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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글의 법칙 김진호 PD, 서울 도심 속 정원의 흔적을 탐험하다
작성일
2020-07-30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294

정글의 법칙 김진호 PD, 서울 도심 속 정원의 흔적을 탐험하다 지난 6월 , 지상파 S사 간판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나 봄 직한 실제 야생에서 살아남는 생생한 현장을 한국식 서바이벌 예능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우리의 영원한 족장 ‘김병만’을 탄생시킨 장본인이 김진호라는 걸출한 예능 PD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때로는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문득 떠나온 고향 집의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보고픈 맘이 동할 때가 있다. 년 만에 처음 휴가를 맞은 김진호 PD와 함께 세검정 물길을 따라 옛 정원의 흔적을 찾아 탐험에 나섰다.

교수 신현실(이하 신현실)

안녕하세요 김진호 피디님!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PD님이 출연하신다고 해서 너무 기대됐어요! 오늘 직접 뵙고 보니 <정글의 법칙>을 성공시킨 힘이 어디에 숨어 있을까?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사진작가 김진호(이하 김진호)

반갑습니다. < 정글의 법칙 > PD 김진호입니다. 평소 방송 제작하면서도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고 세계 각국을 다니다 보니 우리 국토를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신현실

아 참! 6월에 새신랑 되신 것을 우리 독자들을 대표해서 축하드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정글의 법칙>이에요. 바쁜 현대인들이 실제 가볼 수 없는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오지를 경험할 수 있어서 한 회도 놓치지 않고 챙겨보고 있답니다.


김진호

우리 프로그램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정글의 법칙> 국내편도 제작할 계획이고요. 결혼 축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신혼여행 때 국내에 촬영지로 꼽을 만한 곳들을 둘러봤어요.


신현실

역시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제작진들이 자료수집부터 현지촬영까지 고생이 많으실 것 같아요.


김진호

시청자분들이 직접 가보기 어려운 정글에서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려고 나름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시청자 여러분의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신현실

만나 뵈면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실제 출연진들이 힘든 시간을 버텨낼 때 몰래 가져간 음식을 드시는 분이 있지는 않았나요? 특히 오지에서 제대로 씻기도 힘들 텐데…….


김진호

그렇진 않습니다. 실제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분리되어 지내다 보니 철저히 서바이벌 원칙이 지켜지고 있어요. 아직 출연진이 촬영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없었고요. 또 현지인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위험한 순간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신현실 교수와 김진호 PD 캐릭터가 표시된 지도. 백석동천 일원, 건물 터, 연지, 백성동천 각자, 월암각자, 세검정 일원, 백석동천 일원이 표시되어 있다.

세검정에서

신현실

오늘 서울 도심 속 정원 흔적 탐험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어린 시절 부암동에서 지내신 이유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이곳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시겠어요.


김진호

세검정과 저 위에 있는 폭포와 계곡은 저에겐 집 근처에 뛰어놀기 좋은 장소였고 거의 매일 나와 놀았죠. 나중에 이곳이 선인들의 일화와 겸재의 산수화에 나오는 장소라는 것을 알고서 고향집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게 됐죠.


01.세검정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02.백석동천에서 폐허의 미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

폐허의 미학 속으로

신현실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은 명승 제36호로 지정될 만큼 서울 도심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답니다. 예전에는 이곳을 백사실계곡이라 불렀다고 알고 있어요. 터만 남은 건물과 정자, 연못의 흔적만이 옛 시절을 추억하는 듯 보여요.


김진호

이 곳은 마치 방치된 것 같지만 이렇게 흔적만 남은 것이 더 운치 있어 보이네요. 새것 같은 건물이 다시 들어서는 것보다 마음이 편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머리 식히기 좋은 장소로 숨겨 두어야 겠는데요.


신현실

이것을 폐허의 미학이라 할 수 있지요. 원형을 알기 어려울 땐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게 역사적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죠.

03. 건물지의 초석을 두고 이야기하는 두 사람 04. 월암 앞에서 바위각자의 유래에 관해 설명하는 신현실 교수

김진호

여기 보이는 네모난 돌들은 원래 있던 것인가요?


신현실

과거부터 이곳에 있었던 건물의 초석이에요. 여기 보이는 돌들은 예전에 조성되었던 사랑채와 안채의 초석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동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주변에 담장 유구가 남아있어요.


김진호

그러면 초석 위에 어떤 모양의 건물이 있었는지는 현재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거군요.


신현실

이곳은 백악산 뒷자락인 백사골에 신선이 산다는 동천(洞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주변에 흰 돌이 많아 ‘백석동천’이라는 것과 백악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백석동천이라는 각자도 새겨져 있지만, 아직도 이곳의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여러 설이 분분하지요.


이것은 월암(月巖)이라는 바위입니다. 여기가 신선의 세계임을 암시하는 글귀라 할 수 있습니다. 달은 고대 중국에서 이상향, 고독, 선계를 의미했거든요.


김진호

이곳에서 달을 보면 정말 신선이 된 것 같았겠는데요.


신현실

원래 바위에 각자를 새기게 된 유래는 중국의 진한시대에 가파른 산에 각도(바위를 깎아만든 길)를 설치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공사기록을 새기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나중에는 문인들이 이것을 따라 하게 됐지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정원 미학과 차경

신현실

우리 선조들은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을 택해 별서를 경영했었다고 해요. 별서가 조성되는 곳들을 보면 대부분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본래의 자연지형에 살포시 건축물을 얹어 이 또한 정원 일부로 인식되도록 했지요. 인위적인 경관의 조작을 최소화하고 차경을 통해 경관을 내 안으로 끌어들였죠.


05. 백석동천에서 방송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는 두사람

김진호

경치를 끌어들여 내 것으로 삼는다’ 그것 참 멋진데요. 그 안에서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주변환경도 자연스럽게 보호하게 되는 이치군요! 기회가 된다면 정원을 테마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정원을 소재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 안에 모두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신현실

역시 최고의 연출자답게 반응이 빠르시군요. 오늘 제 목적은 모두 달성되었네요.


김진호

오늘 교수님을 뵙고 우리의 정원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뜬것 같아 감사드려요. 오랫만에 맘껏 웃으며 탐험(?)을 즐길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문화재사랑 독자여러분들! 사랑합니다!


정글의 법칙 PD 김진호 씨가 싸인이 적힌 종이를 들고 웃고 있다. 문화재사랑 독자여러분! 정글의 법칙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김진호 2020.6.16

글. 신현실 문화재 전문위원 (우석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사진. 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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