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고
- 제목
- 문화재의 뒤안길(71)-고구려 고분벽화(서울경제, '20.12.27)
- 작성자
- 박윤희
- 게재일
- 2020-12-27
- 주관부서
- 대변인실
- 조회수
- 2833
문화재의 뒤안길(71) (서울경제, '20.12.27)
고구려 고분벽화가 2021년 연하장이 되기까지
글/박윤희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이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한성백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를 공동조사하면서부터였다.
박물관에 있던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는 북한 최고의 미술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벽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겨놓은 작품들이다.
실제 고분이 아닌, 모사도를 조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던진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가볼 수 없는 그곳, 그래서 연구가 부족한 고구려 고분의 자료들은 이때의 조사를 시작으로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었다.
해방 후 북한은 고구려 고분 발굴과 모사도 제작에 열을 올렸다.
그들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모사도 제작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높은 관심은 더 이전인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1912년 강서고분 조사에 참여했던 일본의 도안가 오바 쓰네키치는 벽화의 모사도를 사실적으로 옮겨 그렸고, 독일학자 에카르트는 벽화의 아름다운 문양을 세밀한 스케치로 남겼다.
그들의 그림은 『조선고적도보』, 『조선고분벽화집』에 원색삽화로 실려 출간되었고, 모사도는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미술관의 대표 전시품으로써 관람객들을 불러 모았다.
출판과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고구려 고분벽화는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조선미술전람회 공예부의 입선작 가운데 사신도, 인물도 등 벽화 문양을 활용한 작품들이 많았다.
근대기 미술가들에게 고구려 고분 벽화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중요한 자산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올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천상의 문양예술: 고구려 고분벽화』를 발간하였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간된 고구려 고분벽화 문양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모은 벽화자료는 약 270건의 일러스트를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책자 발간과 더불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상품개발실과 협업하여 삼족오 문양을 활용한 향초꽂이도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캐릭터화한 연하장을 문화재청 블로그에 공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중이다.
과거 근대산업미술에 영감을 주었듯이, 우리 손으로 직접 제작한 고구려 고분벽화 문양도안들이 앞으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로서 재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전통문화유산 R&D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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