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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조선 시대 블루마블 ‘남승도’
작성자
이원호 연구사
게재일
2016-04-14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조회수
2342

 


  얼마 전 응답하라 TV시리즈가 또 한 번 대박을 냈다. 1980년대를 살았던 십대들을 주제로 한 이 드라마는 중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추억거리로 일명 ‘응팔앓이’들을 만들어 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드라마 주인공들이 한 집에 모이면 약속이나 한 듯 판을 벌이던 추억의 게임 ‘블루마블’이다. 국내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알려졌던 블루마블은 말놀이의 일종인데 주사위를 굴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재산을 불리는 일종의 가상체험놀이이다. 오늘날의 온라인게임에 비하면 세계를 무대로 성공의 꿈을 키워주는 건전한 아날로그 게임이었던 셈이다.


 


 사실 조선 시대에 블루마블의 원조가 있었다. 바로 명승지를 유람한다는 뜻의 ‘남승도(覽勝圖)’ 말놀이이다. 1820~184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구남승도(靑邱覽勝圖)’는 경포대, 한라산 등 조선 시대 전국의 대표적 명승지 120곳이 총망라되어있다.


 


  놀이의 역할구분은 조선 시대에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인에서부터 어부, 승려, 도사, 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이 등장하고 각 명승지에는 유래가 있어 각 역할을 맡은 이가 특정 지역에 도착하면 한 잔의 술과 명승지 관련 시 한 수를 읊어야 하는 풍류가 있었다. 만일 그곳의 유래를 대지 못하면 연거푸 술을 마시게 하여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는 해프닝도 있었을 법하다. 당시 이 말놀이를 즐겨했던 아녀자나 유생들은 조선 팔도의 팔경과 누정, 이름난 산과 하천 등에 대한 유래를 익히고 실제 가본 것처럼 그곳의 정취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었으니 소외계층에 관한 배려 역시 돋보인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2년에 한중수교 기념으로 북경에서 되찾아온 청구남승도에 나타난 명승들을 조사한 결과, 당시 국가에서 제작한 지리지에 나오는 명승들이 말놀이에 적용될 만큼 명승지에 관한 정보가 자세하고 보편화되었던 점이 주목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명승은 109곳이나 된다. 고려 시대 문헌에서부터 등장하는 우리의 전래명승은 조선 시대 명승유람이 전국적으로 유행하였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잊히고 변한 곳이 대부분이다. 조선판 블루마블 ‘청구남승도’에서 확인되는 명승지들은 우리 선현들의 정신수양과 역사 문화가 결집된 장소로 우리가 바로 알고 찾아보아야 할 소중한 국토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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