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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세계최초 캠핑카 사륜정(四輪亭)
작성자
이원호 연구사
게재일
2016-09-22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조회수
1636

 


  2014년 기준 국내캠핑시장의 규모는 약 6,000억원에 달하고 캠핑족은 300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캠핑은 주로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을 찾아 잠시 머물며 여가를 즐기는 여가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제는 도로를 질주하는 캠핑카를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캠핑카의 기원은 15세기 체코의 보헤미안 지방에서 당시 인도에서 넘어온 집시들이 마차위에 집을 얹은 형태가 시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300년이나 앞선 캠핑카가 우리나라에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 있다.


  바로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문집 권23》에 실려 있는 《사륜정기四輪亭記》가 그것이다.


  문헌에 의하면 사륜정(四輪亭)은 이동식 정자로 바퀴를 넷으로 하고 정자를 그 위에 지었는데 정자의 사방이 6척이고 들보가 둘, 기둥이 넷, 대나무로 서까래를 하고 대자리를 그 위에 덮은 형태로 보여진다. 동서남북이 각각 난간 하나씩이요, 정자가 사방이 6척이니, 그 칸수를 다 합치면 모두가 36척 규모이다.


  정자안의 배치는 거문고 타는 자 한 사람, 노래하는 자 한 사람, 시에 능한 승려(僧) 한 사람, 바둑 두는 자 두 사람, 주인까지 여섯이다. 이규보는 고정된 건축물인 정자가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누리는 데 한계가 있고 동행인들이 이를 쫓아 이동하는 데 드는 수고를 덜고자 사륜정을 고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획기적 발명품은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네 바퀴달린 정자라는 유례없는 발상이외에도 정자 내부의 구성원 배치와 그 행태까지 치밀하게 계획한 점이 오랜 기간 누정문화를 공유해온 동양의 많은 사례와 비교해도 독창적인 면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겠다.


  이규보의 사륜정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벗들과 산수의 즐거움을 마음껏 향유하고자 하는 선비의 이상향까지 담고 있다. 이는 오늘날 캠핑카의 기능과는 비교될 수 없는 최고의 캠핑카인 셈이다.


  이규보의 사륜정과 같이 잠시 경치 좋은 곳에 머무르기도 하고 자리배치에 따른 역할놀이를 통해 옛 선조들의 풍류를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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