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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과거를 기록하는 일, 그 소중한 가치
작성일
2017-09-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149

과거를 기록하는 일, 그 소중한 가치 - 우리나라는 기록의 나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대단하고 가치 있는 기록이 많다. 선조들은 때로는 엄격하고 철저하게, 때로는 영상처럼 생생하게 역사의 현장을 기록했다. 거울에 비치듯 과거가 반영된 기록 문화재가 궁금하다.

Q. 종이에 기록되지 않은 기록문화재에 대해 알고 싶어요.

기록문화재는 종이에 기록된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양가죽, 야자 잎, 나무껍질, 섬유, 돌 등에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문자가 아닌 자료도 있습니다. 그림이나 지도, 설계도면, 악보 같은 것들입니다. 그밖에 전통적인 움직임과 영상으로 보는 이미지, 소리나 음악으로 듣는 자료, 그리고 각종 전자자료도 기록문화재일 수 있습니다.

Q. 오래된 기록문화재는 어떻게 보관되어 왔는지 궁금해요.

요즈음엔 기록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각 기관(문화재청, 서울대학교 규장각,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한국국학진흥원 등의 여러 기관)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도계, 습도계조차 없던 옛날에도 선조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록문화재를 잘 지켜왔습니다.

예를 들어 국보 제32호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은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지금도 옛날 방식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7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전을 찍어낼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합니다. 그것은 선조들이 나무를 준비할 때부터 세심하게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장경판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먼저 필요한 나무를 자른 뒤 바닷물에 담갔습니다. 소금물은 썩지 않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삼 년 정도 지나면 그늘에서 나무를 말렸습니다. 나무가 뒤틀리는 것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이 있는 터는 가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늑하고, 골짜기의 바람이 잘 드나드는 산기슭입니다. 건물의 방향은 정남향에서 약간 서쪽으로 틀어 너무 강한 볕이 들지 않게 했습니다. 지붕 처마의 길이도 햇볕의 길이를 정확하게 따져 지었습니다. 해가 가장 깊이 들어오는 동짓날, 햇볕이 경판 판가의 맨 아래 선반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창의 크기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건물의 앞뒤와 위아래 창의 크기를 달리하여, 바람이 건물 안을 고루 돌아 나가게 했습니다. 건물 안에 습기가 머물지 않고 잘 마르게 한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닥에는 숯과 소금, 모래와 횟가루를 깔았습니다. 이들은 공기 중에 습기가 많을 때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뱉어, 자동으로 습도를 유지해 줍니다. 이러한 만반의 준비 덕분에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은 오랜 세월을 견뎌 낼 수 있던 것입니다.

Q. 조선시대 사관의 신분, 대우, 고충 등에 대해 알고 싶어요.

조선시대의 사관은 전적으로 사관의 업무만을 맡아서 하는 전임사관과 다른 직책과 겸하여 하는 겸직사관이 있었습니다. 겸직사관은 5명으로 영의정, 도승지, 홍문관 교리 이상의 벼슬자리를 겸하기 때문에 정1품에서 정4품까지 높은 벼슬이었습니다.

전임사관 8명은 정7품 이하의 벼슬이었습니다. 높은 벼슬은 아니었지만 과거급제한 사람 중에서 우수한 이들을 뽑았습니다. 대개 젊은이들이었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역사를 쓴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록한 사실이 새어 나가 혹시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한 사관도 있었습니다. 몰래 사초를 고쳤다가 나중에 밝혀져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사실대로 기록하지 않은 이는 엄한 벌을 받을 정도로 사관은 두려움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었습니다.

한 임금의 실록을 마치고 나면 사관들은 실록의 자료가 되는 사초를 물에 다 씻어냈습니다. 이걸 세초라 불렀습니다. 사관 이외의 다른 사람이 사초를 보게 된다면 사관이 역사를 제대로 기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초를 한 뒤에는 나라에서 사관의 노고를 위로하는 뜻으로 잔치를 베풀어 주었습니다.

국보 제151-3호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

Q.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기록문화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유네스코에서 정한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은 2017년 9월 현재, 13종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습니다. 왕조의 역사를 470여 년 동안 담은 『조선왕조실록』 2,077권이 있고, 훈민정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마치 설명서와도 같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있습니다. 승정원에서 조선시대 왕실의 일을 상세하게 기록한 3,243권의 『승정원일기』가 있고, 하루를 반성한다는 『일성록』은 정조 대왕이 세손시절부터 쓰던 일기를 대를 이어 전통으로 만든 국정 참고서입니다. 금속활자로 찍은 책으로, 지구상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직지심체요절』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힘으로 외세의 침입을 막으려고 만든 해인사 고려대장경판과 다른 여러 경판도 있고, 유교의 예절대로 왕실 행사의 궤적을 담아 펴낸 『조선왕조의궤』, 유교의 가르침을 엮어낸 『유교책판』도 있습니다. 인류 최초로 병을 예방한다는 생각으로 펴낸 『동의보감』은 동아시아에서 이천 년 동안 발전시킨 다양한 의학 지식을 담아냈습니다. 군부가 나라를 위협하며 자유를 빼앗았을 때 목숨을 걸고 지켜냈던 시민과 학생의 기록인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도 있습니다. 일본과 치른 7년 전쟁 내내 거의 매일 일기를 써서 남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잘살아보자는 뜻으로 농민이 참여한 새마을운동 기록물도 있습니다. 그리고 6.25전쟁 뒤에 헤어진 가족이 방송국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만난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도 세계기록유산입니다.

2017년 가을에는 새로운 세계기록유산이 발표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신청하였고, 일제의 위안부 기록물을 8개국 공동으로,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한일 공동으로 신청하였습니다.

 

글‧한미경『( 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 저자)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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