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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천상으로 보내는 추도, 만사(輓詞)와 제문(祭文)
작성자
황정연 연구사
게재일
2016-06-09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조회수
2181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에 있는 것인가?
마음은 아래에 있고 눈은 위에 있는데 어찌 물인데도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이치가 있단 말인가!“


  조선후기 선비 심노숭(沈魯崇, 1762~1837)은 1792년 아내의 상을 치른 후 제문을 쓰며 스스로 물어보았다. 책을 읽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문득 스치며 떠올랐을 뿐인데 끊임없이 솟는 눈물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그렇다. 도대체 눈물이란 무엇인가? 이 땅의 모든 사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원리인데 어찌 눈물만은 아래에 있는 마음(심장)을 통해 위에 있는 눈에서 흐른단 말인가.


  1792년은 심노숭에게 가슴 아픈 날의 연속이었다. 부친이 당쟁에 휘말려 가문이 흔들렸고 동갑내기 아내가 세상을 떴는가 하면 어린 딸과도 영영 이별 하였다. ‘아내를 잃고 너무 슬퍼하면 팔불출’이라고 여기던 당시의 풍속과 달리, 그는 유례없이 50여 편에 가깝게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문을 남겼다.   


  심노숭의 글처럼 옛 사람들이 삶을 하직한 이를 위해 쓴 글로 만사(輓詞)와 제문(祭文)이 있다. 모두 오늘날 추도사와 같은 성격의 글이다. 만사는 장례를 치를 때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쓴 글이고, 제문은 상을 치른 후 제사를 지낼 때 읽는 글이다. 이러한 글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내면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큰 감동력을 갖게 되고 작품의 완성도 또한 높아 유물로서도 손색이 없다.


  눈물은 평범한 백성도, 나라를 다스린 임금도 속절없이 무너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영조 역시 유일한 안식처였던 생모 숙빈최씨에 대한 그리움을 적어 내려갈 때에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가 직접 쓴「숙빈최씨 사우제문 원고(淑嬪崔氏祠宇祭文原稿)」(보물 제1631-1호․사진)에는 “스물다섯에 어머니를 잃고 세상 살아갈 생각이 없어 졌다. 6년 동안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라는 고백이 담겨있다. 영조의 냉철한 모습 뒤에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외로움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에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며 글을 쓴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록될까? 과거의 ‘나’가 현재의 ‘나’라는 말도 있듯이, 현재의 나는 곧 미래의 나가 아닐까. 조선 사람들의 만사와 제문은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충실 하라며 과거가 현재에게 주는 잔잔한 교훈이다.        


설명사진


<숙빈최씨사우제문원고, 1726년, 보물 제163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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