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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역사와 문화의 울타리 안에 ‘美’를 피우다!
작성일
2016-03-03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784

역사와 문화의 울타리 안에 ‘美’를 피우다! 중국의 이허위안 VS 이란의 파사르가대 정원(庭園)은 집안의 뜰에 가꿔놓은 꽃밭을 의미하는 말이다. 영어로는 Gar den(가든)이라고 하는데, 두 단어의 어원은 묘하게도 비슷한 듯 다르다. ‘정원’이란 말은 중국 고전 주례(周禮)에서 여러 꽃들로 아름답게 꾸민 울타리 안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고, 한자 園(동산 원)의 부수인 口(큰 입구)는 에워싼 공간을 뜻한다. 이에 비해 Garden은 ‘둘러싼 공간’이란 뜻의 페르시아어 Gadae(가대)가 어원으로 각종 꽃밭이 있는 뜰을 의미했다. 울타리를 쳐서 안팎을 구분하고 한정된 땅을 사유영역으로 삼음이 정원의 출발인 셈이다. 동서고금에 수많은 정원 중에서도 역사적·미적 부분에서 남다른 자태를 선보이고 있는 중국의 이허위안(頤和園)과 이란의 파사르가대(Pasargadae)를 거닐어 보도록 하자.

이허위안 파사르가대

 

세계문화유산으로 빛나는 이허위안과 파사르가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서북쪽으로 10km 떨어진 교외에 위치한 중국 황실의 여름 별궁인 이허위안(頤和園)의 역사는 금나라 황제 완안량에 의해 시작됐다. 최대 규모의 황실 정원은 “이제 마음껏 즐겨 보리라!”고 마음먹은 황제에 의해 탄생했다. 풍류를 좋아한 완안량은 황제가 되자마자 전국에서 미녀를 끌어모았다. 그리고는 경치 좋은 곳에서 여색을 즐기고자 1153년 베이징(北京) 서쪽 외곽에 별궁과 정원을 설치했다.

원나라 때에는 별궁 규모를 더 크게 확장했으니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 땅을 파 호수를 만들고, 파낸 흙을 쌓아 만수산을 만들었다. 산 위에서 물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중국식 정원을 거대한 규모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후 명나라와 청나라 때에 확장 공사가 이뤄졌고 1888년 서태후가 큰돈을 들여 다시 고친 후 이허위안이란 이름을 붙였다. 유네스코는 이허위안에 들어있는 이러한 역사와 중국식 정원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여 1988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자연 풍경을 그대로 이용한 정원에 인공 건축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중국 조경 예술의 걸작이다.

파사르가대의 탄생 배경은 이허위완과 조금 다르다. 파사르가대는 ‘파사르의 정원’이란 뜻이며 동시에 아케메네스 제국 최초의 수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페르시아 발상지 파사르는 멀리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드넓은 평원인데, 키루스 2세는 이곳에서 제국의 시대를 열었다. 키루스 2세는 거대한 성채와 공회당, 정원 등을 만들어서 제국의 위용을 과시했다.

파사르가대는 엄청난 규모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다문화적 가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키루스 2세는 바빌론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정복한 후 일방적 수탈과 지배를 감행하지 않았다. 그는 유대인을 비롯한 억압받는 민족을 해방시켰고, 정복지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면서 장점을 수용하는 포용 정책을 펼쳤다.

건축물에 있어서도 바벨탑에 감명받아 자신의 무덤양식에 반영하라고 지시한 바 있으며,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참고해서 제국수도에 거대한 정원을 만들게 했다. 다시 말해 공회당 건물은 페르시아 양식으로 만든 한편, 무덤과 정원은 다른 문화권 양식의 장점을 수용해 건설한 것이다.

그리하여 키루스 2세는 자국민은 물론 주변국과 후세 역사가들로 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키루스 대왕’으로 불리게 됐다. 유네스코는 이렇듯 다문화적 건축 특징을 높이 평가해서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상주의적 세계관이 담긴 이허위안

이허위안은 기본적으로 중국인의 이상주의적 세계를 상징하는 정원이다. 중국인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삶을 가장 바람직한 낙원으로 생각했으니, 복숭아꽃 만발한 무릉도원과 강가에서 한가로이 배 타고 노니는 산수화에 담긴 상상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곳이 바로 이허위안이다. 푸른 호수 한가운데에 떠 있는 듯 보이는 돌배는 낙원 관념의 형상화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정자에서 내려다보며 감상하고자 백옥을 쪼아 만든 장식물인 것이다. 또한 이허위안으로 들어가려면 여러 문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점진적으로 깊은 세계에 들어감을 상징한다. 풍치림(風致林: 자연의 멋스러운 정취를 내고자 가꾸는 나무숲)이 우거진 산과 잔잔한 호수, 기암괴석과 다양한 꽃, 물 위에 가로지른 다리는 중국 조경술의 특징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표현한 정원은 현실에서 낙원을 추구한 중국인의 사고관 그 자체인 것이다.

이허위안은 기본적으로 중국인의 이상주의적 세계를 상징하는 정원이며 파사르가대는 풍경이 워낙 인상적이고 특이한 탓에 그리스인에게‘페르시아의 정원’이라고 받아들여졌다.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파사르가대

파사르가대는 본래 ‘담으로 싸인 뜰’이란 뜻이었다. 넓은 사방을 높은 담으로 막고 그 안에 여러 나라에서 가져온 희귀한 동물과 식물들을 채워 놓은 데서 나온 말이었다. 그 풍경이 워낙 인상적이고 특이한 탓에 아름다운 정원으로 소문이 퍼졌고, 그리스인은 파사르가대를 ‘페르시아의 정원’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급기야 페르시아의 정원을 낙원으로까지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영어 Paradise(파라다이스)의 어원이 페르시아어 ‘Pasargadae’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사르가대의 정원은 인도 및 이슬람문화권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더운 기후를 감안했을 때 이상적인 본보기였던 까닭이다.

페르시아의 발명품인 샘솟는 분수, 석재를 깎아 물이 흐르게 만든 운하, 그 둘레를 따라 심은 나무, 더위를 피하게 해줄 회랑(回廊), 햇빛을 차단하면서 바람만 통과시키는 창문, 사방을 막아 안에 조성한 정원 등은 지금도 더운 지역의 이슬람문화권에서 볼 수 있다. 또한 파사르가대 건물은 강도 7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했기에, 건축학적으로도 놀라운 기술임에 틀림없다.

이허위안은 자연 속에 인간의 건축물을 살포시 얹어 서로의 조화를 이룬 정원이고, 파사르가대는 드넓은 벌판에 인간의 힘으로 조성한 과학적인 정원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초목이 아름답게 무성한 공간이라는 점은 똑같다. 그런 점에서 행복한 인생이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01. 파사르가대의 상징물인 페르시아 대제국시대를 활짝 연 키루스 대왕의 묘 02. 파사르가대 석탑 잔해 03. 도교 신선사상을 표현 한 정원 장식물 ‘어경정 기암괴석’ 04. 이허위안으로 들어가려면 여러문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점진적으로 깊은 세계로 들어감 을 상징

 

글‧박영수(테마역사문화연구원장)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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