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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즘 문화재청에서는 -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작성일
2005-07-2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498



왕실문화실(가구전시)
<왕실문화실(가구전시)>

 격조 높은 문화를 이끌었던 궁중문화재를 한 자리에

국립고궁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35년 간 우리 강토 어느 한 자락 수탈과 파괴의 고통을 당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특히 왕실과 궁궐이 심한 훼손과 모욕을 당했다. 구한말 왕권과 국권이 쇠락할 무렵부터 일제는 이미 궁궐 안에 원숭이를 들여와 동물원으로 만들고, 수많은 전각들을 헐어내고, 궁궐 터 곳곳을 잘라서 내다 파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궁궐들은 바로 이렇게 잘리고, 파괴된 것들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최근까지도 우리는 일제에 의해 파괴된 궁궐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동물원을 관람하고 벚꽃놀이를 즐기며 파괴된 역사를 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제로부터 해방되고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일제식민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일제에 의해 파괴되었던 역사와 문화, 문화재를 다시금 돌아보며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이에 문화재청은 1983년 12월에 창경원을 창경궁으로 환원하고, 일제에 의해 처참히 헐려나간 경복궁의 전각들을 하나씩 복원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4대궁·종묘·능·원 등에 흩어져 있던 궁중의 문화재를 모아서 1992년 덕수궁에 궁중유물전시관을 개관하였다. 그리고 광복 60주년이 되는 올해 8월 15일, 화려했던 궁중문화를 널리 알리고 21세기 문화강국으로서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지난 10여 년 간의 덕수궁 시대를 마감하고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에 ‘국립고궁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품격 높은 궁중문화와 생활상을 소개하고 널리 알리는 다채로운 상설전시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주제를 달리하는 특별전시를 개최하여 국민의 문화향유권 확대와 관련학문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또 다양한 사회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평생교육의 터전으로서 자리매김하며, 활발한 국제교류를 통해 한류의 저변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왕실의 역사를 바로잡는 데도 한몫을 다할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8월 15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을 미리 둘러보자.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공간은 크게 ‘왕실의 위엄과 권위’와 ‘왕실의 예술과 생활’이라는 테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테마를 축으로 하여 다시 5개의 주제별 전시를 펼쳐 보인다.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제왕기록(帝王記錄)」을 주제로 한 제1전시실. 이 곳에는 왕과 왕비의 덕을 기리는 뜻이 담긴 칭호를 올리는 의식에 사용한 ‘어보(御寶)’와 그들의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을 옥(금이나 대나무로도 만든다)에 새겨 책으로 만든 ‘어책(御冊)’을 볼 수 있다. 어보와 어책에는 조상신의 도움을 받아 왕실의 혈통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길 바라던 기원이 담겨 있으며, 그래서 이것들은 조선왕실의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인 종묘에 보관되었다.

   이와 함께 역대 왕의 초상화 ‘어진(御眞)’을 볼 수 있다. 어진은 나라의 최고 화가인 도화서의 화원들이 그렸는데, 그림에 나타난 얼굴을 보고 당시 왕의 건강상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정밀하게 그려졌다. 어진은 궁궐 안에 건물(진전 眞殿)을 따로 지어 정성스럽게 모셔 놓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중에 대개가 불타 지금은 태조·영조·철종 등 일부 어진만이 남아 있다.

   그 다음으로는 조선왕실의 족보인 선원록(璿源錄)과 영조가 당시 세손이었던 정조에게 내린 가르침을 담은 문서, 그리고 조선왕실의 혼례의식 행렬을 상세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반차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을 통해 이미 우리 조상들의 위대한 기록문화를 알고 있었지만, 이 곳에 전시된 반차도에 담긴 그 방대하고도 섬세한 기록들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깃발을 들고 가는 사람, 가마를 메고 가는 사람, 말을 타고 가는 사람 하나하나에 그 직위를 써 넣었는데, 이 기록들로 인해 우리는 그 당시의 각종 행사를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다.

   종묘는 역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셔 놓은 곳으로, 사직과 함께 왕실과 국가의 가장 신성한 제례공간이다. 종묘제례는 왕권이 잘 이어지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길례 吉禮)여서 음악과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다. 우리는 이 곳에서 실제 종묘제례 때 차려졌던 제사상(진설상 陳設床)과 제사에 쓰던 그릇(제기 祭器)과 악기를 볼 수 있다.

   종묘제례를 보고 나오면 조선시대 궁궐이 펼쳐진다. 이 곳에는 궁궐에 걸려 있던 여러 현판들과 함께 경복궁·창덕궁 등 위엄 넘치면서 자연과 조화롭게 배치된 조선의 궁궐 모습을 생생하게 보게 된다.

   조선 궁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돌아나오면 조선시대의 과학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조선왕조의 개국이 하늘의 뜻임을 새기기 위해 하늘의 별자리를 옮겨 놓은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과 그 유명한 ‘측우기’와 ‘앙부일구’ 등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발명되고 쓰였던 각종 의학기기 등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왕실에서 쓰던 격조 높은 예술품과 생활유물이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럽게 꾸며진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왕실에서 사용되던 예술품과 생활유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선 사대부와 일반 서민에게까지 흘러들어가 우리 문화수준을 한 단계씩 높여 왔는데, 이러한 사실을 전시실을 둘러보며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궁중문화는 우리 민족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겨레의 문화수준 향상을 주도해왔다. 이러한 궁중문화유물을 한데 모으고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아 소개하는 국립고궁박물관의 개관은 다시 한 번 우리 문화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소재구 / 국립고궁박물관 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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