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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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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건져올린 타임캡슐](3) 고대 독일산 물병(서울신문, '21.3.15)
작성자
김애경
게재일
2021-03-15
주관부서
대변인실
조회수
1746

[바다에서 건져올린 타임캡슐](3)(서울신문, '21.3.15)

조선 얼리 어답터 양반들 독일산 광천수 ‘SELTERS’ 마셨을까

 

  

글/ 김애경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군산 앞바다서 발견된 ‘젤터스’ 인장 병

14세기 청자상감버드나무갈대무늬대접 한 점

신안보물선보다 10년 앞선 첫 수중 신고유물

고대부터 中도자기 아시아 넘어 전 세계 유통

이집트 푸스타트 유적에선 모방품 발굴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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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리 해역에서 발견된 ‘SELTERS’ 인장이 찍힌 독일의 도기 병. 말레이시아 데사루 해역에서 발굴된 독일 도기 병, 폴란드 발트해 해안에서 나온 도기 병과 모양이 흡사하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이 한중일 선박의 주요 뱃길이었을 뿐만 아니라 19세기 해상 운송로였던 것을 추정하게 한다.

2002년 군산 해역서 ‘SELTERS’ 인장 병 발견

獨 천연 광천수 브랜드… ‘젤터스’ 샘물의 기원

폴란드 발트해에서도 인장 찍힌 병·물건 발굴

도기 병 근대 해양실크로드 연구의 연결 고리 


1967년 5월, 바닷속 유물이 긴 침묵을 깨고 빛을 봤다. 전남 강진군 마량 앞바다에서 강모씨가 14세기 청자상감버드나무갈대무늬대접 한 점을 신고하면서다. 1975년 어부 최모씨가 존재를 알리면서 발굴이 시작된 신안보물선보다 10년이나 앞선, 우리나라 최초 수중발견 신고유물이다. 

●수중 유물 발견 신고 421건 2168점·압수 655건 659점  

수중에서 발견해 신고한 유물은 지금까지 421건 2168점이다.이 유물은 1967년부터 50여년 동안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2004년부터 현재까지 무단으로 도굴된 유물을 압수한 건수는 655건, 659점에 이른다.발견 지역은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한 전북 군산해역에 집중돼 있으며 전남 신안·완도 해역, 충남 보령·태안 해역과 경기만 일대에서도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이렇게 찾은 수중 유물은 청자, 백자, 도기, 토기 등 도자기류를 비롯해 동전, 마제석검 등도 있다. 마제석검은 청동기시대 유물로 손잡이가 있는 유병식 한 점과 손잡이를 결합해 사용하는 유경식 석검 한 점인데, 각각 전남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 앞바다와 함평군 손불면 월천 앞바다에서 나왔다.​2.jpg

▲어부의 신고로 찾은 수중 유물 중에는 전남 여수 서도리 해역에서 발견된 오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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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보령시무창포 앞바다 등지에서 나온 상평통보.

토기는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삼국시대 항아리, 시대 미상의 토제품 등이 있다.

동전은 중국 전한의 무제 때부터 사용했던 오수전과 조선시대에 제작한 다양한 상평통보 종류다. 오수전은 전남 여수시 삼산면 서도리 해역에서 발견됐고 상평통보는 충남 보령시 무창포 앞바다와 불모도 앞바다, 태안군 안면도 방포 앞바다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이 외에 고려시대 동곳(상투가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장신구)과 청동 숟가락, 철제 화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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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전남 강진 마량에서 처음 신고된 유물인 청자상감버드나무갈대무늬대접.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범선 머물던 기착지  

도자기는 신안 증도면 방축리 인근 해역에서 신고된 중국 송·원대의 자기가 많은 양을 차지한다. 근대 중국·일본·독일 등에서 생산된 도자기도 포함됐다. 고대부터 중국의 대표 특산품이었던 도자기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지로 유통됐다. 당대 이후 활발했던 중국의 도자 수출은 송·원대 적극적 교역정책으로 교역량과 교역 범위가 확대된다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청자주름무늬항아리는 이집트 푸스타트 유적에서 출토된 주름무늬항아리뚜껑 일부와 비슷한 모양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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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푸스타트 유적에서 출토된 주름무늬항아리뚜껑 일부.

징더전요, 룽취안요, 딩요, 루요 등에서 생산한 중국 도자기는 한국·일본·동남아·페르시아만 연안·아프리카·인도양 연안·홍해유역·유럽 등의 해안과 수중에서 발견된다.

중국 자기가 인기를 끌면서 국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고 모방품이 나오기도 했다.

이집트 푸스타트 유적에서는 중국 룽취안요에서 생산된 뚜껑 있는 주름무늬항아리 청자와 닮은 도기질의 주름무늬항아리 뚜껑 편이 발굴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은 고대부터 한중일 선박이 왕래하던 주요 뱃길이었다.

19세기 초부터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중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무역 활동을 하던 외국 상선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범선이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서해안 연안을 항해하려면 바람과 조류의 흐름을 잘 이용해야 한다.

조류는 하루에 썰물과 밀물이 두 번씩 약 6시간 간격으로 반복된다. 서해에서 밀물은 남서에서 북동으로, 썰물은 북동에서 남서로 흐른다. 범선은 조류를 기다려야 하는데, 선원들이 사용할 물품을 공급받을 장소가 필요했다. 범선이 머물렀던 기착지는 험난한 항해 구간을 지나기 전 조류를 기다리기에 좋은 장소였다.

그래서 기착지 주변 해역은 수중발견 유물이 주로 신고되는 주요 지점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서 발견된 ‘SELTERS’ 인장  

2002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리 해역에서 ‘SELTERS’ 인장이 찍힌 도기 병을 박모씨가 발견한 적이 있다. 도톰한 입술부와 짧은 목의 이 병은 어깨 부분 한쪽에 손잡이가 붙어 있고, 반대편에는 동그란 인장과 명문이 찍혀 있었다. 인장은 왕관을 쓴 사자 한 마리를 중심으로 ‘SELTERS’라는 문자가 둘러싸고 아래에 ‘○○○THUM NASSAU’라는 명문이 있었다.

이 병은 2002년 신고된 이후 국가 귀속 절차를 거쳐 국립전주박물관에 소장됐다.

 

병에 찍힌 ‘SELTERS’는 독일 타우누스산맥의 헤센주 젤터스(Selters) 지역에 있는 수원지에서 공급된 천연 광천수 브랜드다.

이 광천수는 청동기시대부터 알려진 유명한 천연 탄산수로, 현재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젤터스’ 샘물의 기원이다. 16세기에 귀족과 왕족을 중심으로 이 광천수 수요가 많아졌다. 젤터스 광천수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에 도기로 만든 병에 담아 전 세계로 수백만개가 수출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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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발트해 해안에서 나온 도기 병.폴란드 그단스크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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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데사루 해역에서 발굴된 독일 도기 병.말레이시아 Tourism&Culture 소장

최근 폴란드 발트해 해안에서도 군산 옥도면 야미도에서 발견된 ‘SELTERS’ 인장이 찍힌 병과 유사한 물건이 발굴됐다. 폴란드 그란스크 국립해양박물관 고고학자 토마즈 베드나르즈 박사와 폴란드 고고학자들은 발트해 12.2m 아래에서 난파선을 발견했는데, 이 난파선에서도 200년 된 ‘SELTERS’ 인장이 찍힌 도기 병과 코르크 마개, 도자 편 등이 함께 나왔다.

2001년, 말레이시아 조호르 데사루 해안에서 약 2해리(3.7㎞) 정도 떨어진 지역의 수심 20m에서 1830년대 선박과 중국 징더전요와 더화요에서 생산한 청화백자병이 발굴됐다.

자줏빛 흙으로 만든 항아리로 유명한 이싱요에서 생산한 찻주전자와 함께였다.

 

1956년 미국 정부는 미네소타 스넬링 요새의 유적을 보존하고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고자 발굴했다. 이 요새는 1946년 군대가 해체할 때까지 다양한 군사 기능을 수행했다.

스넬링 요새는 1820년 미국 정부가 서부 영토에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미시시피강과 미네소타강이 합류하는 곳에 설립했는데, 미국 미네소타 역사협회(MNHS)의 낸시 벅 호프먼은 이 요새 복원 중에 발견한 ‘SELTERS’ 문장과 그 아래에 ‘HERZOGTHUM NASAU’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독일 도기 병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왜 1만여개의 호수가 있는 땅에서 무거운 도기 병에 담긴 물을 머나먼 유럽에서 수입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는 그 이유를 해상 운송 시스템의 뒷받침과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19세기 중반의 사회현상으로 보았다.

 

●獨 상인 1868년 조선과 통상 요구하며 군산으로 들어와  

군산 야미도에서 나온 도기 병은 폴란드 발트해 연안 난파선, 말레이시아 데사루 해안 난파선, 미국 미네소타 스넬링 요새 등에서 발굴된 독일 병과 함께 근대 해양실크로드 연구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 도기병은 근대 한반도 서남해안의 외국 범선의 항해와도 관련 있는 유물이다.

 

1868년 독일 상인 오페르트는 조선과의 통상 요구를 강화하고자 충남 덕산에 있는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기로 했다. 그 일행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소총과 도굴용 도구를 구입한 후 ‘차이나호’와 ‘그레타호’라는 두 척의 기선을 이끌고 덕산군 구만포에 들어왔다. 군산 야미도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구만포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주요 기착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해역은 2006년부터 3년에 걸쳐 12세기 고려청자 4000여점이 발굴된곳이기도하다.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우리나라 수중발견 신고·압수유물을 정리해 2010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2권의 도록으로 발간했다. 일부 유물은 연구소 전시실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세상에 나온 수중발굴 유물과는 달리 긴 세월 동안 관심 밖에 있던 수중발견·압수유물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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