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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상들의 숭배의 대상이었던 새 문화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작성일
2008-02-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268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아시아대륙 동쪽 끝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반도국가로서 봄과 가을에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봄에는 번식지로서, 겨울에는 월동지로서 혹은 중간기착지로서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새들의 서식지가 되어온 만큼 우리의 설화나 풍습을 들여다보면, 새와 관련된 것들이 참으로 많다. 새가 천연기념물로써 가치를 가지는 다양한 요소들 가운데 새의 문화적인 가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겨울철이 되면 북쪽의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및 연해주일대에서 번식을 마친 오리·기러기류 등 수많은 종류의 겨울 철새들이 수십 마리 혹은 수백 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우리나라의 강, 하천, 해안 등지로 찾아와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생활을 한다.
겨울 철새들이 도래한 월동지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에 수를 놓은 듯이 환상적인 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람들은 자연에서 펼쳐지는 새들의 진귀한 모습을 보면서 심미적으로 행복과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감탄을 연발한다.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인류역사가 시작한 이래 인간은 새와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친숙한 관계를 가지고 함께 공생하면서 살아왔을 것으로 여겨진다.
창공을 거침없이 가르는 새의 자유로움과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날개는 인간의 꿈이 아니겠는가? 과학자들은 새를 보며 비행기를 만드는 꿈을 이루었으며, 그런 새들을 통해 우리는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켰다. 또한 새는 삼림과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을 잡아먹고, 꽃의 수분을 도와주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즐거움을 더해준다.


옛 설화 속에 녹아있는 새에 관한 이야기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새를 신성하게 여겨왔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새와 관련된 문화와 풍습 등을 꽃피어 왔던 내용들이 문헌상에 잘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는 난생설화에 의하면, 하백의 딸인 유화부인이 해모수와의 사이에 임신을 하였는데 그 후 낳고 보니 커다란 알이었고, 그 알로부터 깨어 나온 옥동자가 고구려라는 나라를 세운 주몽이었다는 설화와 또 주몽이 나라를 세운 초기에 극심한 가뭄과 기근으로 고생할 때, 주몽의 어머니인 유화부인이 비둘기 다리에 씨앗을 매달아 주몽에게 보내 줌으로써 기근을 극복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지고 있다.
또한 신라의 박혁거세나 탈해왕도 인간이 낳은 알로부터 태어났으며, 특히 탈해脫解왕의 경우, 용성국의 왕비가 큰 알을 낳으니 이를 해괴하게 여겨 궤짝에 넣어 흐르는 물에 버렸으나, 그 후 신라 아진포에서 발견될 당시 까치가 요란스럽게 울었다하여 까치작鵲에서 새조鳥를 떼어 석昔으로 성性을 삼고, 알에서 태어났다 하여 탈해라고 하였다. 오작교烏鵲橋와 관련하여 칠월칠석(음력 7월 7일)날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은하수에 까마귀들이 자신들의 몸으로 다리를 놓았다 하여 까마귀오烏, 까치작鵲을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하나의 정신적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고구려의 벽화에 그려진 세발까마귀三足烏는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고구려의 왕권을 나타내었다. 조선시대에 임금의 상징으로 하였던 봉황은 유교에서 등장하는 새로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이라 하여 암, 수가 함께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얌전하다 하여 상상의 새로 고귀함을 의미하였고 또한 봉황이 나타나면 태평성대가 된다고 하여 궁궐의 문양으로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봉황문양은 백제의 토제와 백제금동대향로, 칼자루 및 식기류 등에도 그려져 있다. 또한 우리나라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도 봉황새로 되어있다. 이처럼 봉황이 왕과 왕비를 상징하였다면, 학鶴은 고고한 존재로 여겨져서 관리의 상징으로 관복의 흉배에 그려져 있다.

조선 영조 때 문관으로서 당상관은 운학흉배를 하고 당하관은 백학흉배로 하던 것을 고종8년에 당상관은 쌍학흉배로 하고 당하관은 단학흉배로 십장생인 학을 관복의 흉배로 사용하였다. 최근 우리나라 화폐 중 하나인 오백 원짜리 동전에도 두루미가 그려져 있다. 이외에 전통문양으로 그려져 있는 대표적인 새들은 원앙, 참새,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 꿩(까투리), 종다리, 황새, 오리, 기러기 등이며 장신구와 병풍, 민화, 도자기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민족의 정겨운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 새

우리 조상들은 새와 관련된 동화를 통해 사람이 사는 이치를 깨우칠 수 있도록 교훈을 담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전래동화인 흥부전에 등장하는 제비새끼가 처마 밑 둥지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을 때 정성을 다하여 고쳐준 흥부에게 박씨 하나를 가져다줌으로써 은혜를 갚았다는 이야기와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 등 새와 관련된 동화가 그 한 예이다.
원앙은 행복과 사랑 그리고 부부간에 금실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하여 전통결혼식의 상징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민요 속의 까투리타령, 새타령 등과 여자 어린아이들이 즐기는 고무줄놀이에서 자주 부르던 동요 속에 등장하는 따오기, 뜸부기, 뻐꾸기 등 이 모두가 우리민족의 정서를 표현해줄 뿐 만 아니라 지난 옛날의 정겨움을 말해주는 새들이다.
또한 우리의 언어 속에서도 ‘새’에 대한 다양한 말들을 찾아볼 수 있다. 뱁새눈, 매부리코, 참새방앗간, 속담인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꿩먹고 알먹기’, ‘새발의 피’,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라는 속담과 장신구와 옷, 병풍, 민화, 도자기에서 원앙새, 참새, 학, 꿩(까투리), 메추리, 황새, 종달새, 오리, 제비 등의 종류 볼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새를 주제로 하는 고유의 문양, 민속적 타령, 가곡, 동요 및 학춤 등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모든 국민의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초월하여 문화적 가치로서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무언의 감정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리의 자연유산으로 돌봐야할 자산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연에서 새들의 생활모습을 보면서 호흡을 함께하여 오지 않았던가? 한때는 철새로 인한 규제에 반발하여 갈대밭이나 논둑 등을 불로 태움으로서 오리나 기러기 등이 오지 못하도록 하였던 농부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철새무리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존재가 아니라 소중한 손님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철새가 오는 지역에서는 ‘친환경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로 ‘뜸부기와 함께 자란 쌀’, ‘기러기가 오는 쌀’ 등 새를 주제로 하는 쌀들을 브랜드화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철새들의 서식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추수 후 논에 물을 넣어주기도 하고, 일부는 완전히 추수를 하지 않고 일부 남겨 둠으로써 새들의 먹이가 될 수 있도록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태안군에서는 철새 도래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버드존(bird zone)’ 을 조성키로 하는 등 이와 같은 사업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시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자연유산으로 우리 모두가 돌보지 않으면 우리가 안전하고 풍요롭게 살아나가는 삶의 환경은 사라질 것이다. 새들이 없어진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이라 할지라도 그 가치는 낮아지게 되고 환경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우리의 삶의 질은 열악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겨울 철새의 대표적인 도래지라고 할 수 있는 한강하구,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서산 앞바다, 철원평야 등의 지역에는 많은 새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에서 펼쳐지는 새들의 역동적인 날개짓을 보면서 한순간이라 할지라도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환희를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리고 인간과 새의 최적의 공존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새의 문화적 가치, 우리의 일방적인 잣대이기는 하지만 사람과 새가 함께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만남 속에서 인간이 반드시 알고 지켜야할 것들이 아닌가 싶다.

▶글 · 사진 제공|구태회 문화재위원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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