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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신라시대 갑옷 입은 장수를 깨우다
작성자
박윤정 연구관
게재일
2017-01-05
주관부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조회수
865


  고고학적인 발굴조사는 유물 또는 유구라는 과거의 물질을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 꺼내어 역사 속 어느 시기를 복원하는 과정이다. 글이나 그림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면, 발굴조사는 과거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2009년 6월 각 신문에는 “신라시대 중장기병의 실체가 확인되었다”라는 뉴스가 일면을 뒤덮었다. 경주 쪽샘지역의 신라시대 무덤에서 장수와 말 갑옷이 풀세트로 발굴되었던 것이다. 고구려 벽화를 통해서만 알려져 있던 고대 중장기병의 실체가 유물을 통해 직접 확인된 것이다.


  경주 쪽샘지역 고분유적은 황남대총과 천마총으로 유명한 대릉원과 공간적으로 연결되는 곳으로 4~6세기대 신라 왕족·귀족들의 집단 무덤군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곳에서 장수와 말의 갑옷이 발굴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발굴된 갑옷은 일부분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없었다. 2009년 새롭게 발굴된 장수와 말 갑옷은 4,500매 이상의 얇은 철편을 사용하여 위·아래 겹치게 엮어 물고기 비늘모양의 형태로 만들었다. 실제 갑옷을 착용했을 때는 활동이 용이했을 것이다.


  무덤 속에서 갑옷이 출토된 모습도 범상치 않다. 출토된 말의 갑옷은 세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무덤 바닥에 말의 목과 가슴을 가리는 부분, 몸통을 가리는 부분, 엉덩이를 가리는 부분을 편평하게 깔아서 마치 말이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이다.


  말의 몸통가리개 위에 장수의 허벅지를 감싸는 갑옷 두 장을 나란히 놓고 그 위에 시신을 놓았다. 시신의 머리는 말의 엉덩이 가리개 쪽에 놓인다. 특히 시신이 몸을 반쯤 일으키면 마치 말 등에 앉은 형상이 된다. 신라의 중장기병은 죽어서도 말을 타고 그렇게 달렸어야 했던 모양이다.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 무덤은 출토된 유물을 통해 볼 때 4세기 말~5세기 초로 추정된다. 출토된 갑옷은 고구려의 남정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삼국시대 군사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쪽샘에서 갑옷이 출토되기 직전 고구려 광개토왕을 주인공으로 했던 드라마가 유행을 한 적이 있다. 지금쯤 드라마가 제작되었더라면 주인공은 역사적 고증을 마친 갑옷을 입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발굴현장에서는 과거의 조각들을 맞추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렇게 맞춰진 퍼즐을 통해 오래된 의문과 상상은 답과 사실로 확인되고, 그 퍼즐은 바로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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