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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려의 금속가공 기술이 완성한 장식적 아름다움
작성일
2022-10-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23

고려의 금속가공 기술이 완성한 장식적 아름다움 영국박물관을 빛내는 금속 장신구 우리에게 대영박물관으로 알려진 영국박물관은 이집트 미라와 로제타석, 람세스 2세의 석상과 그리스 신전 마블 부조물 등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컬렉션을 보유한 세계적인 종합박물관 중 하나이다.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컬렉션 중에는 한국문화재도 4,000여 점 포함되어 있다. 01.<은제도금침통>, 고려시대, 은·금, 길이 7.4cm, 지름 1.2cm ©영국박물관 02.<금동용문투각장식>, 고려시대, 금동 ©국립문화재연구원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폭넓은 한국문화재

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문화재는 국립문화재 연구원이 2016년에 종합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거쳐 영국 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전모(全貌)가 알려지게 되었다. 영국박물관은 별전(別錢) 2,800여 점을 비롯해 금속과 도자 등의 공예품, 서화 전적, 조각, 복식 및 장신구 등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폭넓고 수준 높은 한국문화재 1,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영국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중에는 고려시대의 <청자동화모란당초문완(靑磁銅畵牡丹唐草文碗)>, <나전국당초문경함(螺鈿菊唐草文經函)> 그리고 채제공 초상(蔡濟恭 肖像), 조선 19세기의 <백자청화김주광묘지(白磁靑畵金冑光墓誌)>와 백자달항아리 등 국내에서도 남아 있는 예가 많지 않은 희귀한 유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고려시대의 뛰어난 금공(金工)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금속 장신구도 있다. 금속 장신구는 기술적·미적으로 뛰어난 고려 금속가공 기술의 높은 수준을 잘 보여준다.


영국박물관이 고려시대 금속 장신구를 수집하게 된 데는 조지 유모포퓰러스(George Eumorfopulous, 1863~1939)의 공이 크다. 그는 중국 도자기와 일본 미술품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물질문화 연구에 전념했다. 1921년 ‘동양도자학회’를 설립해 죽기 전까지 초대 회장을 지냈다. 유모포퓰러스의 컬렉션 중에는 신라시대 귀걸이, 고려청자와 고려시대 금속공예품, 조선시대 불교 회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03.<금동화조문투각장식>, 고려시대, 금동 ©영국박물관 04.<동곳>, 고려시대, 금동·은 ©영국박물관

고려의 치장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신구

유모포퓰러스를 통해 구입한 고려시대 금속 장신구는 여럿이다. 그중 하나가 <은제도금침통(銀製鍍金針筒)>으로 바늘을 넣어 보관하는 용기이다. 침통은 원통의 관(管) 형태로 뚜껑과 몸체로 구성되어 있다. 뚜껑은 길쭉한 원통형으로 침통 전체 길이의 4/5 정도에 해당한다.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몸체는 바늘을 보관하는 관 부분과 뚜껑을 열 때 손으로 잡는 부분으로 나뉜다. 은으로 제작된 침통은 다양한 기법으로 여러 문양을 섬세하고 화려하게 장식했다. 침통은 몸체와 뚜껑 바탕에 화려한 장식무늬를 인각(印刻)으로 시문하고 부분 도금을 사용한 점이 특징적이다.


뚜껑은 중앙에 능화문(菱花紋) 두 개를 나란히 배치하고 그 주위를 모란당초문으로 에워쌌다. 능화문 안에는 목을 서로 꼰 채 서 있는 새 두 마리와 연화당초문을 새겼다. 새의 날개와 깃털 등은 작고 세밀한 정을 사용해 표현했으며 연화당초문은 연꽃과 연밥 등의 세부를 가느다란 선으로 상감해 표현한 후 세부 문양을 도금해 완성했다. 침통의 양 끝부분에는 타출(打出)로 국화문을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상감기법과 조금기법, 도금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한 금속공예품이다.


<금동투각장식(金銅透刻裝飾)>은 관(冠)이나 두건, 의복, 허리띠 등에 장식으로 사용되었다. 용을 투각한 <금동용문투각장식(金銅龍文透刻裝飾)>과 꽃과 새가 사이좋게 어우러진 정경이 표현된 <금동화조문투각장식(金銅花鳥文透刻裝飾)>이 주를 이룬다. 금동투각장식은 주 문양과 부속 문양으로 구성되며 형태를 주물로 제작한 후 음각으로 세부를 표현하거나 압출기법으로 성형한 뒤 도금해 화려함을 더했다. 앞면만 도금을 하고 뒷면은 도금하지 않은 상태를 보면 주조한 후에 세부 문양을 조각해 완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머리 장신구 중 하나인 ‘동곳’도 주목할 만하다. 동곳은 머리[頭髮]에 꽂아 모양을 고정하고 장식하는 수식(首飾)중 하나이다. 묶거나 올린 머리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해 주는 실용적인 기능과 함께 머리를 더욱 화려하게 꾸미는 장식적인 기능을 한다. 머리 부분은 반구형이고 다리 부분은 머리에 꽂는 부분으로 머리와 다리를 따로 제작해 붙여 완성했다.


영국박물관 소장 <동곳> 중 하나는 머리 부분은 중앙의원을 중심으로 국화 꽃잎을 음각하고 그 아래는 당초문으로 장식했다. 국화 꽃잎 부분에는 파초잎 문양[芭蕉紋]을 음각으로 장식했고 다리 부분은 일자형으로 뻗어나가며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형태가 특징이다. 이에 견줄 만한 아름다움을 갖춘 다른 <동곳>도 있다. 이 <동곳>은 머리 부분에 고부조(高浮彫)의 양각 장식문양을 타출기법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형태의 <동곳>은 부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불두잠(佛頭簪)이라고도 한다. 머리에는 꽃모양을 새긴 동그란 입체 장식이 동심원 형태로 배치되어 장식되었는데, 위쪽 장식의 꽃 모양은 닳아서 문양의 형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머리와 연결되는 다리의 맨 윗부분에는 음각으로 파초문을 장식해 놓았다. 은으로 만들었으며 머리와 문양 부분에는 도금 흔적이 남아 있다.


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금속 장신구를 통해 그 시대의 높은 공예 기술은 물론이고 귀족적 생활의 세련미를 엿볼 수 있다. K-컬처의 바람을 타고 이러한 고려인의 미감이 세계인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 박대남(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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