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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유교건축, 불교건축의 만남 근정전
작성자
조상순 연구관
게재일
2016-11-24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조회수
1715

 


  대부분의 종교는 각 종교의 교리와 원칙에 부합하는 건축 형태를 갖는데, 건축물의 배치나 조각, 문양, 건물 내 제단의 배치 등에 그 특징이 잘 나타난다. 유교는 종묘나 서원에서 볼 수 있듯이, 중심 공간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세부 장식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불교는 불상을 모시는 주 불전(佛殿)의 장식이 화려하며, 각 건축 부재에는 불교를 상징하는 다양한 문양으로 구성된 단청이 베풀어진다.


  그런데 가끔 두 개의 종교가 하나의 건축물에 구현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경복궁 근정전이다. 근정전은 조선의 법궁(法宮)으로 건립된 경복궁의 중심 건축으로, 유교 원칙에 따라 좌우 대칭과 중심축선을 강조한 대표적인 유교 건축이다. 그런데 이 근정전의 현판 테두리를 자세히 보면 불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일곱 가지 보물인 칠보(七寶)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어떻게 유교 건축의 정수(精髓)에 불교의 디자인이 구현되었을까.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1636년에 일어난 병자호란까지 이들 전란은 당시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근정전을 포함한 많은 건축물이 소실되었고, 더불어 목수와 화공 같은 전문 건축인들도 사라졌다. 때문에 전란이 끝난 뒤 시작된 건축물의 복원에는 산속 사찰에서 오랜 기간 건축을 연마한 승려 장인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1867년에 재건된 경복궁 근정전의 현판 테두리에 불교 문양이 나타난 것은, 조선 중기 전란 이후 승려 장인들이 갖고 있던 건축기법이 널리 퍼지면서, 270년이 흐른 뒤 불교 문양이 자연스레 단청의 일부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조선 초 불교를 배척하고 억압했던 유학자들이 알았다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서로 다른 관념과 사상으로 어지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서로 대립하고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보다, 바른 생각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근정전 현판을 보고 있자니, 『서경(書經)』을 근거로 근정전의 이름을 짓던 정도전과 임진왜란 때 승군을 이끌었던 서산대사의 이름이 나란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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