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고
- 제목
- 문화재의 뒤안길(87)-줄타기(서울경제, '21.4.19)
- 작성자
- 한나래
- 게재일
- 2021-04-19
- 주관부서
- 대변인실
- 조회수
- 1419
문화재의 뒤안길(87) (서울경제, '21.4.19)
줄 위에서 펼쳐지는 전통예술
관객과 소통하는 '재담'은 한국 줄타기 특색
▲ 국가무형문화재 줄타기 중 허공잽이의 한 장면/사진제공=문화재청
글 /한나래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관
[서울경제] “손뼉 치며 펼쳐 든 오십 살 부채/소매 흔들며 줄에 오른다./하늘에 울리는 타령 장단 따라/복사꽃 바위에 지듯 미끄러지누나.(중략)”
19세기 연희 내용이 담겨 있는 ‘관우희’(송만재 지음)에 나오는 줄타기 광경이다. 3m 정도 높이의 외줄 위를 걷거나 공중을 날아다니는 줄광대의 기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함과 탄성을 자아낸다.
줄타기는 전 세계에서 확인되는 기예로, 우리나라는 이규보의 화답시(和答詩), 이색의 구나행(驅儺行) 등 고려 시대부터 관련 기록이 등장한다. 조선에서 줄타기가 성행했음도 풍부한 기록으로 전한다.
줄타기는 광대줄타기와 어름줄타기로 분류된다. 광대줄타기는 나례도감 재인청(才人廳) 소속 광대들이 명절이나 외국 사신이 왔을 때 궁궐 잔치나 관청 행사, 양반집 잔치에서 펼친 공연이었다. 줄광대가 줄 위에서 펼치는 ‘잔노릇’은 오늘날 35종이 재현된다.
줄 위에 섰다가 왼발로 줄을 딛고 오른발을 줄 밑으로 내렸다가 줄의 탄력을 이용하여 튀어 일어서며 걷는 ‘외홍잽이’, 줄의 탄력을 이용해 허공에 떠서 방향을 전환하는 ‘허공잽이’ 등이 있다. 어름줄타기는 남사당패의 여섯 재간 중 넷째 놀이로 민간에서 서민들을 대상으로 공연됐다.
줄 위에서 화장하는 ‘화장사위’, 곰배팔이 걸음걸이를 하는 ‘양반 병신걸음’ 등 17종 정도가 전승되고 있다.
줄타기는 단순히 기예만 선보이지 않는다. 광대줄타기의 ‘줄광대’는 ‘어릿광대’와, 어름줄타기의 줄을 타는 ‘어름산이’는 장구를 치는 ‘매호씨’와 대담을 한다. 관객과 재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중타령 등 소리를 곁들여 흥을 돋우기도 한다. 관객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줄타기 공연은 줄을 타는 재주를 우선으로 하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되는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줄타기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와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의 한 구성으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으며,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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