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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오감만족의 역사속으로
작성자
한지선 연구사
게재일
2017-05-25
주관부서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조회수
1561

 


  예전에 순천 고인돌공원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문화 행사에 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청동기시대 사람들처럼 움막집에서 토기도 구워 보고 당시 생활을 체험하는 행사였다.


  이러한 행사는 현대인들에게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래서 열악한 환경을 어떻게 극복해 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유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직접 손으로 체험하게 한다. 단지 달달 외우기만 했던 역사를 손으로 만지는 역사로 탈바꿈시켜 오랫동안 기억하고 되새기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무척 유익한 교육의 일환이다.


  한편 이러한 문화재 체험교육이 활성화 되고 있는 흐름은 비단 호기심 많은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학계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학계에서는 체험의 측면을 넘어서 ‘실험고고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적인 역사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먼저 시도된 분야는 의식주에서 핵심이 되는 ‘식(食)문화’이다. 과거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었을까? 인간이 무언가를 조리해 먹기 위해 처음 발명한 것은 바로 ‘토기’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오랜 세월 토기에 무언가를 넣어 삶아 먹고 끓여 먹었을 것이다. 학자들은 각각의 토기 모양별로 크기별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를 보다 세밀하게 연구했다. 한 가지 에피소드는 삼국시대 대표적인 솥인 ‘장란형 토기’라는 토기를 부뚜막에 올려 쌀을 넣고 밥을 지어 먹는 실험을 했는데 매우 맛있는 밥이 만들어졌다. 흙물이 새어나오는 밥이 될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순간도 즐거웠지만 더 대단한 발견(?)은 이것이었다. 실험 토기와 실제 유물로서의 장란형 토기를 비교해 보니 이 토기는 밥을 지어먹었던 용기가 아니라 물을 끓이는 전용용기였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이유는 유물인 장란형 토기에는 내면에 어떠한 흔적도 없었지만 밥을 지었던 실험용 토기에는 내면의 표면이 검게 그을려져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장란형 토기가 물을 끓이는 전용용기였고 장란형 토기 위에 올려진 시루가 당시 밥을 지어먹는 주요 도구였음도 밝힐 수 있었다. 고구려 안악3호분 고분벽화에도 솥 위에 시루를 올려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어 이를 통해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모두 유사한 음식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도 밝혀내었다. 현대에도 떡과 같이 쪄 먹는 시루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점도 삼국시대 이래로의 유구한 역사가 우리 삶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체험 교육으로든 학계에서의 실험고고학으로든 매우 다양한 형태로 우리가 역사 속으로 한걸음 더 다다갈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지고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매년‘생생문화재 지원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재 체험 교육을 지원하고 있어 아이들과 어른들도 함께 역사 속 선조들과 즐겁게 조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설명사진


<백제 장란형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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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한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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