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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근대 영국의 한국 도자 사랑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르 블론드 컬렉션
작성일
2022-04-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81

근대 영국의 한국 도자 사랑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르 블론드 컬렉션 1880년대까지 유럽의 동양 미술 수집가와 연구자들은 ‘한국 도자는 실체가 없다’라고 생각하거나 ‘매우 오래된 좋은 도자일 것이다’라며 극과 극으로 판단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의 많은 다채(多彩) 도자가 제물포를 통해 유럽으로 보내지면서 한국 도자로 둔갑했고,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1887년경까지 중국과 일본산 도자가 한국 도자로 유통되었다. 한국이 일본 도자의 원류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빚어진 현상이었다. 그러나 곧 일본의 현대 도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진정한 한국 도자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01.르 블론드 한국 도자 컬렉션을 연구한 『Catalogue of the Le Blond Collection of Corean Pottery』 ©빅토리아 앨버트 02.1914년 작성된 르 블론드 한국 도자 컬렉션의 기증 관련 보고서 ©빅토리아 엘버트 박물관

서구인들을 사로잡은 한국 도자

19세기 후반 서구인이 조선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이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한국 도자에 환상을 품었다면 20세기 초에는 직접 한국을 여행하며 도자를 구입하기 시작 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아시아 여행이 붐을 이뤘는데, 이때 한국 여행안내서는 도자를 꼭 사야 하는 물건으로 묘사하고 있다. 조선 황제의 소장품이었던 15엔짜리 대접이 오사카 경매에서 90,000엔에 팔렸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한국 도자 구매가 경제적 이득이 될 수 있음을 암시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양 미술에 대한 순수한 관심으로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국인 오브리 르 블론드 (Aubrey Le Blond)는 여행 중 한국 도자를 수집한 대표적인 수장가이다.


그가 동양 도자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극동지역을 여행하면서부터이다. 1912년 르 블론드는 부인과 함께 이집트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시아 여행을 시작했다. 그중 한국 여행 일정은 짧았지만, 홍콩에서 만난 아치볼드헨리 세이스(Archibald Henry Sayce) 교수의 조언으로 고려시대 도자를 구입하기 위해 예정보다 긴 시간을 머물렀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가르쳤던 세이스 교수는 “미국과 일본 수집가들이 한국의 고려시대 도자를 수집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03.오브리 르 블론드(Aubrey Le Blond) ©빅토리아 엘버트 박물관 04.르 블론드 부부가 한국 여행 중 구매 한 조선 청화백자와 고려 철화청자 ©Mrs. Aubrey Le Blond, 『Day in, Day out』

르 블론드의 부인 미세스 오브리가 1928년에 출판한 자전적 저서 『Day in, Day out』에는 한국에서 도자를 구매한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부부에게 물건을 팔려는 사람 중에는 관직에서 쫓겨난 전직 관료가 많았는데, 가장 좋은 몇 점은 이들에게서 구매한 것이었다. 르 블론드는 고려시대 도자는 무덤을 도굴해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도굴꾼에게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도굴을 금지하는 규제를 강화하면서 도굴꾼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물건을 비싸게 팔기 위해 기다리기보다 빨리 팔기를 원했다.


부부가 직접 기차를 타고 특정 지역으로 이동해 도자를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인 판매업자가 안내하는 지역으로 가면 농민들이 도자를 지고 와서 바닥에 펼쳐놓았고, 그 중 좋은 물건을 골라 가격을 흥정했다. 이렇게 구매한 한국 도자는 대부분 고려청자였으며, 일부 조선시대 자기와 중국 송, 원대 자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도자를 구매한 부부는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05.1887년에 발표 된 영국 논문에서 한국 도자컬 렉션으로 소개된 일본 현대 도자 (Madeline Anne Wallace Dunlop, ‘KOREAN WARE’, THE MAGAZINE OF ART)

한국 도자 연구의 기틀을 마련한 르 블론드 컬렉션

르 블론드는 한국에서 구매한 도자 가격과 관련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비싸지 않은 값을 치렀을 것으로 추정 된다. 그런데 그의 한국 도자 컬렉션은 가격보다 유럽에서 한국 도자 연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더욱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는 여행 직후인 1914년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한국 도자 컬렉션 기증을 의뢰했고, 전문적인 연구가 이뤄지길 희망했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큐레이터였던 와일드(C.H.Wylde)는 르 블론드의 한국 도자 컬렉션을 조사한 후, 당시에는 접할 수 없었던 새롭고 다양한 종류의 한국 도자가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박물관은 1918년 르 블론드의 한국 도자 컬렉션을 연구한 『Catalogue of the Le Blond Collection of Corean Pottery』를 출판했다. 카탈로그에는 통일신라 도기, 고려 청자, 중국 송·원대 도자 등 총 143점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카탈로그는 1장은 독창적인 한국 도자, 2장은 한국과 중국 중 기원이 불분명한 자기, 3장은 고려에 수입된 중국 자기로 나누어 구성했다. 한국에서 발견한 다양한 도자와 관련한 학술적인 접근을 시도했고, 박물관의 동양 도자 큐레이터였던 버나드 래컴(Bernard Rackham)이 집필을 담당했다. 르 블론드의 한국 도자 컬렉션 카탈로그는 유럽에서 한국 도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전문 서적으로 20세기 전반 유럽의 한국 도자 연구자들에게 필독서가 되면서 학문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글, 사진. 김윤정(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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