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고
- 제목
- 문화재의 뒤안길(109)-제주 용천동굴 (서울경제, '21.10.18)
- 작성자
- 정승호
- 게재일
- 2021-10-18
- 주관부서
- 대변인실
- 조회수
- 2358
문화재의 뒤안길(109) (서울경제, '21.10.18)
용암이 빚은 신비의 지하공간 제주도 '용천동굴'
글/정승호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지난 2005년 이곳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도로변의 전신주 교체작업 도중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지하공간이 발견됐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용암동굴 내부에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탄산염 생성물이 어우러진 독특한 세계였다.
동굴 하류부에는 맑고 잔잔한 푸른 호수가 위치해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는데, 민물과 바닷물이 층을 이루며 섞인 호수라 모래 둑으로 막힌 끝 부분이 바다와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용이 살다 하늘로 승천한 동굴이란 의미의 ‘용천동굴’이다.
호수 구간 800m를 포함해 총길이는 3.4km이며, 거문오름(기생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약 14km 떨어진 북서해안의 월정리 해변으로 흘러가면서 만든 용암동굴계의 일부다.
특히 용천동굴은 1만년~8000년 전 용암이 빚어 낸 용암종유와 용암석순, 용암폭포, 용암유선을 바탕으로, 탄산염 종유관과 종유석, 동굴진주와 동굴산호 등 형성과정이 전혀 다른 두 동굴의 특징이 복합적으로 발달하고 있어 국내외 동굴전문가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로 알려져 있다.
과거 해안 모래층이 바람에 의해 용천동굴 상부 지표면으로 옮겨왔고, 조개껍질 등의 탄산염 성분이 빗물에 녹아 현무암 내 절리와 식물뿌리를 따라 내려앉으면서 다양한 동굴 생성물의 형성을 자극한 것이다.
동굴 안에서는 통일신라시대 토기 조각, 조개껍질, 횃불로 사용됐던 숯 등 8세기를 전후해 남겨진 당시 사람들의 흔적도 발견됐다.
그들은 왜 동굴에 들어갔는지, 유물의 용도는 무엇이었는지는 고고학적 과제로 남았다.
이처럼 제주 용천동굴은 그 학술적 중요성과 함께 경관적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으로서 지난 2006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더불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일원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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