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고
- 제목
- 문화재의 뒤안길(113)-전통지식 (서울경제, '21.11.15)
- 작성자
- 한나래
- 게재일
- 2021-11-15
- 주관부서
- 대변인실
- 조회수
- 3717
문화재의 뒤안길(113) (서울경제, '21.11.8)
무형문화재의 또다른 영역은 '전통지식'
해녀, 제염, 인삼재배 등 선조의 지혜 담겨
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나래 학예연구관
▲ 경남 사천시 마도에서 볼 수 있는 죽방렴을 이용한 멸치잡이/ 문화재청 제공
금년 3월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에서는 조선의 성리학자이자 실학자였던 정약전(1758~1816, 설경구)이 『자산어보(玆山魚譜)』저술을 위해, 어부 창대(변요한)에게 해양생물학 관련 지식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홍미잘은 무슨 뜻이냐.”/“미잘은 똥구멍이고 똥구멍은 빨강께.”
“청어가 동해가 아니고 서해에서도 잡히느냐?”/“동해 청어는 등뼈가 74마디고, 여그 청어는 등뼈가 53마디인 것이 다르지라.”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자산어보’라는 유형의 문화재 안에 담긴 19세기 토종어류의 형태, 습성, 선조들의 어구(漁具), 어법(漁法) 등의 ‘전통지식’은 무형문화재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형문화재’를 떠올릴 때 심청가의 한 대목을 창(唱)하는 ‘공연’이나, 옻칠한 기물에 자개를 붙여 장식하는 나전(螺鈿) 등의 ‘기술’을 생각할 것이다. 좀 더 다양한 나간다면, 종묘제례나 줄다리기, 택견 등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문화재보호법은 무형문화재의 유형을 보다 넓게 정의하고 있는데, 판소리‧탈춤 등이 포함되는 전통공연‧예술, 나전장 등의 전통기술, 진도씻김굿과 같은 의례‧의식, 택견 등 놀이‧무예 외에도 김치 담그기와 같은 전통생활관습, 구전 전통 및 표현, 마지막으로 ‘전통지식’까지도 무형문화재로 본다.
▲ 완성된 자염/ 문화재청 제공
‘전통지식’분야의 경우 2016년에 법령에 추가된 무형문화재의 또 다른 범주인데,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민간의약지식, 생산지식, 자연‧우주지식, 그 밖의 전통지식 등”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2017년 5월 해녀와 관련된 기술, 지식, 의례 등의 문화가 통합된 개념인 ‘해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전통지식’분야의 최초 사례이며, 이후 ‘제염(製鹽)’, ‘전통어로방식-어살(漁箭)’, ‘인삼재배와 약용문화’가 전통지식 분야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현재 ‘갯벌어로’ 지정이 예고된 상태이다.
‘전통지식’보존의 중요성은 국외 사례에서도 나타나는데, 유네스코는 ‘전통지식’을 태평양 공동체가 태평양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보았다.
‘전통지식’은 단순히 과거 선조들의 삶의 ‘지식’이라는 가치를 넘어서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공동체를 유지하고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현명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가치를 가진, 우리가 보호해야할 ‘무형문화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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