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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전칠기와 사랑에 빠진 시간
작성일
2024-04-2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93

나전칠기와 사랑에 빠진 시간 “영롱한 빛깔 좀 보세요!” “정말 곱네요!” K-유산속으로에 참여한 박숙영, 이희정, 정예지 씨는 직접 자개를 만지고, 들여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개가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동안 자개 특유의 영롱함, 은은한 아름다움에 물들었다는 세 사람의 도전 현장에 함께했다.

어머니, 할머니의 그리움이 담긴 자개

1970~80년대 최고의 혼수로 자개장이 손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할머니 방 혹은 그 때 그 시절 안방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자개장인 이유 또한 무관하지 않다. 그 때문에 어릴 적 누구나 한번은 나전칠기의 묘한 아름다움에 매료돼 한참을 바라본 적 있을 것이다. 오늘 나전칠기 만들기 체험에 나선 박숙영, 이희정, 정예지 씨 또한 어린 시절 할머니, 어머니가 쓰던 자개장, 자개 보석함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01.다양한 모양의 자개 파츠를 찾아 조합하는 이희정 씨 02.조개류 껍데기를 잘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자개

“어릴 때였어요. 특별한 날이면 어머니는 늘 자개로 만든 보석함을 꺼내고 그 안에 있는 장신구를 착용하셨거든요. 어떤 보석을 착용할지 이것저것 살피는 어머니의 모습도 좋아 보였지만, 제 눈에는 그 작은 보석함이 정말 귀하고 예뻐 보였어요. 어린 마음에 ‘아 나도 갖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라는 이희정 씨. 보석함은 아니지만, 자신 또한 자개로 만든 귀걸이를 샀고 오늘 착용하고 왔다고 했다. 정예지 씨 또한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을 꺼냈다. “어릴 적에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 방에 들어갈 때마다 자개장을 보며 ‘이렇게 예쁜 건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할머니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 자개장이에요.”


나전칠기 만들기 참여 신청을 한 것 또한 지금은 옆에 안 계시지만, 어머니, 할머니가 떠올라서였다. 그리고 이희정 씨와 정예지씨는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며 입을 모았다. 박숙영 씨는 미술 활동을 좋아하는 어린 딸아이와 함께 나전칠기 만들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체험해 보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03.수백가지에 이르는 자개 파츠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조합하는 참가자들. 04.참가자들은 명함케이스, 트레이를 만들어 보았다.

가족의 행복, 자연, 사계로 피어난 영롱한 빛깔의 자개들

세 사람은 본격 나전칠기 만들기에 나섰다. 박숙영 씨가 다용도 명함집을, 이희정, 정예지 씨가 트레이를 선택했다. 오늘의 나전칠기 만들기는 디자인 구상, 자개 파츠 붙이기, 코팅 등 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본격적으로 세 사람은 디자인을 구상하며 필요한 자개 파츠 찾기에 나섰다. 공방 책상 위에는 부귀영화 의미가 담긴 거북이, 목단, 노루, 구름, 달, 원앙, 물결 등 수많은 종류의 자개 파츠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구름이라고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 모양, 색상, 크기 등 다양하다. 조개, 전복 같은 조개류 껍데기를 잘라 낸 모양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와, 무지개 빛깔 좀 보세요. 정말 곱네요!”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고급스럽고 우아하달까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자개의 은은한 빛깔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요” 등 세 사람은 자개 파츠를 보며 거듭 감탄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트레이, 명함집 표면을 캔버스 삼아 자개 파츠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구상에 나섰다.


05.박숙영 씨는 가족의 명함보관함에 가족의 행복을 표현했다.

한참을 고민한 세 사람. 박숙영 씨가 가족의 행복을 표현하려 했다면 이희정 씨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정예지 씨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트레이에 담을 생각이라고 했다. 주제를 정한 뒤 자개 파츠를 고르고 또 고르는 세 사람은 수백 가지 파츠 중 자신의 의도를 잘 표현해 줄 파츠를 고르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와,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웃음)!”라는 박숙영 씨의 이야기에 이희정, 정예지 씨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희정 씨는 “재미있지만, 구상하며 자개 색, 비율 등 맞춰야 할 게 많네요. 처음 하는 사람들은 쉽지 않은데 다음에는 도안을 챙겨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세 사람은 구상을 마치고 묽은 풀을 바른 뒤 집게로 조심스레 파츠를 붙여 나갔다. 나전칠기 만들기는 파츠 하나를 붙이고 “후” 숨을 몰아쉴 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긴 시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완성한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세 마리 학이 같은 방향을 보며 신나게 날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가족 또한 한 방향을 보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어요”라는 박숙영 씨. 명함집 면면에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목단도, 노루도 무리를 이룬 모습이다.


이희정 씨는 목단, 노루, 해와 구름 등 생명력 가득한 자연의 모습을 트레이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정예지 씨는 트레이 위에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을 시작으로 여름밤 물 위 유유자적 떠다니는 오리, 가을의 낙엽, 꽁꽁 언 강물 아래서 힘차게 움직이며 성장하는 물고기를 통해 겨울을 담아냈다. 더불어 물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물고기 모습에는 계절 순환의 의미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세 사람은 오랜만에 느끼는 창작 활동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며 즐거움의 미소를 지었다.


06.이희정 씨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담은 트레이를 완성했다. 07.정예지 씨는 사계절을 트레이에 담았다.

자개로 산수화를 그린 시간,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즐거움 만끽해

“정말 오랜만에 무엇인가에 몰입한 것 같아요. 처음 구름을 찾을 때 고생했지만, 자개 빛깔, 크기까지 고려해 어우러지는 것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 또한 컸습니다. 막연히 나전칠기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은은한 빛, 어떤 파츠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라는 박숙영 씨는 이른 시일 내 딸아이와 함께 다시 나전칠기 만들기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이희정 씨는 “고민이 필요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조화롭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웃음). 두 아들과 함께 만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편견이 없으니까, 창의적으로 뭔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로 오늘의 나전칠기 체험에 만족을 표했다.


평소 전통문화를 좋아해 전시회나 공예박물관을 즐겨 찾는다는 정예지 씨는 “오늘 작업이 조금은 밋밋할 수 있는 명함집이나 트레이에 자개를 붙여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 더 재미있었습니다. 꽃, 새, 나무에 의미를 부여해 나가는 과정 또한 즐거웠습니다”라며 작업 내내 자개로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자개로 수놓아 그림을 그리는 내내 빛,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개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마음을 빼앗겼다는 박숙영, 이희정, 정예지 씨. 이들처럼 자개의 영롱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나전칠기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 다양한 자개의 빛과 모양이 주는 생각의 자유로움은 덤이다.


K-유산속으로 참여 안내! 6월호 ‘택견’ 배우기를 진행합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자세한 일정과 장소가 안내돼 있습니다. 체험 대상: 10~40대 관심 있는 누구나 (10대는 보호자 동반 참여) -체험 인원: 4명 -신청 방법: QR코드를 찍으면 연결되는 온라인 폼에 작성(대리 참여 접수 불가) -신청자 선정: 접수 형식에 맞춰 작성하신 분에 한해 선정을 통해 참여 안내를 드립니다.(선정되신 분에게만 참석 통보) -참가비: 무료


글. 정임경 사진. 홍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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