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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불교의식의 정화 영산재
작성일
2009-04-10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397





‘재齋’의 개념 ‘재’라 하면, 제일먼저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거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천도의식薦度儀式을 연상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본래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님께 공양올림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양은 물질적인 것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공양을 올리는 신자信者와 삼보三寶님과의 공감이다. 즉, 삼보께서 공양에 응應하셨다 함은 곧 중생을 구제하시려는 삼보님의 뜻과 이를 따르려는 중생의 마음이 하나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願의 내용은 중생에 따라 다르며 재의 형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모든 영가靈駕의 천도를 목적으로 거행하는 ‘수륙재水陸齋’가 있고, 살아가면서 받은 은혜를 빚으로 생각하여 살아있는 동안 이를 갚으려는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가 있으며, 돌아가신 분의 천도를 위해 사후의 세계인 명부冥府를 관장하는 시왕十王에게 공양하는 ‘각배各拜’ 등이 있다. 이에 비해 ‘영산재’는 삼보님께 공양을 올림에 무게 중심이 있다. 외에도 규모를 축소하여 거행하는 ‘상주권공常住勸供’이 있고, 매일 부처님께서 공양을 드시는 시간인 사시(巳時. 9~10시)에 올리는 ‘사시불공巳時佛供’이나 ‘사시마지巳時摩旨’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재齋마다 주제를 달리하고 있지만, 궁극적 목적은 중생으로 하여금 생사윤회生死輪回라는 고통의 세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하게 하려는데 있다.

영산재靈山齋의 유래 병病에 따라 처방이 다르듯 의식의 주제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한 가지 약藥이 공신력을 얻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듯 의식문儀式文도 그렇다. ‘수륙재’의 경우 처방한 사람은 중국의 양무제(梁武帝 464~549)이고, ‘생전예수재’는 석존 재세시在世時 인도 마갈타국의 병사왕(甁沙王. Bimbisara)이 주인공이다. 때문에 수륙재는 중국적中國的이고, 생전예수재는 인도적印度的이다. 이에 비해 이설이 있기는 하지만 영산재는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에 의해 조성되었음을 전제로 할 때 한국적韓國的이라 하겠다. 재의 주제는 다르더라도 공共히 불가결의 의식이 있으니 다름 아닌 삼보님에 대한 공양의식이다. 기존의 의식에는 의식의 주제에 충실한 나머지 간과看過한 이 부분을 대각국사께서 보완·조성하신 것이 영산재다. 따라서 어떤 주제의 의식이든 여법如法히 거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산재로 거행해야 완전할 수 있으니, 한국불교의 우수성이 이로써 증명되는 셈이다. 불교 역시 신앙체계의 하나인 점을 생각할 때 삼보님의 가피加被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영산재靈山齋의 특징 첫째. 교리적敎理的 특징 영산재의 교리적 중심은 『법화경法華經』이다.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고려 천태종天台宗의 창종주創宗主임을 생각할 때 쉽게 긍정이 간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특징은 원융불교圓融佛敎에 있음이 학계의 통설이듯, 영산재에는 현교顯敎·밀교密敎·정토淨土·선禪은 물론 유교나 도교의 교리까지 이장위종理長爲宗의 입장에서 고루 수용하고 있다. 즉, 영산재는 한반도에 유입된 불교와 인근의 종교를 우리 민족이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척도尺度라 하겠다. 둘째. 예술적藝術的 특징 영산재는 일종의 축제祝祭로 이해할 수 있다. 생사윤회로부터 벗어날 단서를 제공하는 법회法會이기 때문이다. 미망迷妄의 세계에서 깨침의 세계로, 사바娑婆에서 극락으로, 중생에서 부처로의 전환을 꾀하는 의식이니 더 이상의 축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형이상形而上의 문제인 만큼 이를 형이하形而下로 구상화具象化한 것이 영산재다. 이런 목적이 달성되기까지는 단계가 있다. 때로는 이적理的인 면에서 긴장緊張을 조성하고, 때로는 사적事的인 면에서 이완弛緩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도입·전개·절정·결말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이들 각 대목의 진행 및 표현 방법으로 성악聲樂·율동律動·기악器樂·장엄莊嚴 등 예술적인 방법이 활용된다. ⑴ 성악적聲樂的 요소 영산재에서 사용하는 성악을 한마디로 범음梵音·범패梵唄라 부른다. 신라의 진감국사(眞鑑國師 774~850)로부터 이어온 유서 깊은 음악이다. 범패의 특징은 랩-뮤직(rap music)과 비교하여 설명하면 다소 이해의 폭을 더할 수 있다. 랩뮤직이 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함에 비해, 범음·범패는 그 리듬이 장인굴곡長引屈曲하고 유현청화幽玄淸和하다. 즉 하나의 글자 내지 하나의 단어를 길게 끌어가며 굴곡을 이루고, 깊고 그윽하고 맑고 부드럽게 소리 냄으로써 일즉다一卽多의 차원에서 그 뜻을 깊이 있게 반추하며 음미하게 한다. 범패에는 연꽃이 흙탕물 속에 있어도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듯 범패는 세간의 소리이자 율동이면서도 속되지 않고 성현의 경지를 넘보게 하는 품위와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성악은 다시 겉채비와 안채비로 나뉘고, 겉채비는 다시 홑소리와 짓소리로 나뉘며, 안채비는 유치성由致聲·착어성着語聲·편게성編偈聲·게탁성偈鐸聲 등으로 분류된다. ⑵ 율동적律動的 요소 불교의식에는 바라무 舞·착복무着服舞·법고무法鼓舞 등의 무용舞踊이 있다. 이를 한마디로 작법무作法舞라 부른다. 작법무는 종교적 성취도를 높이거나 성취의 기쁨을 몸의 율동으로 나타내는 신업공양身業供養이다. 예컨대 밀교적 요소인 다라니多羅尼는 정확도를 생명으로 하는데, 그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대중이 동음으로 창화唱和하고, 다라니를 가사歌詞로 바라라는 악기를 사용하여 바라무를 거행한다. 또, 의식의 한 단원을 원만히 마쳤을 때도 그 환희로움을 바라무나 착복무로 표현한다. 한편, 영산재는 법계중생이 함께 동참하는 법회인 만큼 천인天人과 수부중생水府衆生의 동참을 착복무로, 축생畜生의 동참은 법고무로, 허공계虛空界 중생의 동참은 바라무로 나타내기도 한다. ⑶ 기악적器樂的 요소 불교의식에서 사용하는 악기를 사물四物이라 부른다. 종류로는 범종梵鐘·법고法鼓·목어木魚·운판雲板이 있으니 이를 대사물大四物이라 부르고, 이를 축소한 요령搖鈴·소고簫鼓·목탁木鐸·광쇠 등은 소사물小四物이라 한다. 대사물은 지옥地獄·세간世間·수부水府·허공虛空의 중생을 운집雲集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며, 소사물은 앞서 음악적 요소가 사람의 음성을 사용하는 것이었던 만큼, 박자나 신호信號가 필요한 경우 사용한다. 외에도 영산재는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이 함께 환희하는 법회이기에 취타吹打나 삼현육각三絃六角 등 악기를 동원하기도 한다. ⑷ 장엄적莊嚴的 요소 장엄莊嚴의 의미는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 도량道場을 꾸미고, 훌륭한 공덕을 쌓아 몸을 정화하며, 향이나 꽃 따위를 삼보님께 올려 장식하는 일을 말한다. 즉 이렇게 함으로써 정토가 건립되는바, 건립장엄建立莊嚴이라 한다. 석존께서도 『법화경』의 「견보탑품見寶塔品」을 설하실 때, 다보불多寶佛에 공양키 위해 시방분신十方分身인 제불을 보청普請하시면서 세 번에 걸쳐 예토穢土인 사바를 정토로 변화시키셨으니 이를 삼변토전三變土田 혹은 삼변토정三變土淨이라 한다. 즉, 이를 상기한다면 도량의 정화나 장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인류의 문화재로서 영산재靈山齋 종교는 문화현상의 하나이다. 그 역사가 길면 길수록 이해나 접근이 어렵다. 그러나 다행히 의식을 통하면 비교적 쉽게 그 종교의 특성을 알 수 있다. 한국불교의 의식의 정화인 영산재는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하기까지 과정을 생각한다면, 1,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의 모든 것이 농축되어 있다하겠다. 따라서 영산재에는 불교는 물론 이 민족의 얼이 배어있다 해서 지나침이 없다. 그런 이유에서 과거 일제日帝는 총독부령總督府令 ‘제령 제7호 시찰령制令 第7號 寺刹令’ 제7장 법식第7章 法式으로 고유의 전통의식을 금지시켰고, 6·25이후 서구문명의 범람汎濫으로 내 것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이른바 문화단층현상文化斷層現象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에 그 맥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불교계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적 사업임을 깨닫고 지난 1973년 대한민국 문화공보부文化公報部는 서울 봉원사 박송암朴松岩 스님 외 2인의 어장魚丈을 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하였다. 이어 1987년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로 단체지정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영산재는 필설筆舌로는 다 할 수 없는 인류문화의 보고寶庫임에 이제는 그 전승과 연구에 세계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형문화재이기에 더욱 그렇다. ▶ 글·심상현 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 사진·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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