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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명금일하 대취타~ 하랍신다!
작성일
2021-07-2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0648

명금일하 대취타~ 하랍신다! 대취타는 국악의 하나로, 우리의 전통 행진곡이다. 태평소와 북, 장구, 징 등이 어우러져 연주된다. ‘피리정악 및 대취타’라는 명칭으로 지정되어 있는 국가무형문화재이기도하다. 우리 선조들의 기개를 느낄 수 있는 고귀한 음악, 하지만 2020년 5월 이후 전 세계인이 듣는 대취타는 사뭇 다르다. 더 강렬하고,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01.〈임인진연도병〉에서 대취타 장면 ⓒ국립중앙박물관

대취타 vs 대취타

‘대취타’는 나각, 나발, 태평소처럼 부는 관악기와 용고, 자바라, 징처럼 두드려 연주하는 타악기로 편성된다. 커다란 소라로 만든 나각은 낮고 부드러운 한 음을 내는 악기이다. 나발은 길이 약 120cm의 긴 관악기로 나각과 번갈아 소리를 낸다. 크고 시원하게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 바로 태평소이다. 대취타에서 유일하게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이다. 타악기는 리듬을 규칙적으로 짚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주자들의 의상도 독특하고 그야말로 우리의 ‘전통’이 제대로 느껴지는 행진곡이 바로 대취타이다. 대취타는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가 독특한데, 첫 시작은 우렁찬 구령으로 “명금일하 대취타”라 외친다.


징을 한 번 치고 대취타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이 구령은 BTS 슈가의 솔로곡 [대취타] 첫 부분에도 등장한다. 징소리가 나는 것도 전통 대취타의 그것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취타’는 연주가 끝날 때도 “헌화금~!”이라 외치며 곡을 끝낸다. 슈가의 곡 [대취타]는 헌화금을 외치는 부분은 없는데, 일부러 끝을 내지 않은 느낌이 든다. [대취타]의 가사에는 광해, 사도세자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 왕가의 에피소드가 연상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강렬한 단어 선택도 눈에 띄는데 ‘주리를 틀어’처럼 외국인은 고개를 갸웃할 만한, 우리의 문화(?)가 엿보이는 가사가 매력적이다.


상대적인 장르 월드뮤직, K팝은?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사물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는 그 안에서 ‘문화’를 읽을 수 있다. 이 ‘문화 읽기’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수 있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가에 따라 그 내용과 결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읽어내는 주체가 얼마나 다양한 시각과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월드뮤직이라는 용어 또는 장르가 그렇다. 그 이면에 담겨 있는 문화를 이해하기에 딱 알맞은 예술이다. 월드뮤직은 음악이 아니라 문화이다.


해외여행을 한 번이라도 다녀 온 사람이나 ‘버킷 리스트’에 해외 특정 지역을 담아 놓은 사람이라면, 그 나라 그 지역의 풍물을 기억하거나 그 나라의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 한다. 이것은 그 나라만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무언가를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낯선 해외여행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음악이라는 사실이다. 누가 들어도 그 나라만의 문화와 정서가 담겨 있는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던 추억과 풍경을 떠올리거나 경험하고 싶은 무언가를 상상한다. 음악은 바로 그런 위대한 힘이 있다.


그런 음악 중에는 월드뮤직이라는 재미있는 장르가 있다. 월드뮤직처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적확하게 적용되는 장르도 드물다. 월드뮤직이라는 단어는 1980년대 중반이래로 세계에서 통용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서야 문화 트렌드 또는 문화를 담아내는 담론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현재까지 부침은 있었지만, 2021년 현재 월드뮤직이 문화, 역사, 지리, 언어, 관습 등 다양한 문화의 코드를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월드뮤직을 듣는 이유는 단 하나,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사람 사는 모습을 ‘음악을 통해 엿보는 것’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언어와 지역, 피부색과 관습이 다를지라도 사람과 사람으로서 공감한다. 바로 음악을 통해서. 코로나 때문에 열린 팬데믹 시대, 음악의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소중하게 되었다. 문화의 경험을 열어주는 소중한 예술로서.


02.전통 관악기 나각. 소라라고도 한다. 주로 궁중음악과 군악에 사용되었다. ⓒ국립국악원 03.태평소는 날라리, 호적 등으로도 불린다. 국악기 중 특히 음이 높고 음량이 크다. ⓒ국립국악원

그럴 수도 아닐 수도, 하지만

‘월드뮤직이란 뭔가요?’라는 질문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OOO는 월드뮤직인가요, 아닌가요?’라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샹송은 월드뮤직인가요?’라든가, ‘K팝이나 BTS는 우리나라 월드뮤직인가요?’ 같은 유형의 질문이다. 이럴 때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모호한 대답을 제안한다. ‘그렇다’라는 대답을 들은 질문자들은 잘은 몰라도 어쨌든 이해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또는 ‘아니다’에 가까운 대답을 하면 곧이어 ‘왜?’라는 질문을 연이어 던진다. 예를 들면, 샹송(Chanson)이나 칸초네(Canzone)가 월드뮤직이냐 아니냐 하는 이야기는 유독 우리나라 안에서 화두가 되는데, 이 두 장르는 유독 ‘월드뮤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유럽의 지역 음악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랑스의 월드뮤직은 켈트 음악에 가까우면서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음악 형식을 따르는 브르타뉴(Bretagne, Brittany)지방의 전통 음악이나 이것을 현대화한 음악이다. 하지만 월드뮤직의 장점이 그 나라의 음악 전통과 문화 그리고 흔히 우리가 ‘민족’으로 규정짓는 특정 지역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관점으로 샹송을 프랑스의 월드뮤직으로 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같은 정통 샹송가수의 음악을 월드뮤직으로 부르기엔 좀 쑥스럽지만, 만일 ‘장밋빛 인생’이나 ‘사랑의 찬가’를 들으며 프랑스의 샹젤리제를 연상한다면 우리에겐 멋진 월드뮤직이 될 것이다. 비록 프랑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지라도. 이처럼 월드뮤직은 ‘그렇다 또는 아니다’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대적인 장르이다.


04.국가무형문화재 피리정악 및 대취타 공연 모습 ⓒ국립국악원 05.박은 대규모 취타 공연에서 악장 역할을 하는 연주가 다룬다.ⓒ국립국악원 06.Agust D(슈가)의 <대취타> 뮤직비디오 장면 ⓒ유튜브

그리고 BTS, 슈가, Agust D

이런 면에서 BTS를 중심으로 K팝을 다시 한 번 둘러보자. 이들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버터’로 미국의 대중음악 차트 빌보드에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뿌듯하다(2021년 7월 13일, 그들은 7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00에서 1위로 올랐다. 게다가 다음 곡인 Permission to Dance가 7월 20일 1위에 오르면서 바통 터치에도 성공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BTS가 월드뮤직일까, 아닐까?


결론은 이렇다. BTS와 K팝을 듣고 즐기는 주체가 이들의 음악을 듣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언어, 역사, 정서를 엿보고 관심을 가진다면 월드뮤직이 맞다고 생각한다. BTS의 멤버 슈가가 만든 [대취타]를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참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곡을 발표할 당시는 [다이너마이트]를 전후해 BTS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다. 이들의 전략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공통 팝 음악 코드’를 가장 잘 버무려내는 것이었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음악 자체를 잘 다듬어낸 팝 스타일로 접근한 것이다. 1970년대 중반의 아바를 생각하면 되겠다. 여기서 슈가는 뜬금없이 [대취타]를 소환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행진 군례악이라는 사실을 설명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슈가의 [대취타]를 구성하는 근간은 힙합을 포함한 서구 음악 양식이다.


“대취타란 왕 또는 귀인의 행차 및 군대 행진에서 연주되던”과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에서나 등장할 법한 설명 하나 없다. 그건 우리가 찾아봐야 하는 일이다. BTS에 빠져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세계 각지의 팬들이, 그들 언어로는 발음 자체도 힘들 ‘대취타’를 과연 찾아보고 뒤져볼 것인가? 대답은 “Yes!”였다. 익숙한 것으로 접근한 뒤 그 안에 낯설지만 새로운 코드를 반영해 소개하는 전략은 분명 효과적이었다. 트럼펫과 비슷하지만 좀 더 강렬한 소리가 나는 관악기, 특이한 모자를 쓰고 제복을 입은 단체가 줄을 맞춰 연주하는 음악, 이게 내가 사랑하는 BTS 슈가의 음악에 나온다. 그러다가 대한민국 전통 음악이나 복식, 드라마로 관심이 옮겨 간다.


이제 문화의 교류는 단순히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를 선전하던 시대를 지났다. 이제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숨은 그림찾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청자, 관객, 소비자가 음악 속에서 문화를 읽을 수 있도록 코드를 합리적으로 재미있게 넣는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슈가의 [대취타]는 그런 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BTS든 슈가의 [대취타]든 그것이 월드뮤직이냐 아니냐 하는 학술적인 화두는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



글. 황우창(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정리.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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