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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절된 전통 기술의 맥을 살리다! 전통 아교접착제의 복원과 의미
작성일
2020-02-2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943

단절된 전통 기술의 맥을 살리다! 전통 아교접착제의 복원과 의미 접착제는 두 물체를 서로 접합하는 데 사용하는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사용되었던 전통접착제는 천연 재료의 접착 성분을 이용한 것으로 동물성 접착제인 아교, 식물성 접착제인 풀, 수지계 접착제인 옻칠과 송진 등이 있다. 그중 아교는 먹을 만들 때 사용되거나, 각종 공예품과 군수용품의 접착제 및 회화나 단청 작업 시 안료를 바탕면에 고착시키는 교착제로 사용되었으며, 용도에 따라 소[牛], 돼지[豚], 사슴[鹿] 등 다양한 원료가 이용됐다. 특히 건물에 칠해지는 단청의 경우에는 주로 소가죽을 원료로 하는 소아교가 사용됐다. 오늘날 우리나라 전통 아교 생산의 맥은 단절된 상태다. 이런 이유로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복구 과정에서 이용된 전통 아교는 모두 일본산이었는데, 당시 전통 아교의 생산 기술은 개발되어 있었으나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이용할 수 없었다. 01. 불순물을 제거한 소가죽을 말리는 과정

우리나라 아교 산업 및 제법의 변화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아교가 제조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찾기 어려우나, 『일본서기』에 610년 고구려 승려 담징(曇徵)이 종이, 먹, 맷돌 등의 제조법을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으로 보아(먹을 제조할 때 아교가 필수적으로 사용됨), 삼국시대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아교 제조기술이 있었으며 전파까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경국대전』, 『조선왕조실록』에서 아교장이 공예품, 군수품 제작에 사용되는 아교를 생산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으며, 이규경(李圭景)이 1834년(순조 34)에 지은 과학기술서 『오주서종박물고변』에는 소가죽을 원료로 아교를 제조하는 방법이 기술되어 있다.


개화기인 1883년 『한성순보』(1883년 12월 20일자)에는 수입 물품에 아교가 포함되어 있어, 이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아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서울 신설정(현재 신설동)의 아교공장에서 재고품이 절취되었다(1938년 10월 25일자)는 기사를 통해 국내에서 아교가 공장제로 산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6·25전쟁 이후인 1960년대부터는 피혁, 제혁업체에서 사용하고 남은 가죽 부산물을 이용한 공업용 아교공장이 생겨났지만 1980년대 화학접착제의 등장과 함께 쇠퇴하기 시작해 현재는 의료용이나 식품용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소수의 기업만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대량생산이 이뤄지면서 아교 제법 또한 변화되어 가죽과 황토, 물만을 사용하던 이전의 제법에서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변화됐다. 1970년대 아교 제조공정에는 알칼리를 이용한 가죽의 제모와 팽윤, 산을 이용한 알칼리의 중화, 표백제를 이용한 아교의 미백 등 화학약품을 이용한 단계가 포함되었다(당시 아교공장을 운영했던 덕영아교 대표 고(故) 강길원 선생 증언).


단청용 전통 아교 제법 복원 및 생산기술 지원 기반 확립

화학약품이 사용되기 이전의 우리나라 전통 소아교 제법을 재현, 복원하고 실제 문화재 수리 현장에 아교를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공정 개발과 생산품의 품질 유지 방안을 연구했다. 아교의 제조를 위해서는 원료인 소가죽의 선별부터 불순물의 제거, 추출, 농축, 겔화, 건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문헌 내용과 관련 분야 원로 장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단계별 세부적인 조건에 대한 반복 실험과 시판 수입제품과의 비교평가를 통해 일정한 품질의 아교 생산을 위한 생산조건과 공정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연구를 통해 구축된 기술로 생산된 제품은 현재 문화재청에서 시행하는 ‘전통소재 시범단청 사업’을 통해 현장 적용과 사용성 검증을 수행하고 있으며, 문화재 수리용 아교의 품질 기준 및 품질평가 기준이 마련되면 품질평가를 거쳐 전통 소재를 이용한 단청 수리 현장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02.겔화된 형태의 아교 03.선별된 소가죽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 04. 연구를 통해 구축된 기술이 적용된 아교 제조 기계

단청용 전통 아교 복원 및 생산기술 지원 기반 연구의 의미

2008년 화재로 소실된 국보 제1호 숭례문의 복구 과정에서 전통 기법이 국민적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기법이라는 것은 재료와 도구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전통 재료와 도구 없이 전통적인 기법만으로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단청의 경우 채색의 기본물질인 안료와 교착제(접착제)가 달라지면 채색작업의 방법(기법) 또한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숭례문 복구 당시 단청을 위한 우리나라 전통 재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재료를 수입해 복구가 이뤄지다 보니 우리의 장인이 낯선 재료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되기도 했다. 전통을 복원하고 계승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국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전통 기술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전통 소재의 복원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회성 연구에 그치지 않고 복원된 소재가 문화재 수리 현장에 공급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기반기술 확립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원료에서부터 제법까지 전통 기술을 복원함과 동시에 현장 활용을 위한 생산기술 지원 기반까지 필요한 일련의 단계를 모두 고려해 설계되고 수행된 모범적인 연구사례라 생각된다.



글. 이한형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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