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고
- 제목
- 삶의 지혜·과학이 스민 너와집
- 작성자
- 조상순 연구관
- 게재일
- 2016-04-28
- 주관부서
-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 조회수
- 2508
경상북도 북부와 강원도의 산간지역에서 땅을 일구며 삶을 꾸렸던 화전민(火田民). 해가 일찍 지는데다 산짐승과 도적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건 속에서 생계를 이어갔다. 화전민들은 주어진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로운 방법을 선택했으니 바로 전통가옥인 ‘너와집’이다.
너와집은 짚이나 기와를 구할 수 없는 산에서 흔한 재료인 목재로 지붕을 얹은 형태의 살림집이다. 바깥벽도 나무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장실만 대문 밖에 있을 뿐 모든 방과 외양간까지도 살림집 내부에 배치한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너와집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지붕은 결이 바른 소나무나 전나무를 가로 20~30㎝, 세로 40~60㎝, 두께 4~5㎝ 정도로 쪼개 처마부분에서 윗 방향으로 서로 포개며 이어 올렸다. 꼼꼼하게 너와를 얹어도 너와사이에 틈이 있어 밤이면 별빛이 새어 들어오기 때문에 과연 지붕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염려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빗물은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며, 빗물에 젖은 두터운 나무판은 날이 개면 다시 마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와 사이의 작은 틈은 집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연기를 배출시켜 주는 배연과 햇볕이 드는 채광 구실을 톡톡히 한다. 그런가하면 나무가 지닌 단열과 통풍 효과로 여름에는 집안이 시원하다. 화전민들이 극복해야 할 산간지역의 긴 겨울추위에도 끄떡없는데, 지붕에 눈이 쌓이면 내부 온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집안 공기가 비교적 훈훈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방에는 온돌을 두고 따로 천장을 설치하여 온기를 오랫동안 방안에 가두고, 취사를 하면서 데워진 공기도 집안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되게 해준다. 방과 방이 만나는 모퉁이에는 ‘고콜’이라 불리는 작은 벽난로를 둠으로써 두 개의 방을 동시에 비추고 간단한 취사도 가능해 보온효과를 증대시켰다.
이처럼 너와집은 한서(寒暑)의 차가 심한 산지기후 맞춤형 전통가옥으로, 화전민이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온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함경도 지방에 이미 너와집이 있었다고 알려졌으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산간지역에 적지 않은 수가 남아 있었던 너와집. 화전민이 점차 사라지면서 이제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너와집이 삶의 흔적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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