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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울림음이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 합창
작성일
2012-08-14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238



마음을 담은 음색
학창시절, 매년 열리는 축제기간이 돌아오면 반 대항 합창경연대회가 열리고는 했다. 함께 부를 곡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화음을 맞춰 온전한 노래를 하는 것까지,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틈틈이 연습해 무대에 올랐다. 여러 목소리가 한데 어울려 화음이 만들어지는 것이 귓가에 생생해, 다시없을 전율을 느꼈다. 10년 전만 해도 이렇듯, 노래를 잘 부르든 못 부르든 간에 합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았다.

“최근에는 입시위주의 교육방법 때문에 합창이 많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얼마 전에 방영했던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이 나온 후, 합창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지요. 합창이란 음악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해요. 너는 너, 나는 나였던 아이들이 ‘너와 나는 우리’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합창을 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자신을 돋보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이 모두가 힘을 합쳐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낼 수 있도록 배려를 다한다. 이것이 진정한 합창의 미학이 아닐까.
“이 세상의 모든 악기 중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워요. 무엇보다도 노래하는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표현되고, 전달되지요. 더욱이 합창은 어느 악기와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색이 나와요. 그래서 합창이 좋습니다.”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과 지휘자를 역임하고 있는 윤학원 감독은 평생의 삶을 합창에 몸 바쳤다. 일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백발을 휘날리며 우리나라의 합창계를 이끌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중, <남자의 자격>에서 가수 김태원의 멘토로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합창의 진정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윤학원 감독이 만들어나가는 삶의 음색은 ‘함께’다. ‘한마음’이다. 우리의 삶이 더욱더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다.

우리의 합창을 위한 세 가지 모토
윤학원 감독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합창’을 하고자 한다. 그러한 노력은 13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대우합창단 재임 시절, 유럽순회로 독일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바하의 음악을 연주했지요. 합창단의 음악을 들은 독일지휘자에게 물었어요. 우리가 당신 나라의 음악을 연주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독일지휘자가 대답하길, 음정, 소리, 모든 것이 좋은데 딱 하나 빠졌다고 하더군요. 독일인만의 혼이 없다는 거예요. 독일인만의 혼을 표현하는 것은 타국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니,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윤학원 감독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악을 가지고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우효원 전임작곡가와 힘을 합쳐 13년 동안 우리 합창곡을 만들고 있다. 윤학원 감독과 우효원 작곡가는 합창곡을 만들며 세 개의 모토를 세웠다. ‘한국적일 것, 세계화시킬 것, 현대적일 것’이다. 전통에 머물러 있던 우리 음악에 현대적인 화성을 더해 다른 나라 사람들도 능히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윤학원 감독은 우리의 전통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합창곡으로 변신시킨다. 어렸을 때, 윤학원 감독은 그늘에 모여 앉아 시조를 읊는 어른들을 수없이 보며 자랐다. 지금은 애써 접하지 않으면 체득하기 힘든 그 선율이, 그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곡을 만드는 데 있어 판소리 명창인 故 박동진 선생의 소리를 언제나 가까이했다. 그래서 탄생한 합창곡이 <예맥아라리>, <아리랑>, <메나리> 등이다.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음악으로 세계화를 가능하게 한 노래가 바로 ACDA(미국합창지휘자 연합회) 컨벤션에서 부른 <메나리>라는 곡이었습니다. 노래만으로는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래킬 수 없으니, 한눈에 봐도 기상천외한 것을 만들었습니다. 합창단원을 세 팀으로 나눠, 한 팀은 무대, 두 팀은 객석 양쪽에 서서 노래를 부르게 했지요. 우리 노래를 공간음악(독일의 작곡가 슈톡하우젠(Stockhausen, K.)이 창시한 전위 음악의 하나. 악기들을 공간적으로 다양하게 배치하여 음향의 우연적 결합을 꾀하여 음향의 동적인 면을 추구한다.)으로 만든 거예요.”

ACDA 컨벤션에서 인천시립합창단의 첫 곡이 바로 <메나리>였는데, ACDA의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첫 곡이 끝나자마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ACDA 회장이 직접 무대로 올라와 <메나리>를 극찬하기도 했다. 윤학원 감독은 확신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점 말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합창계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성가를 불렀다. 하지만 <메나리>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합창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합창 100년 18역사가 세계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제가 직접 출판사를 만들어 한국 합창곡을 작곡하고, 그것을 책으로 출판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했지만, 한국 곡으로만 이루어진 책을 벌써 13집이나 냈지요. 매년 30곡씩 만들고 있어요.”




합창을 즐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꿈꾸다
윤학원 감독은 연세대학교 작곡가를 졸업하기 몇 달 전, 곽상수 교수에게서 남학생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만들어 합창을 하느냐에 대한 방법을 배웠다. 그것을 실천해보기 위해서 동네에서 자치기, 팽이돌리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을 모아 합창을 가르쳤다.

“열댓 명이 모였어요. 집이 좁아서 미닫이문을 열어놓고, 마루와 안방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노래를 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노래가 참 좋아졌고, 인천 신신예식장을 빌려 학부모님을 모아놓고 연주회를 했어요. 그때 반응이 굉장히 좋아, 그 합창단을 인천문화원 소속 합창단으로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모두 힘을 모아 부르는 노래, 합창. 윤학원 감독은 합창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그 끈은, 더욱 가치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최근 합창 붐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합창단이 생겼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아마추어 합창단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굉장히 적은 편에 속하지요. 최근에는 인천에서 동 합창단을 8개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데, 단원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우리나라 동네마다 합창단이 모두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또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맞아 2014명의 동 합창단으로 연주를 하고 싶어요.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를 보면, 혁명이 일어났을 때 10만 명이 합창을 했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도 합창을 좋아하는 나라가 되어, 합창으로 화합하는 민족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박세란 사진·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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