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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설명

제목
[궁궐의 현판과 주련-창덕궁_옥류천 권역 1]
등록일
2010-11-29
주관부서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848





12. 옥류천玉流川 권역

 




12-h-1 옥류천玉流川


 

위치와 연혁 : 창덕궁 후원 북쪽 깊숙한 곳에 흐르는 개울이다. 1636(인조 14)년 가을에 바위를 뚫어 샘물을 끌어들여 바위 곁을 빙 돌아서 정자 앞에 이르러 폭포처럼 떨어지게 만들었다. 바위에 ‘옥류천(玉流川)’이라고 새긴 세 글자는 인조가 직접 쓴 글씨이다. 그 글씨 바로 위에는 숙종이 직접 지은 오언 절구도 함께 새겨져 있다.


 

뜻풀이 : ‘옥류천(玉流川)’은 ‘옥같이 맑게 흐르는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위쪽에 새겨진 숙종의 어제시(御製詩)는 다음과 같다.

飛流三百尺, 삼백 척 높이에서 날아 흐르니

遙落九天來. 저 멀리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듯.

看是白虹起, 바라볼 땐 흰 무지개 일어나더니,

?成萬壑雷. 갑자기 온 골짜기 우레 소리 이루었네.






12-h-2 취규정聚奎亭

 

위치와 연혁 : 존덕정에서 옥류천으로 가는 산마루턱에 위치한 정자이다. 휴식과 독서의 공간으로 추정된다. 병자호란을 겪은 얼마 후 1647(인조 25)년에 창건하였으며 정면 3칸, 측면 1칸의 단층이다. 팔작 기와지붕으로, 창호나 벽이 없이 4면이 모두 개방되어 있다.


 

뜻풀이 : ‘취규(聚奎)’는 ‘별들이 규성(奎星) 1)으로 모여든다’는 의미이다. 규성은 이십팔수(二十八宿)의 하나로 문운(文運)을 주관하는 별로 일컬어진다. 곧 규성 주위로 다른 별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인재가 모여들어 천하가 태평해짐을 의미한다.





12-h-3 능허정凌虛亭

 

위치와 연혁 : 청심정에서 서북쪽으로 올라간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정자이다. 후원의 가장 깊은 곳으로 이 곳에 오르면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1691(숙종 17)년에 창건하였다. 1칸 정자로 장식이 거의 없이 소박하게 지었는데, 마루나 방 대신에 전돌을 깔았다. 초가집 짜임새에 기와지붕의 형태인데, 지붕에 절병통(節甁桶)이 꽂혀 있다. 상림십경 2) 중의 ‘능허모설(凌虛暮雪)’은 이곳에서 해질녘에 눈 내리는 광경이다.

 

뜻풀이 : ‘능허(凌虛)’는 ‘허공에 오른다’는 의미이다. 이 정자가 공중에 높이 시원히 솟았다는 뜻인데, 정신 세계가 세속을 초월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중국 위(魏)나라의 시인 조식(曹植, 192~232년) 3)의 시 「칠계(七啓)」에 “화려한 전각이 구름에 닿고, 나는 섬돌이 허공에 오르네[凌虛]. 아래로 흐르는 별을 내려다보고, 우러러 팔방을 바라보네.”<원전 1>라고 하였다.


 

숙종의 「제능허정(題凌虛亭)」 시는 다음과 같다.

聳翠?巖接太淸, 푸르게 우뚝 솟은 산은 푸른 하늘에 닿았는데

攀蘿援壑上華亭. 등나무 부여잡고 골짜기 따라 화려한 정자에 오르니,

千條碧樹森如簇, 일천 가지 푸른 나무 빽빽이 살촉을 꽃은 양

萬朶紅花繞似屛. 일만 송이 붉은 꽃이 병풍을 둘러놓은 듯.

鎭岳霧收瞻黛色, 관악산은 안개를 머금어 검게 보이고

酪山日照仰輝明. 낙산에 해가 비치니 눈부시게 찬란하다.

閑來無事危欄?. 한가로이 와서 하릴 없이 높은 난간에 기대니

天末時聞鶴?聲 하늘가에 때때로 학 울음 소리가 들린다.

 

순조의 「능허설제(凌虛雪霽)」 시는 다음과 같다.

瓊瑤堆處滌紅塵, 옥돌이 쌓인 곳에 티끌을 씻으니

雪霽天寒月色新. 눈 개인 하늘은 차갑고 달빛이 새로워라.

來坐凌虛亭上望, 능허정에 와서 앉아 바라다 보노라니

淸都樹木盡成銀. 맑은 도성에 나무들은 온통 은으로 변하였네.






12-h-4 취한정翠寒亭

 

위치와 연혁 : 옥류천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정자이다. 창건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숙종 이전부터 독서와 휴식의 공간으로 사용된 듯하다. 정면3칸, 측면 1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으로 본래 마루 바닥에 방이 있었으나 현재는 방이 없어져 개방된 형태이다.

 

뜻풀이 : ‘취한(翠寒)’은 ‘푸르고 서늘하다[翠寒]’는 의미이다. 취(翠)는 푸른빛,한(寒)은 차갑다는 뜻으로, 푸른 숲으로 감싸여 서늘하다는 의미이다.

중국 송나라 효종(孝宗, 1127~1194년)이 대궐 안에 취한당(翠寒堂)을 짓고 그 안에서 대신들과 정무를 처리한 일이 있다.


 

숙종의 「취한정제영(翠寒亭題詠)」 이수(二首)는 다음과 같다.

綠陰芳草政堪賞, 녹음방초는 참으로 감상할 만하고

檻外長留瀑布聲. 난간 밖에 오래도록 폭포 소리 들리도다.

驟雨?過風暫歇, 소낙비 막 지나고 바람이 잠시 멎었는데

園中葉葉聽蟬鳴. 정원 속의 잎들마다 매미 소리 들린다.

森森簇簇總環亭, 빽빽이 솟아 나서 온통 정자를 두르니

冒雪凌寒色愈淸. 눈보라 추위 이겨 빛이 더욱 맑도다.

愛爾獨持君子節, 사랑스러울손, 너 홀로 군자의 절개 지녀

不?夷險一心貞. 평탄하든 험하든 변함없이 한 마음으로 곧구나.


 

정조의 「취한정(翠寒亭)」시는 다음과 같다.

澗翠空?開?境, 계곡의 푸르름이 아른아른 그림 경치 열어 주니

庭松偃蹇聞琴聲. 뜨락의 소나무 누운 채 거문고 소리 듣도다.

佳山未許遊人到, 아름다운 산은 노는 사람이 이르기를 허락지 않으니

可愛幽禽隔樹鳴. 숨은 새들이 숲 저편에서 우짖는 것이 사랑스러워라.






12-j-4 취한정翠寒亭의 주련

 

위치와 연혁 : 8개의 사각 기둥에 본래 12개의 주련이 걸려 있었으나, 현재 1개가 누락되어 11개만이 걸려 있다.



뜻풀이 :

(1) 一庭花影春留月(일정화영춘류월)

온 뜨락의 꽃 그림자에 봄은 달을 붙잡고

(2) 滿院松聲夜聽濤(만원송성야청도)

집안 가득 솔바람 소리는 밤에 파도 소리 듣는 듯.

 

탈속적 분위기를 묘사했다. 위 구절은 온 뜨락에 가득한 꽃 그림자에 달이 넋을빼앗겨 머무르는 듯한 봄밤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아래 구절은 무성한 소나무숲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밤에 파도 소리를 듣는 듯한 청각적 운치를 표현하였다. 솔바람 소리를 파도 소리로 비유하는 것은 한시의 관습 중 하나이다.


 

(3) 九天露湛金盤重(구천로담금반중)

구천(九天) 4)의 이슬이 짙어 금반(金盤)이 무겁고

(4) 五色雲垂翠盖凝(오색운수취개응)

오색의 구름이 드리워 푸른 지붕을 감싸네.

 

위 구절은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이 매우 짙어 정자 지붕의 금반(金盤)이 무거워질 정도로 이 곳의 분위기가 그윽함을 표현한 것이다. 금반은 이슬을 받는 금속쟁반을 뜻한다. 아래 구절에서는 오색의 찬란한 구름이 푸른 지붕을 감싸 마치 선경인양 착각할 정도라고 했다.


 

(5) 寶扇初開移玉座(보선초개이옥좌)

화려한 부채 막 펼쳐 옥좌(玉座)를 옮기시니

(6) 華燈錯出暎朱塵(화등착출영주진)

꽃 등불이 어지러이 붉은 장막을 비추누나.


임금이 이 곳에 유람을 나오는 광경을 묘사한 것이다. 위 구절은 보선(寶扇: 부채 모양의 의장 용구)이 움직여 임금이 좌석을 이 곳으로 옮기려 함을 묘사하였고, 이어 화려한 등불이 여기저기서 장막을 환히 비추는 정경을 표현하였다.

위 시는 송나라 왕안석 5)의 칠언 율시 「상원종가 지집희관 차충경운(上元從駕至集禧觀次沖卿韻)」<원전 2>의 함련 두 구절을 따온 것이다.


 

(7) 鸞輿逈出千門柳(난여형출천문류)

난여(鸞輿) 6)가 멀리 일천 대문의 버들을 지나서 나와

(8) 閣道廻看上苑花(각도회간상원화)

각도(閣道) 7)에서 고개 돌려 상원(上苑)의 꽃을 바라보네.


 

임금의 수레가 오는 광경과 정자에 도착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위 구절은 수레가 번화한 도성의 수천 대문의 버들을 지나 멀리까지 나오는 장면을 묘사하였고, 아래 구절은 정자에 도착하여 각도의 통로에서 상원(上苑) 즉 임금의 정원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조선에서 상원은 전통적으로 창덕궁 후원을 가리켰으므로 취한정이 후원 깊숙이 자리한 것과 잘 부합된다.

이 구절은 본래 당나라의 문인 왕유 8)의 칠언 율시 「봉화성제 종봉래향흥경각도중 유춘우중 춘망지작 응제(奉和聖製從蓬萊向興慶閣道中留春雨中春望之作應制; 임금께서 지으신 「봉래궁에서 흥경궁을 가는 행각에서 봄비 속에 머물면서 봄날 경치를 바라보며」 작품에 화답하여 짓다)」<원전3>의 함련 두 구절을 따 온 것이다.

 

제작 정보 : 왕유의 위 시 중에서 경련 “雲裏帝城雙鳳闕, 雨中春樹萬人家”는 경복궁 함화당과 창덕궁 연경당, 한정당의 주련으로 걸려 있다.


 

(9) 種成和露桃千樹(종성화로도천수)

이슬 머금은 천 그루 복숭아를 심어 놓고

(10) 借與摩?鶴數群(차여마소학수군)

하늘 높이 나는 학 여러 마리에 내어 주었네.

 

정자 주위에 촉촉이 이슬 머금은 천 그루의 복숭아를 심어 놓았다가, 하늘의 학들에게 빌려 주어 놀게 하였음을 표현한 것이다. 복숭아는 동진의 시인 도연명 9)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처럼 속세를 떠난 지경을 의미하는 용어이고, 학은 신선과 노니는 동물이다. 실제 이러한 풍경이 있었다기보다는 작자의 심경이 탈속한 경지임을 은유한 것이다.

이 구절은 본래 원나라 우집 10)의 칠언 율시 「선유도사여수운위종주계여은사구득화산하황모강일곡규작단실희이부지불각(仙遊道士余岫雲爲從珠谿余隱士求得華山下皇茅岡一曲規作丹室喜而賦之不覺)」 오수(五首)<원전 4> 중에서 제5수의 경련의 두 구절을 따 온 것이다.

 

 

(11) 拂水柳花千萬點(불수유화천만점)

물을 스치며 버들꽃이 천만 송이 피었고

 

물 위를 스치는 수많은 버들꽃과 수풀 저편에서 이따금 들리는 꾀꼬리 소리는 초봄의 한가로운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본래 이 구절은 당나라의 시인 원진(元?, 779~831년) 11)의 칠언율시 「과양양루 정상부주엄사공 누재강릉절도사댁북우(過襄陽樓呈上府主嚴司空樓在江陵節度使宅北隅)」<원전 5> 중에서 함련의 두 구절을 따 온 것이다. 현재는 뒷부분의 구절이 분실되고 한 짝만 남아 있다. 분실된 구절은 다음과 같다.


 

隔林鶯舌兩三聲(격림앵설양삼성)

수풀 너머 꾀꼬리가 두세 마디 울어대네.


 

제작 정보 : 1957년에 작성된 『각궁주련조서』(장서각 소장)에도 이미 한 짝이 분실된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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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구를 28개로 나누어 각구역의 대표적인 별자리들을 28수라 하는데, 규성은 그 중 서쪽 하늘에 있는 별자리이다.

2) 상림십경에 대해서는 8-h-2 영화당 참조.

3) 조식은 자는 자건(子建), 시호는 사(思)이다. 조조(曹操)의 아들로 시에 뛰어났으며 특히 오언시(五言詩)를 서정시로 완성시킨 것은 한문학사에 큰 업적으로 남았다.

4) 구천은 하늘을 아홉 구역으로 나눈 것이다. 일반적으로 높은 하늘을 뜻한다.

5) 왕안석에 대해서는 11-j-3 승재정의 주련 참조.

6) 난여는 난새방울을 단 천자의 수레를 말한다.

7) 각도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을 씌워 만든 통로를 말한다.

8) 왕유에 대해서는 7-j-10 한정당 기둥의 주련 참조.

9) 도연명에 대해서는 9-h-1 기오헌 참조. 「도화원기」는 복사꽃이 핀 이상향을 묘사해 동양의 이상향

관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0) 우집에 대해서는 10-j-1 연경당의 주련 참조.

11) 원진의 자는 미지(微之)이며, 하남성(河南省) 사람이다. 동시대의 시인인 백거이와 함께‘원백’으로 불릴정도로 문학에 뛰어났다.

 


 

<원전 1> 『조식』, 「칠계」, “華閣緣雲, 飛陛凌虛.俯眺流星, 仰觀八隅.”

<원전 2> 왕안석, 「상원종가 지집희관 차충경운」, “昭陵持從游人, 更見熙第四春. 寶扇初開移玉座, 華燈錯出映朱塵. 樓前時看新歌舞,仗外還如舊?巡. 投老逢時追事, 却含愁思度天津.”

<원전 3> 왕유, 「봉화성제 종봉래향흥경각도중유춘우중 춘망지작 응제」, 10-j-1 연경당의 주련 참조.

<원전 4> 우집, 「선유도사여수운위종주계여은사구득화산하황모강일곡규작단실희이부지불각」 오수, “茅岡初割一溪雲, 元契華陽舊隱文.謁簡自題香案吏, 封章先報大茅君. 種成和露桃千樹, 借與摩?鶴數群. 便是宸淸眞洞府, 不煩夢想託紛?.”

<원전 5> 원진, 「과양양루 정상부주어사공 누재강릉절도사댁북우」, “襄陽樓下樹陰成, 荷葉如錢水面平. 拂水柳花千萬點, 隔林鶯舌兩三聲.有時水畔看雲立, 每日樓前信馬行. 早晩暫敎王粲上, 庾公應待月分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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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 2] 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 이글의 저작권은 문화재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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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_문화재청 대변인실 (042-481-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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