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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편물과 함께 인정까지 배달하는 직업, 체전부
작성일
2023-02-2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616

우편물과 함께 인정까지 배달하는 직업, 체전부 편지와 소포 등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은 국민에게 고맙고 친근한 직업이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며 1,000통 안팎의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집배원은 130년 이상 존재하고 있는 직업으로, 처음 생겼을 때는 ‘체전부’로 불렸다.

집에서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함 선사

우리나라에서 우편 제도가 시작된 것은 1884년 4월 23일 우정총국이 문을 열면서이다. 하지만 우편 업무는 그해 12월 갑신정변이 일어나 우정총국이 폐지되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우편 제도가 부활한 것은 10년쯤 지난 뒤인 1895년 6월 1일이었다. 그 당시 우체국인 우체사에는 우편물을 전하는 사람들을 두었다. 이들은 체전부, 우편군사, 체부, 벙거지꾼, 체대감 등으로 불렸다.


우편배달부를 ‘벙거지꾼’이라 부른 것은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나가면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벙거지꾼이라고 놀려댔다. ‘체대감’은 사람들이 우편 발송에 익숙해지고 그 편리함을 알게 되면서 그들을 좋아하게 되어 높여 부른 것으로, ‘우편물을 배달해 주는 대감님’이라는 뜻이다.


체전부는 가죽 우편배낭을 멘 채 긴 담뱃대를 물고 다녔으며, 두어 켤레의 짚신과 점심 도시락인 누룽지 보따리를 차고 다녔다. 한 시간에 10리를 걸으면서 하는 우편물 배달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정확한 주소나 우편 번호도 없었다. 편지 봉투에 ‘동관대궐 앞 좌포도청 행랑 뒤편 세 번째 기와집 서쪽으로 난 대문 김 주사 댁’이라는 식으로 써 놓았으니 물어물어 집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니 배달도 힘들고, 엉뚱한 집에 잘못 배달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기 집에 잘못 배달된 우편물이 있으면 불길한 징조라고 여겨 절대로 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체전부가 우편물을 잃어버리면 직장에서 쫓겨났으며, 우편물을 배달하지 못하고 돌아가면 우체사의 상사에게 매를 맞기도 했다. 우체사는 경찰서와 마찬가지로 곤장과 형틀을 갖춰 놓고 있었다. 체전부는 우편물을 배달 하다가 개에게 물리는가 하면, 노상강도를 만나 소포를 털리고 목숨마저 잃기도 했다. 본업에 충실하느라 수취인을 일일이 확인하려다가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왔다고 종들에게 붙들려 몰매를 맞기 일쑤였다.


체전부는 그런 어려움 중에도 우편물만 전하지 않았다. 들일을 하는 농부에게 점심을 날라다 주거나, 일하는 아기 엄마 대신 우는 아이를 업어 주기도 했다. 이같이 우편물과 함께 인정까지 배달하니, 체전부는 체대감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체전부는 힘든 노동과 과로에 시달렸지만,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소임을 다하였기에 개화기 사람들은 우편물을 집에서 편안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체전부’라는 명칭은 1905년 ‘우편물을 모아서 [集] 배달하는[配] 사람[員]’이라는 뜻인 ‘집배원’으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체부’로 불렸는데, 1980년대부터 집배원으로 부르기를 유도하여 1990년대에 완전히 정착되었다. 체전부 시절 집배원은 도보 혹은 말이나 수레를 이용해 우편물을 배달했다. 1960년대까지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걸어서 우편물을 배달했으며, 1970년대에는 자전거, 1990년대에는 오토바이가 지급되면서 좀더 많은 우편물을 배달할 수 있었다.


‘체전부’라는 명칭은 1905년 ‘우편물을 모아서[集] 배달하는[配] 사람[員]’이라는 뜻인 ‘집배원’으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했다.


00.독립신문 체전부는 편지를 전하러 양반집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독립신문》 1897년 7월 3일자에는 ‘벙거지꾼이 양반집 사랑방과 규방까지 들어가 우편물을 전달하려다 봉변을 당했다’는 기사가 실렸다.《독립신문》은 ‘상황이 이러할진대 체전부 노릇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체전부 생활의 어려움을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글. 신현배(역사 칼럼니스트, 아동문학가) 일러스트. 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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