보물을 찾아내 세상에 빛을 보게 하는 일은 매우 보람된 일이다. 발굴된 문화재는 숨겨진 비밀을 풀어주기도 하고 역사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한다. 01. 신안 해저유물 매장해역에서 출토된 청백자보살상 ⓒ국립중앙박물관 02. 신안 해저유물 매장해역에서 출토된 청자호문개곤 ⓒ문화재청 03. 고려시대 난파선에 실린 유물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04. 유물을 수습하는 장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고고학의 역사가 시작된 신안선 발굴

1975년 전라남도 신안군 섬마을의 한 어부가 던진 그물에 청자 화병이 걸려 올라왔다. 어부는 이를 문화재관리국(現 문화재청)에 신고하였다. 이것을 계기로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약 9년간의 발굴조사 끝에 14세기의 국제 무역선인 신안선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보물선이라 불릴 만큼 신안선에는 2만 4,000여 점에 이르는 문화재가 실려 있었다. 발견 당시 유물들은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이는 깊은 수심의 진흙에 묻혀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안 해저 유물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 역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 뒤 여러 수중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신안 해저 유물은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발굴된 유적・유물을 통해 옛날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용하였고,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추리해볼 수 있으며, 과거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물속 문화유산의 비밀을 찾아가는 수중 문화재 발굴

대개 발굴이나 고고학이라고 하면 육지에서의 활동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인류의 유산은 땅속에만 묻혀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나 강, 호수, 늪 등 물에 잠겨있는 것도 많다.

침몰한 옛날 선박, 선박에 실려 있던 물건들과 배 위에서 쓰던 생활용품, 물 아래 잠긴 도시나 항구 등이 대표적인 수중 문화재라 할 수 있다.

물속 환경 덕분에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좀 더 생생한 과거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서해와 남해를 통해 다른 나라와 무역을 했던 우리나라의 바다 속에는 수중고고학 발굴로 풀어야 할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오래전에 무엇이 있었을까? 밥을 짓던 부엌이거나 농사짓던 밭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이 살던 흔적들과 사용하던 물건들은 어디로 갔으며 또 어떻게 남아있을까?

1997년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백제 토기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긴급 발굴로 땅속에 묻혀있던 백제의 유물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오랫동안 궁금했던 한성 백제의 구체적인 모습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고고학에서는 발굴을 과거 사람들이 남긴 유물과 유적을 파내어 드러내는 일이라고 한다. 발굴된 유물이나 유적을 통해 옛날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용하였고,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추리해볼 수 있으며, 과거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발굴에는 고고학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학, 지리학, 동식물 분류학, 유전학, 물리학, 영상공학 분야의 전문가도 함께 참여하여 종합적으로 연구한다. 풍납동 토성 발굴 연구에도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여 백제의 역사를 더욱 구체적으로 되살려내는 데 기여하였다.

이 땅에 살았던 우리조상들의 인골 속에는 수많은 비밀이 담겨있다.

인골에서 비밀을 찾다

이 땅에 살았던 우리조상들의 인골 속에는 수많은 비밀이 담겨있다. 우리는 인골로 당시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 즉 이 사람들이 누구였고, 어떤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식생활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인골들이 출토되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런 중요한 자료들의 생물학적인 정보나 화학적인 정보를 찾기 위해 국제 표준에 맞는 실험실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사람의 유전자 속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인골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분석하여 인골 주인의 기본정보를 파악한다. 현재까지 DNA 정보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성별 정보이다.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별로 인골들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유전적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추출한 단백질 성분을 탄소 또는 질소 동위원소 분석기에 넣어 분석하면, 인골의 주인이 생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조상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 밝혀내는 것은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인골을 연구하는 일은 사람을 연구하는 일인 동시에 역사를 지켜가기 위한 일이라 할 수 있다.

05. 사적 제11호 서울 풍납동 토성 현장설명회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06. 사적 제11호 서울 풍납동 토성 성벽 하단 암갈색점질토층 출토유물 ⓒ문화재청



문화재 발굴과 관련된 직업 수중발굴조사원 Q&A 양순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학예연구관

● 문화재 발굴과 관련된 직업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미니 인터뷰


Q. 수중발굴조사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A. 수중에서 나오는 유물 발굴 및 조사보고서 작성이 수중발굴조사원의 주요 업무입니다. 매년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평균 10여 건의 수중문화재 신고가 들어오는데, 이러한 신고해역에 대한 탐사를 실시하여 유물이 발견되면 수중발굴을 실시하고 보호조치 또한 실시합니다.


Q. 수중발굴조사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수중문화재 발굴유물의 보존처리 업무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입사하였습니다. 2000년경 저희 연구소에서 수중탐사 장비를 처음으로 도입하였는데, 수중발굴 탐사 담당자가 따로 정해지지 않아 제가 수중탐사 장비를 운용 관리업무를 하게 되었고 수중발굴에 처음 입문하였습니다. 당시 처음 잠수를 배우게 되었고 그 이후에 조금씩 하다 보니까 수중발굴이 주 업무가 되어 있었습니다.


Q. 수중발굴조사원이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A. 수중발굴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해양물리, 잠수학, 고고학 등의 학문을 배워야 합니다. 저는 수중발굴조사원이 되기 위해 해양물리탐사장비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했고, 잠수도 배웠습니다. 수중발굴조사원은 물속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스킨스쿠버를 배웠고, 그 이후 잠수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하며 수중발굴을 시작하였습니다.


Q. 수중발굴조사원이라는 직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수중발굴조사 기관입니다. 그러므로 수중발굴에 참여하는 조사원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나오는 수중문화재 발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수중은 육상과 달리 한 번에 수천에서 수만 점의 유물이 발굴되며 화물을 운반하려고 적재했던 상태 그대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광경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조사원은 국내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유일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수중발굴이 육상발굴과 다른 점은 육상발굴은 비가 오면 작업을 할 수 없는데 해양발굴은 비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조류가 빠르거나 바람이 거세면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바다라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수중발굴입니다.


Q. 어떨 때 보람을 느끼시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2003~2004년에 실시하였던 군산 십이동파도 발굴과 2007~2008년에 실시했던 충남 태안 대섬 발굴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충남 태안 대섬 발굴은 신고가 접수된 후 제가 처음으로 긴급탐사를 실시하였는데, 신고해역에 도자기 유물이 넓게 산포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중에 기형별로 1점씩 9점을 수습하였고 그 이후 발굴 계획을 세워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하였습니다. 부푼 기대를 품고 발굴조사에 착수하였는데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일주일 만에 도자기 운반선이 저희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처음 발견 당시 유물의 상태는 이끼류나 패각류에 덮여 그 형태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으나 조사를 위해 세척을 하고 나니 빛나는 비취색 도자기가 나타나 황홀했습니다. 제가 발굴 일을 마칠 때까지 이런 발굴을 또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기억이 남는 발굴이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요?

A. 지금까지 발굴을 하면서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유물을 발견하였습니다. 제 바람은 해전에 사용하였던 선박(판옥선, 거북선) 등을 발견하여 조사를 해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전에 사용했던 총통, 석환 등은 발견된 사례가 있지만, 전쟁에 사용했던 선박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Q. 수중발굴조사원이 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남겨주세요.

A. 수중발굴은 블루오션이라고들 합니다. 바다는 수중발굴을 시작한 지 수십 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조사인원 또한 10여 명 밖에 안 되는 상황입니다. 수중발굴은 물속이라는 환경 때문에 힘든 점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젊음이며 도전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중발굴을 지금 시작한다면 우리나라 수중발굴을 선두에서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후배들이 수중발굴에 도전하여 우리나라 수중발굴이 한층 더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보다 좋은 학술적 성과를 내었으면 합니다.


글. 성혜경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