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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취색 하늘에 펼쳐진 고려 귀족의 시적 이상향 시카고미술관의 보석 같은 문화재 청자상감동자
작성일
2022-09-2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73

비취색 하늘에 펼쳐진 고려 귀족의 시적 이상향 시카고미술관의 보석 같은 문화재 청자상감동자문 매병 시카고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는 삼국시대 금속공예품부터 조선시대 불화와 궁중 회화 병풍, 더 나아가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박서보의 단색화 등 현대미술까지 폭넓게 망라한다. 그중에서도 고려청자 컬렉션은 한국 청자의 변화 양상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형태, 색채 등 여러 방면에서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갖추어 교육적으로나 심미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01.시카고미술관 유물 기증자인 러셀 타이슨 ©시카고미술관

고려청자의 정수, 청자상감동자문 매병

시카고미술관 소장 ‘청자상감동자문 매병(靑磁象嵌童子文 梅甁)’은 비색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렀던 12세기 고려청자의 고전적인 예를 보여준다. 넓은 어깨에서 좁고 긴 하부까지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단정한 기형(基形)을 갖추었으며 표면 전반에 푸른 유색이 은은하게 발현되었다. 본래 청자는 여러 색조의 녹색을 띠는데 고려 문벌귀족은 그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옥빛의 비취색을 고집했다. ‘비색(翡色)’으로 불린 이 녹색은 중국 청자와 구별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징이다. 당대 중국 문인은 비색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며 고려청자가 당대 최고임을 인정했다. 매병은 국제적으로 사랑받은 고려청자의 단아한 기형과 차분한 비취색을 두루 갖추었다.


매병에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문양이 표면에 상감되었다. 고려 장인들은 본래 목공예나 금속공예에 사용되었던 상감기법1)을 도자기에 응용했다. 여러 색조를 활용해 문양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상감기법은 매병에 시문된 상서로운 그림에서 잘 드러난다. 중앙을 장식한 능화형(菱花形) 창 안에는 옥색 하늘과 산들거리는 버드나무를 배경으로 동자 한 쌍이 나비와 새를 쫓으며 노닐고 있다. 두 동자는 다산을 상징하며 버드나무는 문인의 덕목인 겸양을 뜻한다. 능화창 바깥에 여백을 두고 배치된 학과 구름 또한 상서로운 분위기를 배가한다.


매병에 새겨진 유려한 모티프는 고려 왕실・귀족층의 미감(美感)을 반영한다. 고려청자의 주요 수요층이었던 고려왕실과 귀족은 흥망성쇠를 거듭한 중국 왕조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공유했다. 1170년 무신정변 이후 고려 귀족사회에서는 송・원대의 청담(淸談) 사상과 문인문화가 유행했다. 자연스레 문인의 인품을 빗댄 자연 상징물과 간결하고 서정적인 회화가 청자의 모티프로 인기를 끌었다.


고려시대의 문인화가 남아 있지 않은 오늘날, 매병에 시문된 회화적인 문양은 당시 문인문화의 모습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02.청자상감동자문매병, 고려 12세기, 높이 33.5cm ©시카고미술관

한국문화재 소장 역사의 시작, 고려청자

1879년 박물관이자 미술학교로 세워진 시카고미술관은 도시의 역사와 함께 탄생하고 성장했다. 시카고미술관은 1871년 대화재로 크게 훼손된 도시를 재건하고자 한 부흥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되었다. 이후 시카고는 1893년 세계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국제적인 문화 중심지로 발돋움했는데 이 박람회에는 조선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정경원(鄭敬源, 1851~1898)이 이끈 조선 대표 사절단은 박람회에 한국관을 설치하고 전통 물품을 전시해 고유한 조선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했다. 그 당시 전시되었던 고려청자 몇 점은 필드자연사박물관을 거쳐 시카고미술관이 소유하게 되었다.


시카고미술관의 한국문화재 수집의 역사는 고려청자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카고미술관이 다수의 고려청자를 소장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러셀 타이슨(Russell Tyson, 1867~1963) 같은 시민 수집가의 활발한 수집과 후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타이슨은 서구에서 한국문화재가 주목받지 않았던 시절, 한국 도자를 열렬히 수집했던 동양미술 수집가이다. 곳곳에 중국 미술품이 전시된 가정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레 동아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과 감식안을 키울 수 있었던 그는 1909년 중국 방문 때 베이징 미국대사관에 전시된 한국 청자를 발견했고 이를 계기로 1920년대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 첫 한국 도자를 소유하게 된다. 이렇게 수집한 중국 도자와 한국 도자를 타이슨은 시카고미술관에 기증했다.


2021년 11월 시카고미술관은 미술관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시카고미술관 에센셜 투어(Art Institute Essentials Tour)’에서 청자상감동자문 매병을 선보였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청자상감동자문 매병은 국제적인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 상감기법: 바탕흙을 파내고 다른 색의 흙을 메워 넣어 바탕과 대비되는 색조의 문양을 표현하는 장식기술


참고 문헌
“Russell Tyson Dies; Chicago Art Patron”, The New York Times Obituary, July 23, 1963
국립중앙박물관, 『천하제일 비색청자』, 2012
Vase(Maebyong) | Art Institute Essentials Tour; www.artic.edu/videos/69/vase-maebyong-art-institute-essentials-tour



글. 김도연(시카고미술관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챌린저 박물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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