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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열화정,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다
작성자
탁경백 연구관
게재일
2017-04-27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조회수
1319

 


  만춘이다. 방방곡곡에 깊어진 봄을 즐기는 상춘객이 가득하다. 편리해진 교통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향긋한 봄내음과 함께 조상들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문화유산은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인터넷과 다양한 문화유산 자료 덕분에 찾는 발걸음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문화유산 중 하나가 바로 정자(亭子)이다. 소쇄원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도 있지만, 대체로 마을 뒷동산이나 깊숙한 곳에 고즈넉하게 있어 발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다.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광주이씨 집성촌인 강골마을의 가장 깊고 높은 곳에는 1845년에 이진만(李鎭晩)이 후진양성을 위해 세운 열화정(悅話亭)이 있다.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중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悅親戚之情話)’, ‘날마다 정원을 거닐며 정취를 즐기던(園日涉以成趣)’ 에서 따온 열화정과 일섭문(日涉門)의 이름은 이진만의 이상향적인 뜻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담과 산책만 하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열화정에서 이건창(李建昌) 등 지역 지식인들과 함께 학문과 위태로운 나라의 현실을 토론했다. 나중에 이관회(李貫會), 이양래(李陽來), 이웅래(李雄來) 등 의병열사를 배출하기도 하였다.


  마을 안쪽의 돌계단을 올라 돌담장을 따라가면 일섭문이 있다. 문을 들어서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ㄱ’자형 연못이 방문객을 반긴다. 하늘로 날아올라갈 듯한 지붕을 가진 정자는 비교적 높은 2단의 축대 위에 ‘ㄱ’자형으로 앉아있다.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하던 누마루가 있는 세로칸과 방과 부엌이 있는 가로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자에 부엌이 있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로, 머물며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앞으로 돌출된 누마루에서 끊임없이 학문을 탐구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던 이들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곧 선거다. 열화정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모두 실천해보자.


설명사진


<전남 보성 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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