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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전을 통해 돌아보는 기상이변 사례와 시사점 남효온의『추강냉화』에 담긴 이야기
작성일
2022-09-2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59

고전을 통해 돌아보는 기상이변 사례와 시사점 남효온의『추강냉화』에 담긴 이야기 계속되는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는 이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계절의 구분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고 유례없는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01.기후변화로 봄이 빨라지면서 흰개미의 개체수가 많아지고 활동 지역도 넓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목조 문화재에 많은 피해를 입히는 흰개미의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 우리는 진도 운림 산방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화재청

남효온의 사상이 녹아든 기록

이러한 현실이 비단 작금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과거 자연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 예고 없는 기상변화는 크나 큰 재해로 인식되었다. 어쩌면 고전의 사례를 통해 이에 대처하기 위한 지혜를 돌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조선 전기 남효온(南孝溫, 1454~1492)은 생육신(生六臣) 중 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남효온의 본관은 의령(宜寧), 자는 백공(伯恭), 호는 추강(秋江)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남재(南在)의 5대손으로 태어났다. 명문가의 후손으로 평생 순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세조(世祖)의 왕위찬 탈에 부당함을 지적하다 결국 방외인(方外人)으로 생을 마쳤다. 남효온의 삶은 개인의 시문을 담은 『추강집(秋江集)』을 통해 확인할 수 있거니와 그가 지은 필기류(筆記類)인『추강냉화(秋江冷話)』에는 그의 사상이 녹아들어 당대 문화사를 살펴보는 좋은 자료가 된다.


02.소백산 주목 군락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죽어 가거나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문화재청

인간사와 무관하지 않은 기후변화

남효온은 『추강냉화』를 통해 사우(士友)의 일화부터 시화(詩話)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그중에는 기상이변과 관련한 내용도 보이는데 22칙과 23칙의 기사는 각각 다음과 같다.


신축년(1481)의 가뭄에 이천(利川)에서 한 강도를 처단했다. 강도가 처형당하기 직전 하늘에 맹세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도둑질을 배운 적은 있지만, 강도질을 한 적은 없습니다. 제 말이 만약 진실하다면 하늘이 분명 변고를 내릴 것입니다.” 몸에서 머리가 잘려 나간 순간 과연 하늘에 구름이 드리우고 비를 내려 한 동네의 밭이 모두 모래 물로 뒤덮였다.
1)경자년(1480), 사족(士族) 여인 어우동(於宇同)이라는 자가선비들과 간음하니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공사(供辭)에 생원 이승언(李承彦)이 연루되어 형장(刑杖)에 굴복하고는 꿇어앉아 하늘에 다음과 같이 고했다. “옛날 한 사내의 원한이 6월에 서리를 날렸건만 지금의 하늘이나 옛날의 하늘이나 같은 하늘입니다. 저의 옥사에 원통함이 있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변괴가 없는 것입니까.” 잠시 후 검은 구름이 화악(華嶽)에서 일어나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날리는 우박이 뜰에 가득하며 우레와 번개가 진동했다. 옥관(獄官)이 괴이하게 여겼으나 공사에 이미 자백해 다시 밝힐 수 없었다.2)


스스로 죄가 없음을 주장하며 결백을 호소했지만 결국 처형되거나 고문에 못 이겨 누명을 쓰고 말았다는 기사이다. 인간의 판단은 정당하지 못했을지언정 하늘은 그 억울함을 알아주었다. 비를 내리고 우박을 날려 부당한 처분에 반응했다. 예상치 못한 기상의 변고가 인간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당대의 시각이 드러난다.


물론 남효온이 이와같은 일화를 기록한 것은 평생의 행적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성종은 성종 9년 (1478) 흙비가 내리자 기이한 현상이 자신의 부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국의 유생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때 남효온은 상소를 올려 단종(端宗)의 모친, 현덕왕후의 능인 소릉(昭陵)의 복위를 주장했고 이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그가 방외인의 삶을 살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성종이 의견을 구하자 남효온이 응답한 일에서부터 이러한 일화를 기록해 남긴 연원이 모두 하늘이 내린 변괴에서 비롯되었음을 돌아보게 한다.


이들 일화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준다. 이상 기후는 자연현상 가운데 하나이지만 과거 선현은 그 원인을 인간사에서 찾았다. 성종은 이를 자신의 잘못이라 여겨 의견을 구했고 남효온은 일화를 통해 하늘이 감응한 사실을 증언했다. 지금의 기후변화 문제는 과학적인 분석에 따른 결과이지만 그 원인이 인간의 행위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어쩌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잘못을 탓하는 하늘의 감응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미래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아직 늦지 않았고 여전히 기회는 있다. 그중 하나가 국가유산 체제 출범과 함께 자연과 인간의 끊임없는 소통을 중시하며 자연유산에 접근하는 문화재청의 방식이다. 이제 하늘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고전은 우리에게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1) 辛丑之旱, 利川斷一強盜, 盜臨刑誓天曰: “我自少學竊盜事誠有之, 強盜則未也. 我言若信, 天必有變.” 纔分身首, 天果油然雨下, 一洞之田, 盡覆沙水.
2) 庚子年, 有士族女於宇同者, 奸亂士人, 不可勝數. 辭連生員李承彥, 李服於杖下, 跪而告天曰: “古者一夫之怨, 六月飛霜, 今天古天, 一天也. 我獄有冤, 天 豈無變?” 俄而黑雲起自華嶽, 暴雨驟至, 飛雹滿庭, 雷電震驚. 獄官異之, 然 辭旣服, 不能辨.


기후변화와 각종 자연재해로 지구가 병들고 있는 가운데 올바르게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위험에 빠져 있다. <기후변화와 자연유산>에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달라진 우리의 자연유산을 알아보고 이를 보존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본다.




글. 김세호(경상국립대학교 한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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