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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한국 전통정원의 키워드 ‘화계’
작성자
이원호 연구사
게재일
2016-07-14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조회수
3572

 


  최근 『K-가든』으로 불리는 신한류문화의 붐은 한국전통정원의 새로운 부흥기를 열었다. 첫 국가정원의 출범과 함께 국내·외에 한국정원 조성사업이 활발하고 세계유산인 창덕궁은 왕가의 정원을 구경하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제까지 중국과 일본의 조경술은 서방세계에도 제법 많이 알려져 있었다. 반면 우리 조경술은 조선말 선교사들 G.W.길모어(1892)의 서울 풍물지 : 농사는 낙후되어 있으며 조경술은 알려지지도 않았다.도 정원술의 부재를 지적할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 전통정원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한국적인 정원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는 흔히 한국정원의 조영원리를 말할 때 자연의 순리를 기본질서로 꼽는다. 이를 공간에 적용해 보면 정원을 조성할 때 지형을 최대한 변형하지 않는 것으로 지리도참설에서 주장하는 지기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과 상통된다.


  이를 대표하는 한국적 조경술의 하나가 화계(花階)이다. 화계는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지형처리시설로 건축물이 입지할 터를 잡는 과정에서 옹벽과 화단을 겸해 만들어진 조경시설전통조경시설사전로 경사면의 침식을 예방하고 차경이 발달한 정원의 풍경을 동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사용되던 시설이다. 이 용어는 고려시대 『목은집』에 소개 목은시고 제29권: 가랑비편 꽃잎이 진 화계위엔 붉게 물든 이슬이요 되고 있으며 왕가의 화계로는 경복궁의 교태전 후원화계, 창덕궁의 대조전, 주합루 화계와 낙선재의 화계가 대표적이다. 민가정원으로 담양 소쇄원은 화계식으로 처리된 계단식 후원으로 특징 지워진다. 화계는 경사지형에 서너단의 장방형 석계단을 쌓고 그 장소의 특성에 따라 도입식물이나 괴석, 석조, 굴뚝 등 구성요소들도 다양하게 연출했다. 정치공간의 화계는 위엄과 단조로움을, 여인이 머물던 곳의 화계는 다양한 식물로 화려한 색을 더해 특징을 주었다. 동양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라이샤워는 그의 책동양문화사에서 한국은 유교적 원칙들을 융통성없이 계승했으며 효성이 성실하게 실천되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국정원의 화계는 단을 통해 신분질서에 따른 위계를 나타내고 공간의 주인을 배려하는 유교문화의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의 정원은 인위적 수법 위주인 축경식의 정원이고 우리정원은 인간의 생활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꾀한 자연풍경식이라는 점에서 그 조형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정원의 화계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단을 통해 신분적 위계와 절제된 조경적 수식을 꾀하는 진정한 “심플이스 베스트”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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