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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의친왕의 벗, 정태균의 ‘동다리’
작성자
안보연 연구사
게재일
2017-07-20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조회수
1823


  덕유산 남쪽 경상남도 거창에는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동계 정온(桐溪 鄭蘊, 1569~1641)의 고택이 자리한다. 고택은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 제205호로, 또 그의 복식 유물은 1987년 국가민속문화재 제218호 ‘정온 가의 유품’으로 지정되었다. 2004년에는 후손들의 생활유물을 추가하여 ‘정온 가의 유품’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정온가의 유품 중에는 정온의 12대손 정태균(鄭泰均, 1884~1964)이 입었다고 전하는 붉은 소매가 달린 두 벌의 동다리가 있다. 동다리는 소매를 뜻하는 우리말 ‘동’이 길(몸판)과 색깔이 ‘다르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동달이라고도 하며 고문헌에는 협수(狹袖)로 기록되어 있다. 형태는 두루마기와 비슷하나 활을 쏘고, 말을 타는 무예복이라서 말을 탈 때 뒤가 벌어지게 디자인되었다. 대개 동다리 위에 전복, 광대, 전대, 전립, 목화를 하고 병부주머니, 활통과 칼을 메고 채찍을 손에 든다. 이를 구군복(具軍服)이라 하며, 정ㆍ순조 이후의 무관 정장으로써 사극 드라마에서 포도대장이 입은 옷으로 한번쯤 스쳐보았을 것이다.


  정태균이 착용했던 두 벌의 동다리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향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을 둥근 원안에 표현한 원용문(圓龍紋)의 별문갑사(別紋甲紗)로 만들었다. 고종의 구장복, 이구 왕자의 복건, 왕실 겹보자기, 흥완군 일가 전복 등 왕실 복식과 관련된 유물에서나 볼 수 있는 원용문의 별문갑사로 장식되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정온 고택 그리고 정태균과 연관된 인물이 있으니, 바로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이강(義親王 李堈, 1877~1955)이다. 정온 고택에는 의친왕의 친필 ‘모와(某窩)’라는 현판과 고택에서 15km 떨어진 ‘사선대(思璿臺)’ 등 의친왕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1909년 의친왕이 항일 의병활동 모의를 위해, 대한제국시기의 승지이자 절친한 벗인 정태균의 사랑채에서 40일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정태균과 의친왕의 특별한 인연 때문일까. 정태균의 동다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정태균의 동다리 두벌을 비롯한 철릭, 풍차, 그리고 정온이 입었던 중단 등을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보존처리 중이며, ‘정온 가의 유품’ 대부분은 거창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설명사진


<정태균의 동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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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한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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