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
작성일
2017-09-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757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 - 천연기념물 제189호 울릉 성인봉 원시림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섬, 울릉도.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언덕처럼 보인다 하여 고대 사람들은 ‘숲이 울창한 언덕 섬’이라 불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산국은 울창한 산의 나라였다. 태곳적 신비가 옹골차게 자리한 울릉도의 지붕, 성인봉을 만나본다 울창한 성인봉 원시림 국가민속문화재 제256호 울릉 나리 너와 투막집과 억새 투막집

푸른 숲이 울창한 언덕 섬

육지를 떠나 울릉도로 향하는 바닷길. 그 속은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감돈다.울릉도는 하늘이 돕지 않고선 닿을 수 없는 곳이다. 짧게는 2시간 30분 이상 험한 파도를 헤쳐야 한다.

외지인들은 울릉도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탄성을 터트린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산세의 경이로움 때문일 것이다. 그다음은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4륜 구동차 때문 아닐까. 울릉도에는 평지가 많지 않아 해안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가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이어진다. 특히 성인봉 아래에 자리한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 도로 경사각이 평균 40~50도를 자랑한다. 이런 이유로 4륜 구동차가 아니고서는 섣불리 운행하기는 어렵다.

울릉도가 역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512년(신라 지증왕 13)에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하면서다. 이후부터 섬 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키는 공도정책을 펴왔는데, 지리 특성상 조세 수취와 역역(力役) 동원이 어렵고 왜구가 섬을 근거로 본토를 넘본다는 이유였다. 그러다가 1693년(숙종 19) 안용복 사건으로 울릉도 영유권 분쟁이 일자,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는 수군을 주기적으로 파견하는 수토정책으로 전환했다. 이후 일본 어민들의 울릉도 침입과 어업활동이 잦아지자 1883년(고종 18)에 울릉도 개척령이 반포된 것이다.

01_울릉도 및 한국 동북부 지역에서 자라는 섬말나리 ⓒ연합콘텐츠

개척민의 삶이 깃든 곳

19세기 울릉도에 들어온 개척민들은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날까지 삶을 이어왔다. 초기 개척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성인봉 아래에 있는 나리분지다. 이곳은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다. 하늘과 가까운 곳이니 ‘하늘동네’라 불러도 좋겠다. 산에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마저 든다.

개척민들은 이곳에 집은 지었지만 당장 먹을 게 없어 섬말나리뿌리를 캐 먹으며 연명했었다. 그래서 이곳 지명이 ‘나리’로 불리게 된 것이다. 나리분지에는 개척민들이 살았던 가옥이 남아 있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56호 울릉 나리 너와 투막집과 억새 투막집’으로 눈이 많이 오는 환경에서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화장실, 부엌, 창고 등이 내부에 배치된 독특한 구조다.

요즘이야 나리분지까지 도로가 놓여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하지만 과거에는 교통이 불편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그 덕에 성인봉으로 오르는 숲길은 아직까지 원시림이 잘 보존된 셈이다. 숲속에 들어서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하늘을 뒤덮은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에는 국화과인 섬쑥부쟁이꽃이 피는데, 수십 송이가 어우러져 신부의 부케를 보는 것 같다. 개척민들은 어린 순은 부지깽이나물이라 하여 반찬으로 해 먹었다. 나리분지에는 ‘천연기념물 제52호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이 있다. 울릉국화는 이곳에서 자라는 특산식물로, 가만히 보고 있자면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감춰진 보화를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울릉도의 주종을 이루는 나무는 너도밤나무다. 그 밖에 섬피나무, 우산고로쇠, 마가목, 왕소사나무, 섬단풍나무, 섬벚나무, 황벽나무 등이 형제처럼 사이좋게 자란다.

02_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룬 성인봉 등산길 03_천연기념물 제52호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 04_성인봉의 정상석, 이곳에 오르면 망망대해를 마주한다. 05_융단처럼 펼쳐진 고사리류

희귀식물과 전설의 보고

숲길을 뒤로하고 야트막한 경사면에 이르면 어느새 신령수에 닿는다. 성인봉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여기까지 둘러보고 발길을 돌린다. 등산이 목적이라면 일반적으로 도동이나 저동에서 출발할 경우 정상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신령수는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용출수다. 나리분지에 살았던 개척민들은 용출수 하나로 마을 사람 전체가 충분히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온다고 해서 신령수라고 부른다.

신령수를 지나면 정상까지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키가 작달막한 관목인 만병초, 동백나무, 섬조릿대 등이 길섶에 가득하다. 가파른 나무계단에 이르면 고사리가 융단처럼 깔려 있다. 계단을 오르는 다리는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천상을 걷는 것처럼 황홀하다. 큰노루귀, 섬바디, 사철란, 미역취군락도 너울진다.

성인봉(948m)은 울릉도의 진산답게 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그중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거나 섬에 불길한 징조가 끊이지 않을 때 성인봉 꼭대기를 파보면 관이나 사체가 나왔다고 한다. 그것을 수습해서 계곡으로 굴려버리면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가뭄이 해갈되기도 하고, 우환이 그쳤다고 한다. 산 정상에서 관이나 사체가 자주 발견된 이유는 정상에 조상의 묘를 쓰면 자손이 번성한다는 풍수설 때문이다.

울릉도는 내륙과 단절된 고립무원의 섬이다. 게다가 한반도와 다른 식생을 가진 화산섬이다. 험준한 지형, 온난 다습한 기후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식생을 유지하게 하였다. 특히 성인봉을 중심으로 3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는데, 이 가운데 특종식물이 40여 종에 이른다. 이와 같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울릉도는 학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희귀식물의 보고인 성인봉의 원시림이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것과 나리분지에서 신령수 가는 숲길이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글+사진‧임운석(여행 전문 작가)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