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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간이 멈춘 마을 서천 판교 근대역사문화공간
작성일
2022-12-2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49

시간이 멈춘 마을 서천 판교 근대역사문화공간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는 '시간이 멈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1970~80년대의 어느 시골 소읍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마을은 1930년 판교역이 생긴 이후에 크게 번창했다가 2008년 판교역의 이전으로 인해 급속히 쇠퇴했다. 그래도 여전히 옛 건물이 많아서 가슴 훈훈한 추억 여행지로 제격이다. 00.판교면 최초의 상업시설인 구 동일주조장

시골 소읍의 역사와 변화를 간직하다

판교면 소재지인 현암리는 1930년 충남선(지금의 장항선) 철도의 개통과 함께 판교역이 들어서면서부터 충남 일대의 물자와 사람이 몰려드는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1931년에 판교장이 옮겨 왔고, 1938년 판교면사무소가 이전해 오면서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1970년대에는 대한민국 경제의 고도성장과 새마을 운동 덕분에 유례없는 호황도 누렸다. 하지만 도시 중심의 국토 개발이 추진된 1980년부터 점차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2008년 장항선의 직선화로 판교역이 이전되자 현암리와 판교장은 급속히 쇠퇴했다.


01.‘오방앗간’으로 불리던 삼화정미소. 한때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방앗간이었다. 02.판교장날, 판교우시장 벽화 앞에서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파는 상인

오늘날 현암리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 1930년대에 지어진 주조장 건물과 목조주택도 있고, 1960년대에 문을 연 극장 건물도 아직 남아 있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도로 양쪽에는 낡고 소박한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골 소읍의 역사와 변화를 보여주는 근대문화유산들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유산이 집약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서천 판교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공간단위 문화재로 가치가 인정되어, 2021년 10월 13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옛 집들마다 간직된 이야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 봤다. 1930년부터 2008년까지 장항선 열차의 승객들이 이용했던 옛 판교역 건물은 없어졌고, 그 자리에는 판교특화음식촌이 들어섰다. 관광객들마다 꼭 한번쯤 들러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미니 판교역만이 옛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옛 판교역 역사는 사라졌지만, ‘구 역전 소나무’는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주변의 상점들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서로 마주 보는 두 슈퍼마켓과 세탁소, 냉면집도 예전 모습 그대로 영업 중이다. 옛 역 앞의 삼거리에는 ‘근대상가주택2’와 ‘구 중대본부’ 건물이 남아 있다. 1931년에 처음 세워졌다는 근대상가주택2는 지금도 이용원과 소곡주 파는 가게가 반씩 나눠 쓰고 있다. 그 옆에 자리한 ‘구 중대본부’는 1964년에 건축된 2층 슬래브 건물이다. 옛 동 면사무소가 이웃해 있어서 한때 예비군 중대본 부로도 쓰였지만, 지금은 대한적십자사의 지역 봉사단체 간판이 걸려 있다.


03.옛 판교역 앞에 위치한 한 세탁소의 ‘고풍스러운’ 간판 04.판교전통시장 내의 상설 점포. 장날인데도 문을 연 곳이 별로 없다.

구 중대본부에서 동쪽으로 약 50m만 이동하면 너더리식당 삼거리에 당도한다. 여기서부터 왼쪽의 ‘종판로 887번길’을 따라 200m를 더 가면 삼화정미소, 근대상가주택1, 동일주조장, 동일정미소 등의 등록문화재 건물을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구 판교극장 하나만 농협 맞은편의 골목 안쪽에 뚝 떨어져 있다.


3형제가 3대째 가업을 이었다는 삼화정미소는 판교에서 가장 오래된 방앗간이었다. 오 씨가 운영하는 곳이어서 주민들은 ‘오방앗간’이라 불렀다. 이제 방앗간 문은 닫혔지만, 처마 아래에는 60여 년 된 나무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다. ‘근대상가주택1’은 1932년에 일본인이 2층 목조주택으로 지은, 이른바 ‘적산가옥’이다. 당시 집주인이었던 일본인 지주는 춘궁기에 쌀을 빌리러 온 조선인들에게 “텐도 헤이까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지 않으면 쌀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역사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에는 판교장을 찾는 상인들이 하룻밤 머물다 가는 여각으로도 활용됐고, 그 뒤로는 사진관과 쌀집으로 활용됐던 흔적이 문짝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05.판교면 현암리 ‘판교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아침 풍경. 바로 앞에 옛 판교역, 오른쪽 중간쯤에 판교전통시장이 보인다.

주민들이 ‘장미사진관’으로 부르는 근대상가 주택1에서 30m 떨어진 거리에 구 동일주조장이 있다. 판교 최초의 상업시설로 1932년에 처음 지어진 주조장은 3대째 운영하다가 2000년에 문을 닫았다. 출입문 위에 또렷이 새겨진 ‘TEL45’라는 글자가 이곳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구 동일주조장과 마당을 공유하는 구 동일정미소도 오래전에 폐업하였다. 인적마저 끊긴 정미소의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판교중학교 진입로와 맞닿은 정미소 담벼락에는 이 마을의 역사와 내력을 보여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판교의 옛 모습을 곱씹을 수 있다. 현재 판교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낡고 허름하다. 그런데도 돌아보는 내내 마음은 편안했다. 도시 사람 특유의 조급증도 없어지고 발길조차 느긋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뭔가 위로받게 되는, 마음속 고향처럼 따뜻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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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강훈(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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