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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의 나라(雪國)에서 만드는 여름 직물 - 오지야 지지미(小千谷縮)와 에치고조후(越後上布)
작성일
2018-01-0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752

 눈의 나라(雪國)에서 만드는 여름 직물, 오지야 지지미(小千谷縮)와 에치고 조후(越後上布) -  일본 니가타현은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康成)의 소설 『설국(雪國)』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눈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명한 곡창지대이기도 한 이곳에서 일본 최고의 명품쌀 고시히카리(越光)가 생산되며, 이 쌀로 맛좋은 술을 빚는다. 1년에 반은 눈이 쌓여 있고 겨우내 보통 2~3미터의 폭설이 내리는 이 지역 기후의 특징은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의 제작 전통과도 관련이 깊다. 예로부터 차가운 눈 속에 고립되는 긴 겨울이 되면, 이 지역 여인들은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짰다. 이때 우오누마 전체를 뒤덮은 눈은 머리카락처럼 얇은 모시실이 끊어지지 않게 습도를 조절해 주었으며, 눈을 이용해 천을 표백하고 천의 오염물을 빨았다. 일본의 무더운 여름에 애용되었던 우오누마의 모시(오지야 지지미·에치고조후)는 이렇듯 ‘눈’ 속에서 만들어졌다. 01.일본의 모시짜기는 한겨울 소복이 눈이 내리는 풍경과 유난히 잘 어울린다.ⓒ유네스코

일본 니가타현의 모시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는 일본 니가타현 우오누마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한여름용 기모노 및 오비를 만드는 마(저마, 苧麻) 직물이다. 니가타현의 옛지명인 ‘에치고(越後)’를 본떠 메이지 시대까지는 ‘에치고 지지미’로 불렸으나, 20세기 이후 오지야시(小千谷市)를 중심으로 생산된 것을 오지야 지지미, 미나미우오누마시(南魚沼市)를 중심으로 생산된 것을 에치고 조후라고 부르고 있다.

에도시대(1603~1867년)에는 기존 마직물을 개량하여 잔주름이 있는 지지미가 개발되었는데, 지지미의 잔주름은 입었을 때 시원한 촉감을 주어 여름옷으로 높게 평가받았으며 도쿠가와 막부는 이를 여름 정식의복으로 지정하였다. 이후 상급무사를 비롯한 부유층도 여름 의류로 모시를 애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에도시대 후기에는 직조기술의 발달로 풍부한 무늬와 섬세한 색조의 모시가 생산되었으며, 모시 중개상과 도매상들은 니가타현 일대에서 제작된 모시를 모아 모시 시장을 열고 유통을 독점하기도 했다. 메이지 유신으로 막부가 붕괴되면서 모시의 사용층은 무사에서 서민들에게로 넓혀졌으나, 이후 근대화·산업화에 따라 기계로 제작된 직물이 유입되면서 전통 모시 생산량은 급감하게 된다. 1955년 일본 정부는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으며, 이후 2009년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 내린 전통기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오지야마 지지미, 에치고 조후 - 모시풀을 재료로 만드는 고품질의 가볍고 무늬가 있는 직물 모시로, 무덥고 습한 일본의 여름철을 나기에 이상적인 옷감이다.

02.‘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는 일본 니가타현 우오누마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한여름용 기모노 및 오비를 만드는 마 직물이다.ⓒ문화재청 03.일본 모시 염색도구 ⓒ문화재청 04.완성된 모시는 뜨거운 물로 씻고 발로 밟아 문지르는 작업을 거친다. ⓒ유네스코 05.오지야 지지미 직물 ⓒ문화재청 06.완성된 모시를 눈밭에서 말리는 ‘눈 표백(유키사라시)’ 과정 ⓒ유네스코 07,08.예로부터 차가운 눈 속에 고립되는 긴 겨울이 되면, 일본 니가타현 지역의 여인들은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짰다. ⓒ유네스코

모시짜기에 담긴 정성

‘모시를 짜는 일’은 모시풀을 베어 실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7월 말 수확한 모시대를 꺾어 속대와 껍질을 분리하고 모시칼로 훑어내 속껍질을 얻는다. 이후 실내에서 건조시킨 모시는 투명한 연녹색을 띠는데 이를 ‘아오소(靑苧)’라고 한다. 일본 모시의 원재료인 아오소는 현재 후쿠시마현 쇼와촌(昭和村)에서만 생산되고 있으며, 니가타에서는 이것을 공급받아 실을 만들고 있다. 아오소를 손톱으로 가늘게 쪼개 손가락으로 일일이 꼬아 이어서 실을 만든다.

이후 정련과정을 거친 모시실 타래를 면실로 동여매 염색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실로 동여맨 부분에 염색이 되지 않아 무늬를 만든다), 실로 동여매는 위치는 정교한 도안에 따라 정해진다. 한국의 순백색 모시가 단아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줄무늬·격자무늬·꽃무늬 등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이 있는 것이 일본 모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이 준비된 이후에야 전통 베틀인 이자리바타에 앉아 모시를 짜게 된다. 땅에 가까울수록 습도가 높아 실이 잘 끊어지지 않는다 하여 과거에는 땅을 파고 베틀을 설치하기도 했다. 일본의 모시짜기는 한겨울 소복이 눈이 내리는 풍경과 유난히 잘 어울린다. 1년의 반은 눈으로 고립된 지역의 여인들은 겨우내 베틀에 앉아 가족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며 베를 짰다.

완성된 모시는 뜨거운 물로 씻고 발로 밟아 문지른 뒤 눈밭에서 말리는 ‘눈 표백(유키사라시)’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천의 얼룩을 씻어내고 염색한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맑은 날 눈 위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널어놓는다. 눈이 수증기가 될 때 발생하는 오존이 천을 표백·살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새하얀 눈밭 위에 색색의 천들이 펼쳐져 있는 장면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연 1회 체험 공개행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이 과정을 체험하기 위해 일본 전국에서 참가 응모가 이어진다.

07,08. 예로부터 차가운 눈 속에 고립되는 긴 겨울이 되면, 일본 니가타현 지역의 여인들은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짰다. ⓒ유네스코

전통 기술을 이어가는 사람들

1955년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가 일본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1976년 일본 정부는 해당 기술의 기술자들로 구성된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 기술보존협회(이하 보존협회)'를 기술보지단체(技術保持)로 인정하였다. 보존협회의 주요 활동은 중요무형문화재로서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의 검사규칙 및 검사기준을 수립하고, 전통방식의 모시직조 기술을 보존해나가는 것이다.

보존협회는 다양한 전승자 양성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모시삼기(실 만들기) 기술, 베틀을 이용해 모시짜기 기술, 가스리(무늬) 기술 전승자 양성사업이 그것이다. 수강자를 모집해 과정별로 6개월여 간(기간 중 20일) 강습을 실시하며, 5년간 강습을 수강하면 수료로 인정되어 졸업하게 된다. 또한 지역사회인 오지야시와 미나미우오누마시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견학·체험 강좌도 시행하는데, 이 지역의 험한 날씨 여건에도 불구하고 신청자들의 호기심과 열의는 매우 뜨겁다.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지금도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기술자의 고령화와 감소 등으로 인해 기술의 보존·전승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 제작의 전통은 이 지역 사회와 문화 속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으며, 보존단체를 비롯해 이를 지켜가기 위한 지역 사람들의 노력 역시 이어지고 있다.

특별전으로 만나본 한국과 일본의 모시 문화

한편, 인류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무형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한국과 일본의 모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2017.8.2.~ 9.24.)되었다.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일본 고유의 모시 ‘오지야 지지미’와 ‘에치고 조후’가 다양한 직조 도구들과 함께 전시되었으며, 에도시대 상인들이 사용한 모시 견본책, 지지미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등을 통해 이웃 나라 일본의 모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한국 모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모시 유물을 비롯한 다양한 전통 직물들, 모시 제작 도구 등도 함께 전시하여 두 나라의 모시직조문화를 비교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전시는 끝났지만 관련 자료 및 사진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open.nihc.go.kr)을 통해 만날 수 있다.

 

< 참고자료 >
• 重要無形文化財 「小千谷縮·;越後上布」 (2010, 중요무형문화재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전시 실행위원회)
• 2017 특별전시 연계 국제컨퍼런스 자료집 『동아시아모시의 역사와 전승현황』 (2017, 국립무형유산원

 

글‧김유경(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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