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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닷속 유물이 세상 밖으로
작성일
2020-02-2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683

바닷속 유물이 세상 밖으로 태안 마도해역 수중발굴 조사, 바다 한가운데 수중발굴조사를 위한 전용 바지선이 정박되어 있다. 수중문화재 발굴조사 현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바다에서 진행되는 발굴조사의 특성상 육상발굴조사에 비해 접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현장 수도 적다. 현재 국내에서 수중발굴조사를 하는 곳은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바닷속 문화재 발굴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바닷속 경주로 불리는 태안 마도해역 수중발굴조사단의 하루를 통해 수중발굴조사 과정을 알아본다. 바다 한가운데 수중발굴조사를 위한 전용 바지선이 정박되어 있다.

바닷속 경주로 불리는 태안 마도해역

2019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수중발굴조사 현장은 총 3곳으로 그중 한 곳이 태안 마도해역(이하 마도해역)이다. 마도해역은 중국으로 향하는 연안항로(沿岸航路)의 길목에 위치한 곳으로, 2007년 어로작업을 하던 어부가 유물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후 여러 차례 진행된 수중발굴조사에서 고려시대 선박 3척과 조선시대 선박 1척등 1만여 점의 유물이 발견되면서 ‘바닷속 경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2018년에 이어 2019년까지 집중 매장처와 난파선의 흔적을 찾기 위해 넓은 범위를 빠르게 조사하는 시굴조사*가 실시되었다.

* 시굴조사(試掘調査, Test trench)란 발굴조사를 하기 전 단계로, 유물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좁고 길게 구획해 시험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수중발굴조사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발굴조사를 진행할 배가 필요하고, 잠수마스크, 잠수자에게 공기를 공급하는 컴프레서, 공기공급호스와 영상통신장비 등 잠수장비와 수중에서 개흙을 빨아들이는 슬러리펌프(Slurry pump)가 있어야 한다. 마도해역 현장에는 수중문화재 조사전용 바지선(14×16m)**에 발굴조사에 필요한 조사·잠수장비 등이 설치되었다.

** 바지선은 화물을 이동하는 소형 선박으로 대부분은 무동력이다. 수중발굴조사용 바지선도 무동력이며, 이동을 위해서는 예인선이 필요하다.


바지선은 중앙통제실, 조사구역, 작업구역으로 구분된다. 중앙통제실은 조사 현장을 지휘하는 곳으로 바닷속 현장과 연결되는 영상과 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조사구역은 출수된 유물의 사진을 찍고 정리하는 곳이며, 작업구역은 잠수관련 장비를 두고 잠수자가 바다에 들어가고 나오는 곳이다. 바지선의 장점은 조사 기지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토호스를 이용해 개흙을 제거하고 유물을 찾는다.

조류와 풍속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조사 현장

이렇게 준비를 해도 항상 수중발굴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류가 빠르고 세게 흐르는 ‘사리’에는 조사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조류가 약하고 물이 맑아지는 시기인 ‘조금’을 전후로 약 10일이 발굴조사를 하기에 적합하다. 이런 이유로 조사팀은 10일간 조사를 하고 4~5일간은 장비를 재정비하는 과정을 조사기간 내내 반복한다. 수중발굴조사는 강수량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늘 풍속을 체크해야 한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배가 흔들려 조사자가 올라올때 위험하고, 닻이 이탈하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풍속만 좋다면 비가 오는 날에도 수중발굴조사를 할 수 있다.


조류와 풍속이 적합하면, 이른 아침 선착장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발굴조사 현장(바지선)으로 향한다. 바지선은 바다에 떠 있는 발굴조사 기지다. 바지선에 도착하면 지난밤 이상이 없었는지 한 바퀴 둘러보며 조사에 쓸 장비들을 살펴본다. 장비점검을 마치면 작업할 내용에 대해 회의를 시작한다. 시야가 흐린 바닷속은 의사소통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잠수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입수 전 회의가 필수다. 회의를 마치면 ‘수중문화유산 보호서약’을 제창하며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자들은 체온 유지를 위한 잠수복과 수중 호흡을 도와주는 장치, 상황실에서 물속 작업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통신·조명장치가 설치된 밴드마스크를 착용하고 바다로 들어간다.

집중매장처와 난파선의 흔적을 찾는 태안 마도해역 수중발굴조사

바닷속 유물 발굴 과정과 발굴 이후 작업

입수는 2인 1조로 구성된 두 팀이 교대로 진행한다. 잠수 1팀은 10×10m 그리드***에서 슬러리펌프에 연결된 제토호스를 가지고 해저면의 개흙을 제거하는 제토(除土)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제토호스를 이용해 개흙을 제거하고, 탐침봉을 바닥에 찔러 넣어 유물과 선체편을 찾는다. 잠수 1팀이 작업하는 동안, 바지선 위의 잠수 2팀은 수면 위로 떠오르는 1팀의 공기방울을 보며 위치를 파악하고 공기호스가 엉키지 않게 살펴본다. 한 번에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수심과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시간 내외다.

*** 그리드(Grid)란 바둑판의 눈금 등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일정 규격으로 만든 조사구역을 뜻한다. 수중시굴조사에서는 보통 10×10m를 한 칸의 그리드로 정한다.


두 팀이 한 번씩 잠수를 마치면 오전 조사가 끝난다. 일반적으로 수중발굴조사는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입수한다. 오후 조사를 진행하던 중 잠수사가 자기편, 도기편 등을 발견했다. 대기하고 있던 조사원은 메모장과 수중카메라를 가지고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수중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메모장에 유물의 위치와 형태를 기록한다. 바닷속은 부드러운 개흙으로, 조사원의 작은 움직임에도 부유물이 많이 일어 시야가 어둡다. 조류에 부유물이 적당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시야가 확보되면 사진 찍기를 반복한다. 육상발굴과는 다르게 전체적인 발굴 현장을 한눈에 확인하거나 전경사진으로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실측과 근접 사진 촬영을 통해 고고학적인 정보를 최대한 확보한다.


사진을 다 찍고 나면 유물을 유물상자에 담아 바지선으로 올라온다. 유물을 인양하는 방법은 유물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다양하다. 보통 유물상자에 담거나 지지대와 함께 포장해 수면으로 부상하는데, 이때 유물에 손상이 가거나 유실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표면에 글씨가 쓰인 목간과 작은 조류에도 유실되기 쉬운 곡물이나 생선뼈 등은 뚜껑이 있는 용기 등을 이용해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다발로 있는 자기류는 적재 순서대로 보관상자에 옮겨 담아 원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렇게 들고 올라온 유물은 종류·문양·형태에 따라 분류하고, 개별 사진 촬영을한다. 바닷속에서 진행된 사진 촬영이 발견된 맥락을 기록하기 위해서라면, 바지선 위의 사진 촬영은 유물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다. 형태나 문양, 손상 정도 등 기초적인 정보도 기록한다. 발굴 현장에서 기록을 마친 유물은 연구소로 옮겨져 보존처리 작업에 들어간다.


하루 동안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철수한다. 이 시간이 가장 아쉬우면서 뿌듯한 순간이다. 고선박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한다. 고되고 벅찬 현장조사는 마무리되었지만 오늘의 결과를 정리해야 한다. 사무실로 돌아와 조사일지를 작성하고 사진과 도면을 정리한다. 이렇게 하루하루의 기록이 쌓여, 실측과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과 그간의 발굴 성과가 보고서로 기록된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의 발굴조사 과정과 출수 유물을 담은 마도해역 수중발굴조사보고서는 2021년 발간될 예정이다.

탐침봉을 해저면에 찔러 넣어 이상체를 확인한다. 조사 현장에서 인양해 온 도자편을 세척해 선별한다. 바지선에 마련된 촬영공간에서 출수된 유물의 크기나 상태를 파악하고 사진 기록을 남긴다.


글,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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