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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신독(愼獨)의 미덕 품은 기와
작성자
조상순 연구관
게재일
2017-02-16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조회수
4121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목조건축물을 꼽는다면,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그리고 예산 수덕사 대웅전, 이 세 건축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에 건립되었다. 이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기와다.


  기와는 전통목조건축물의 가장 윗면에 위치하며, 목재가 썩지 않도록 비와 눈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 그런데 여름철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기와에 소나기가 내릴 때, 또는 겨울철 맹추위로 차가와 질 때, 기와는 급격한 온도변화로 인해 깨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통기와는 등요(登窯)라는 전통기왓가마에서, 초불, 중불, 대불, 막음불로 이어지는 2박 3일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약 800~1,000℃가 넘는 고열을 버텨낸 것을 쓴다. 수백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어도 발굴을 통해 기와가 발견되는 것은 이렇게 튼튼하게 구워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와에 남아 있는 명문(銘文)이나 문양, 기와의 크기를 통해 우리는 얼마만한 크기의 건물이 언제, 어떠한 이름으로 있었는지 알게 된다.


  한편 기왓가마 안에서 나무 장작으로 인한 그을음을 머금은 기와는 그 색깔이 구워진 온도에 따라 은빛처럼 희거나 거뭇거뭇한 색을 갖는다. 장작불에 가까이 놓인 기와는 높은 온도에서 구워지지만, 연기가 빠져나가는 연통 가까이 놓인 기와는 조금 낮은 온도에서 구워진다. 그래서 전통건축물의 지붕에 놓인 전통기와를 보면 색이 일정하지 않고, 약간 검거나 회색이거나 하는, 마치 흑백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난다.
전통기와는 사람이 발로 밟아 다진 흙을 쓰는데, 그러다 보니 흙 사이에 아주 미세한 공간이 생긴다. 비나 눈이 오면 여기에 수분이 들어차는데, 이로 인하여 희끗희끗했던 기와는 아주 일정하고 매끈한 검은색으로 변한다. 비가 개면 햇빛에 수분이 증발하면서 본래의 색이 서서히 나타나는데, 보고 있노라면 마치 마술과 같다.


  우리는 종종 전통건축의 울긋불긋한 단청색과 문양이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것은 어쩌면 바로 그 위에 놓인 희끗희끗한 또는 거뭇거뭇한 기와가 이에 대비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기와는 말없이 비와 눈, 태양과 추위로부터 우리 전통건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보는 이가 없어도 스스로 만족하며, 욕심 부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맡은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과도 같다. 지붕 위 기와로부터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 기록된 ‘신독(愼獨)’의 덕목을 배운다.


설명사진


<창덕궁 부용정 기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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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한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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